예서와 이나, 연우가 눈을 뜬 곳은 먼지가 가득 쌓인 마룻바닥 위였어요. 눈앞엔 커다란 뿔을 가진 무언가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지요.
“안녕, 난 악마 벨페고르야. 내가 정말 존재하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악마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어요.
“너희를 위해 악마 쿠키를 준비했어. 쿠키를 먹고 싶다면 퀴즈를 맞혀 봐. 여기 바위에 힌트를 새겨놨어!”
악마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예서, 이나, 연우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어요. 셋은 풍선처럼 공기 중으로 둥둥 떠올랐지요.
“너희가 터져버리기 전에 퀴즈를 해결하는 게 좋을 거야, 크크크.”
그러곤 재밌다는 듯이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세 아이를 바라봤어요.
“얘들아, 침착하게 힌트를 하나씩 생각해보자.”
공중에서 하늘다람쥐 같은 자세로 중심을 잡은 이나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가운데에 6이 세 개 들어가고, 666 앞뒤로 0이 13개씩 들어가니까 우리는 벌써 스물아홉 개의 숫자를 구한 거야.”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어요.
“거기에 1로 시작하고 1로 끝난다고 했으니 우린 서른한 개의 숫자를 이미 알고 있네!”
연우도 말했지요.
“그럼 1 뒤로 0이 13개, 6이 3개, 다시 0이 13개, 그리고 1을 쓰면···.”
예나는 차근차근 서른한 개의 빈칸을 채워나갔어요.
“1000000000000066600000000000001!”
셋이 동시에 소리치자 어디선가 푸슈욱 하고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어요. 천장에 닿을 듯 높아지던 셋은 어느새 바닥으로 내려와 있었지요.
“오호, 제법인걸. 약속대로 악마 쿠키를 줄게.”
악마는 초콜릿이 콕콕 박힌 쿠키를 내밀며 말을 이어갔어요.
“너희가 찾은 수의 이름은 ‘벨페고르의 소수’야. 666은 기독교에서 악마를 나타내는 수로 쓰여. 13은 기독교에서 완전한 수로 보는 12에 1이 더해진 수여서 불길하다고 여겨지지. 이렇게 불길한 숫자가 모두 담겨있으니 얼마나 악마다운 수겠어. 크큭···.”
악마가 허공에 손가락으로 숫자들을 쓰자 벨페고르의 소수가 반짝 빛나더니 사라졌어요. 악마는 손가락을 다시 튕기며 말했어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핼러윈을 즐겨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