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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홈즈의 희한한 얼음 여행 앗! 세상에 이런 얼음이?


 
무더운 여름, 썰렁홈즈가 큰맘 먹고 바닷가로 피서를 떠났다. 썰렁홈즈와 다무러는 해수욕을 마치고 파란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에서 낮잠을 자려고 했다. 그런데….
“앗~. 뭐야? 날 어떻게 하려는 거야?”
갑자기 보디가드처럼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 썰렁홈즈와 다무러를 기절시켰다. 썰렁홈즈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얼음이 가득한 이상한 곳에 와 있었다.
“히익! 여기는 어디지? 게다가 너무 추워! 누가 옷 좀 주세요. 옷~.”
썰렁홈즈는 대체 어디로 납치된 걸까?

세상엔 별별 얼음이 다 있네!


“우와~. 무슨 이런 얼음이 다 있냐! 여기 있는 얼음이 너~무 너무 신기해~.”
따뜻한 옷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헤매던 썰렁홈즈.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하고 신기한 얼음에 푹 빠져 마냥 놀라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쪽에 숨어서 썰렁홈즈를 노려보고 있는데….
 


물에 가라앉는 얼음이 있다고?

“얼음나라 여행이 즐거우신가요?”
갑자기 들려 온 목소리에 썰렁홈즈는 깜짝 놀라 얼음 파도에서 굴러떨어졌다. 이 사람이 썰렁홈즈를 납치한 범인인가!
“저는 얼음여왕 ‘어르미 아차거’예요. 더위에 지쳐 해변에 쓰러진 당신을 이곳으로 모셨지요. 많이 추워 보이네요.이제부터 문제를 내서 정답을 맞히면 옷을 하나씩 줄게요.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
오각형 모양과 육각형 모양으로 만든 거대한 얼음 두 개가 있습니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올라가세요. 단 둘 중 하나는 물에 가라앉는다는 사실~.


얼음여왕 ‘어르미 아차거’가 썰렁홈즈를 도와주겠다고 나섰으나 왠지 골탕을 먹일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얼음은 모양이 어떻든 다 물에 뜨는 거 아니냐고!”
썰렁홈즈가 고민하다 결국 손바닥 침 튀기기로 오각형 얼음을 선택했다. 그런데 얼음이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어푸푸~. 아, 차가워! 썰렁홈즈 살려~.”

"얼음은 그 자체로 아주 특이한 물질이에요. 얼음 전문가인 우리도 얼음의 비밀을 모두 알아내지 못했을 정도로요."
강헌 교수(서울대학교 화학부)

얼음은 당연히 뜬다?

얼음은 물 위에 뜬다. 당연한 것 같지만 아주 특이한 현상이다. 대부분의 물질은 고체가 액체보다 무거워 가라앉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은 얼면서 부피가 9% 늘어난다. 물 분자의 결정구조가 육각형으로 바뀌면서 물보다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밀도가 낮아지고 물에 뜨는 것이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얼음의 결정구조는 육각형 뿐이다. 그런데 실험실이나 특수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얼음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한 얼음의 결정구조는 20가지나 된다. 이들 중에는 오각형 결정구조의 얼음처럼 밀도가 물보다 높아 가라앉는 얼음도 있다.

우주에선 얼음이 대부분

지구에서는 액체 상태인 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어떨까? 우주는 온도가 낮아서 대부분 얼음으로 존재한다.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을 때 물보다 얼음을 먼저 찾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의 표면이 두께 25㎞ 얼음으로 덮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얼음과 물과 수증기의 공통점은?

고체냐 액체냐 기체냐 하는 상태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물질이다. 온도가 0℃보다 낮으면 고체인 얼음으로, 온도가 0℃에서 100℃사이에서는 액체인 물로, 100℃가 넘으면 기체인 수증기로 바뀐다.
물과 얼음, 수증기처럼 자연에서 세 가지 상태를 모두 볼 수 있는 물질은 물이 거의 유일하다. 물에는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단단한 얼음도 녹으면 물이 돼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다. 또 더운 여름에 얼음을 그릇에 담아 두면 그냥 사라진다. 액체가 됐다가 수증기로 변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고드름이 위로 자란다고?

물에 빠져 덜덜 떨고 있는 썰렁홈즈는 다음 문제를 얼른 풀고 따뜻한 옷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얼음여왕 ‘어르미 아차거’에게 빨리 다음 문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문제
녹은 눈이나 물이 땅이 있는 아래로 흐르다가 언 것이 고드름이에요. 고드름이 위로도 자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니 고드름이 위에서 밑으로 자라지, 어떻게 하늘 방향인 위로 솟을 수 있냐고!”
썰렁홈즈는 위로 자라는 고드름이 없다고 자신하고는 바로 ‘없다’를 선택했다. 그러자 위로 자라는 얼음이 솟아올라 썰렁홈즈에게 똥침을 놓기 시작했다.
“으악~! 썰렁홈즈 엉덩이 살려!”

얼음은 거꾸로 위로도 자란다!

신기하게도 얼음은 위로도 자란다. 어떻게 얼음이 위로 자랄 수 있을까? 그릇에 담긴 물은 그릇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한다. 점점 얇은 얼음이 가운데로 퍼져가고 물이 계속 얼면서 가운데만 빼고 다 언 상태가 된다(➊). 이때 물이 언만큼 부피가 커져 얼음 안쪽의 물은 어딘가로 빠져나갈 곳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아직 얼지 않은 가운데 구멍으로 조금씩 위로 올라오면서 물이 언다(➋).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위로 솟는 얼음 기둥(역고드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➌).
 

잠깐! 역고드름이 잘 생기는 마이산

전북 진안의 마이산은 역고드름이 잘 생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변희룡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마이산은 바람이 약하고 온도 변화도 적어 역고드름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고드름이 만들어지는 정확한 조건은 아직도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곳에 물을 담은 그릇을 여러 개 놔둬도 어떤 그릇에는 생기고 어떤 그릇에는 생기지 않을 정도다.

"위로 자라는 고드름은 어디서나 누구나 만들 수 있답니다. 다만 기온과 바람, 물의 미네랄 등 갖춰야 할 조건이 아주 까다로워서 정확하게 맞추기가 어려울 뿐이에요."
변희룡 교수(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불타는 얼음이 있다고?

“썰렁홈즈가 추위에 약한가 보군요. 이상하게도 문제를 못 푸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쉽고 따뜻한 문제를 낼게요.”

세 번째 문제
얼음에 불을 대면 녹아버려요. 그런데 얼음에 불을 붙였을 때 활활 타는 ‘불타는 얼음’이 있을까요?


“어떻게 얼음이 불에 탈 수 있냐고.”
썰렁홈즈는 당연한 것을 헷갈리게 해 자신을 골탕먹이려 한다며 ‘없다’로 표시된 이글루로 들어갔다.
곧 ‘어르미 아차거’가 양쪽 이글루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썰렁홈즈가 들어간 이글루가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불타는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였던 것.
“앗 뜨거~. 썰렁홈즈 살려~.”

불타는 얼음, 가스 하이드레이트

어떻게 얼음이 불에 탈 수 있지? 천연가스가 들어간 얼음을 사용하면 된다.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이 있는 환경에서 수증기와 *메테인 이 만나면 축구공 모양의 얼음이 만들어지면서 가운데 공간에 메테인 같은 가스가 들어간다. 이것이 ‘가스 하이드레이트’다. 잘 타기 때문에 흔히 ‘불타는 얼음’으로 부른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엄청난 매장량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5천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으며, 우리나라 동해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3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저장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 메테인 : 과거 메탄이라고 부른 물질을 새 표기법에 따라 메테인으로 표기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닮은 아이스크림!

얼음 사이에 공기와 유지방을 가두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 아이스크림은 공기라는 기체가 얼음 사이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메테인이 들어가는 가스 하이드레이트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다르다. 아이스크림의 얼음 알갱이나 공기 방울, 유지방 입자 등은 현미경으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편이다.
반면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구성하는 입자는 이보다 엄청나게 작아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크기다. 기존 얼음과 다른 축구공 모양의 새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얼음 안으로 기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와 질소 혼합가스를 가스 하이드레이트 층에 주입하고 메테인을 얻는 기술과 수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얼음으로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도 개발했어요. 얼음은 에너지 연구에도 한몫하고 있답니다."
이흔 교수(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얼음으로 별 걸 다해!

“마지막 문제입니다. 이번 문제를 풀면 처음에 있었던 따뜻한 해변으로 보내드리죠. 하지만 이번 문제도 틀린다면 나와 결혼해서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야 해용. 오호호호~.”

마지막 문제
다음 보기에서 얼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고르세요.
① 청소하기 ② 에너지 저장 ③ 불을 끄는 데 이용 ④ 정답 없음


얼음분사로 청소 끝!

이산화탄소를 얼린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얼음분사 기술을 청소에 쓰고 있다. 작은 드라이아이스를 초음속으로 뿌리면, 표면의 이물질과 부딪힌 드라이아이스가 기체로 변하면서 순간적으로 부피가 800배 팽창해 표면의 이물질을 떼어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특히 드라이아이스는 *무극성 분자라서 같은 특성을 가진 기름때를 없애는 데 유리하다. 물을 얼린 얼음분사 기술도 이물질 제거나 표면을 가공하는 데 사용한다. 특히 얼음분사 기술을 이용해 폭탄이나 핵물질을 제거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 무극성 : 물 분자처럼 분자 간에 전자를 좋아하는 세기가 달라서 한쪽으로 치우치면 극성, 이산화탄소처럼 균형을 이루면 무극성 분자다.

잠깐!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언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얼 수도 있다는 사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놀랍게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이 현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오래 전에 발견된 자연적인 현상이다. 뜨거운 물이 증발되면 양이 줄기 때문에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다는 설명이 있다.
또 뜨거운 물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표면과 안쪽 물의 온도차가 커지고 대류현상이 활발해져 바깥으로 열을 더 잘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론을 세워 과학자들이 설명하려 하고 있지만 복잡한 자연현상이 관련되어 있어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불 끄는 데도 효과적인 얼음

소방관들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를 섞은 물질로 불을 끈다. 그런데 일본 과학자들이 물 대신 얼음을 이산화탄소와 섞어 불을 더 빨리 끄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은 물 분자를 이산화탄소와 함께 얼려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를 만들었다. 이 물질을 잘게 부셔서 뿌렸더니 불이 더 빨리 꺼졌다.

썰렁홈즈는 얼음여왕과 같이 살다가는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았다. 악착같이 맞히려고 한참을 고민하다 다 안 될 것 같아서 ④번을 선택했다. 그러자 ‘어르미 차가워’가 기쁨이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당장 결혼이라며 면사포를 쓰고 뽀뽀를 하자며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얼음나라에 갇혀버린 썰렁홈즈는 오늘도 이렇게 외치고 있다.
“구해 주삼~! 춥삼~!”

특집 한 걸음 더 얼음 표면은 물이다!

왜 얼음 위에서는 잘 미끄러질까? 왜 얼음과 비슷한 매끈한 대리석에서는 스케이트를 탈 수 없을까? 그 이유는 얼음 표면이 얇은 물 층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하 0℃에서 영하 50℃ 사이에서는 얼음 표면이 항상 물로 덮여 있다. 강헌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물질은 고체가 녹는 온도에 다다르기 전부터 표면이 액체의 성질을 띠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큰 눈덩이 위에 작은 눈덩이를 쌓으면 단단한 눈사람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눈덩이 표면이 서로 만나면 표면의 물 층이 다시 얼음으로 바뀌어 단단하게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눈으로는 얼음 위의 물 층을 볼 수 없을까? 물 층이 돋보기로도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얇기 때문이다.

스케이트 날의 압력으로 얼음 표면이 녹는다는 설명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 전해진 속설이다. 사람 몸무게로 스케이트 날에 줄 수 있는 압력 효과는 기껏해야 온도를 1℃ 올리는 정도다. 이 힘으로는 영하 2℃만 돼도 얼음을 녹일 수 없어, 아무 때나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2013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 도움

    강헌 교수
  • 도움

    변희룡 교수
  • 도움

    이흔 교수
  • 사진

    동아일보, 포토파크닷컴 외
  • 기타

    김석, 박장규,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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