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의 풍경이 달라졌어요. 어두운 방 곳곳엔 촛불이 켜져 있었고, 가운데 커다란 관이 하나 놓여 있었지요. 나무로 된 바닥 곳곳엔 붉은 얼룩이 있었어요.
아까 악마와 있던 방보다 더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어요.
(※뱀파이어 수라는 이름은 1994년 미국의 과학 칼럼니스트 글리퍼드 앨런 픽오버가 처음 쓰기 시작했어요. 가장 작은 뱀파이어 수는 1260이고 1395, 1435, 1530…으로 무한히 이어져요. 1260처럼 송곳니 쌍이 21과 60으로 하나인 뱀파이어 수뿐만 아니라 125460, 13078260처럼 송곳니 쌍이 두 개 혹은 이보다 많은 뱀파이어 수도 있어요. 125460의 송곳니 쌍은 204와 615 그리고 246과 510 이렇게 두 개예요.)
“끼이이이익-.”
그때 관 뚜껑이 열리더니 누군가 몸을 일으켰어요. 바로 흡혈귀 ‘뱀파이어’였어요!
“안녕, 너희를 기다리고 있었어. 내 잃어버린 송곳니를 찾는 걸 도와주겠니?”
어둠 속에서 이를 드러내며 웃는 뱀파이어에겐 정말 송곳니가 없었지요.
“찾아주면 너희에게 신선한 피 맛 초콜릿을 줄게.”
피 맛 초콜릿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뱀파이어로부터 도망칠 방법은 없어 보였어요. 예서, 이나, 연우는 흩어져 송곳니를 찾기 시작했지요. 옷장 뒤, 관 아래, 액자 뒤, 촛대 밑…. 아무리 찾아도 송곳니는 보이지 않았어요. 연우는 뱀파이어에게 다가가 송곳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봤어요.
“송곳니 찾는 법을 알려주면 더 빨리 찾아줄 수 있어요.”
뱀파이어는 송곳니가 수라고 대답했어요.
“1260 같은 수를 ‘뱀파이어 수’라고 해. 뱀파이어 수를 이루고 있는 숫자들을 한 번씩만 써서 자릿수가 같은 한 쌍의 수를 만들어. 12와 60처럼 말이야. 쌍을 이루는 두 수를 곱했을 때 원래의 수, 즉 1260이 나오면 두 수를 1260의 ‘송곳니 쌍’이라고 부르지.”
“그러니까 곱해서 1260이 되는 두 자리 수 곱셈식을 찾으면 되겠네요.”
예서가 말했지요. 그때 연우가 방 구석에 놓여있던 칠판과 분필을 들고 왔어요. 세 아이는 숫자 1, 2, 6, 0을 두 자리 수로 이리저리 묶어서 곱해봤어요.
“찾았다! 21 과 60이 송곳니 쌍이에요.”
“오오, 내 송곳니를 드디어 찾았다! 고맙군. 하지만 내 송곳니는 한 쌍만 있는 게 아니야. 다른 송곳니도 찾아주지 않겠니?”
뱀파이어는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적으로 말했어요.
“뱀파이어 수 1530, 150300, 15003000, 153000, 15300000의 송곳니 쌍도 찾아줘.”
연우는 칠판에 새로운 곱셈식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것 봐, 1530의 송곳니 쌍을 구하고 나니 다른 뱀파이어 수의 송곳니 쌍을 찾는 게 쉬워졌어!”
연우가 예서와 이나에게 칠판을 들어 보여줬어요. 뱀파이어도 계산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기뻐하며 소리쳤어요.
“정말이네! 숫자의 구성은 그대로인 채로 0의 개수만 늘어나고 있어. 이제 혼자서도 송곳니 쌍을 찾을 수 있겠군. 약속대로 피 맛 초콜릿을 줄게!”
피 맛 초콜릿을 양손에 든 뱀파이어의 발밑으로 피가 뚝뚝 떨어졌어요.
“저희는 초콜릿을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이만 가보도록….”
세 아이는 뒷걸음질 치며 말했어요. 그리곤 재빠르게 방문을 열고 뱀파이어의 방을 빠져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