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 내가 죽은 지 2500년은 족히 됐는데 이제 와 뭐가 억울하다는 거지?
수학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이 널리 쓰이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좋아, 너희들의 얘기를 들어볼게. 대체 원한을 품은 이유가 뭐야?
각도기도 없던 시절에 피라미드 지으려면?
이집트에 있는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혀요. 지금으로부터 약 4600년 전에 밑변의 길이가 230m나 되고, 높이는 147m에 달하는 이 피라미드를 어떻게 지었는지 상상이 잘 안 가기 때문이에요.
학자들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했을 것으로 추측해요. 바로 매듭이 있는 밧줄로 말이지요. 똑같은 간격으로 매듭을 묶은 밧줄로 각 변에 매듭이 3개, 4개, 5개인 삼각형 모양을 만든 거예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따르는 직각삼각형이지요.
밧줄로 만든 직각삼각형의 밑변을 땅에 평평하게 놓고, 높이를 이루는 변은 똑바로 세워요. 그러면 땅과 ‘직각’이 되는 높이가 만들어져요. 이 변을 따라 벽돌을 쌓으면 기울어지지 않는 기둥을 세울 수 있어요.
500년 먼저 알았다! 구고현의 정리
약 3000년 전 고대 중국에서는 직각삼각형의 성질을 알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고대 중국의 수학책인 <;주비산경>;에 나오는 ‘구고현의 정리’이지요. 책에는 다음 내용이 실려 있어요.
3700년 전 점토판에 3:4:5가!
고대 중국 사람들보다도 더 먼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았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바로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지요. 지금으로부터 약 3700년 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할 줄 알았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어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점토판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이지요.
이 점토판은 1894년 이라크에서 발견됐는데, 표면에 사각형과 삼각형 그림이 새겨져 있어요. 당시 사람들이 농사짓는 땅의 크기를 재서 그림으로 표시한 것으로 추정돼요. 점토판에 새겨진 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를 재 보니 그 비*가 3:4:5, 8:15:17, 5:12:13 등이었지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나타내는 직각삼각형이었던 거예요.
대니얼 맨스필드 교수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만큼 수학에 뛰어났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어요.
●인터뷰 “수학은 언제나 놀라움을 주지요!”
_대니얼 맨스필드 (호주 뉴사우스 웨일대학교 교수)
안녕하세요, 어수동 독자 여러분. 저는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직각삼각형을 가지고 뭘 했는지, 어디에 이용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바빌로니아 점토판을 연구했어요. 전 세계의 박물관, 도서관, 개인 전시관 등을 돌아다니며 바빌로니아의 유물을 들여다봤지요.
그 결과,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뭔가를 정확하게 측정할 때나 땅을 작게 나눌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수학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점은 언제나 깜짝 놀라게 된다는 점이에요. 익숙한 것들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돼요. 저는 직각삼각형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빌로니아 사람들 덕분에 완전히 새롭게 생각하게 됐지요.
*용어정리
비: 두 수의 양을 기호 : 를 써서 비교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