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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회사에서 언어 AI 연구하는 이유는?

‘배틀그라운드’의 회사, 크래프톤에서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업무와 게임에 적용할 ‘언어 AI’를 연구하고 있어요. 왜 그런지, AI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소양이 필요한지 자연어 처리 및 음성팀의 이기쁨 팀장과 양성준 연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크래프톤의 자연어 처리 및 음성팀은 어떤 일을 하나요?

 

기쁨  크래프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돕는 ‘언어 AI’를 연구하고 있어요. 회의록을 작성할 때나 외국인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통역이나 번역을 해야 할 때 지금은 시간이 꽤 걸려요. 하지만 언어 AI는 회의를 녹음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텍스트화 해주고, 사투리도 알아들을 수 있어 단 몇 초 안에 회의록을 완성해요. 덕분에 절약한 시간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있지요.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AI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회사의 중요한 기술이나 여러 정보가 해당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로 유출될 위험이 있어 저희만의 것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가 게임에서 친구처럼 함께 게임할 수 있는 ‘가상 인간’을 구현하는 연구도 하고 있어요.

 

언어 AI의 작동 원리가 궁금해요.

 

성준  핵심은 AI 자연어 처리예요. 자연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이 말을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자연어로 바꿔서 사람과 인공지능이 매끄럽게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에요. 

 

AI 자연어 처리의 첫 단계는 먼저 인간의 언어에서 단어를 학습하는 거예요. 그리고 확률을 이용해 문장을 완성시켜나가요. 예를 들어 ‘너는 어디로 가고 싶어?’라고 이용자가 묻는다면 답변에 ‘나는’이 가장 높은 확률값이 매겨져서 처음에 올 단어가 돼요. 그다음에 올 단어의 확률을 매겨 가장 높은 확률을 가진 단어인 ‘집에’가 오지요. 이제 ‘나는 집에’를 바탕으로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지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나는 집에 가고 싶다’는 문장을 완성해요. 

 

이 기술을 NPC(게임 진행을 돕는 캐릭터)에 적용하면 NPC가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지요. 이용자가 게임하면서 궁금한 점을 NPC에게 바로 물어보며 게임을 즐길 수도 있어요.

 

언어 AI가 적용된 게임과 아닌 게임은 차이가 크나요?

 

기쁨   지금까지 NPC는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로 개발자가 정한 순서대로 말하지만, 언어 AI를 탑재한 게임의 NPC는 이용자가 무슨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게임 속에서 이용자가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요. 반말로 물어보면 반말로 답하기도 하고, 말에 감정을 나타낼 수도 있어요.

 

회사에서 GPT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고요?

 

기쁨  네. GPT, 미드저니 등 생성형 AI를 이용하고 사내에서 이용 후기를 주고받아요. 덕분에 챗봇과 대화할 때 대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핵심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어요. 

 

GPT는 대화 당 기억하는 단어 수가 정해져 있어요. 오픈AI가 GPT 코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GPT 기능을 호출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저희는 만들고 있는 언어 AI에 GPT를 호출한 뒤, 한 단어에서 질문과 답변을 3번 주고받으면 그 내용을 요약해 필요한 정보는 모두 기억하도록 했어요. 즉 GPT가 기억하는 단어 수를 넘지 않도록 계속해서 중요 내용을 요약하는 거죠. 따라서 이용자가 과거에 한 어떤 질문과 대답도 핵심 내용은 언제든 파악할 수 있어요. 이번 연구 논문은 3대 자연어 학회 중 하나인 ‘전산언어학학회(ACL)’에 소개될 예정이에요.

 

 

AI 연구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비판적 사고

 

크래프톤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기쁨 박사 졸업을 앞둔  2020년에 크래프톤에서 가상 인간을 개발하기 위해 팀을 짜고 있었어요. 이때 지인의 추천을 받아 입사했어요. 신기술의 선두에 서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점이 끌렸어요. 수학에는 자신이 있었고, 프랑스어나 영어 같은 언어 공부에도 관심이 많아서 AI 자연어 처리 분야에 도전하게 됐어요.

 

  AI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걸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인공지능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어요. 크래프톤은 AI 연구원이나 개발자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특히 제 연구 분야에서 유명한 연구원이 크래프톤에 계신다는 점도 한몫했지요. 잘하는 사람과 일하면 저도 같이 실력이 올라갈 것 같았어요.

 

크래프톤에서 연구하면서 느끼는 이곳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쁨 회사의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누구든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줘요. 특히 실패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요. 회사에서 도전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실패하면서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요.

 

다른 팀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언어 AI 담당이 꼭 AI만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팀과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프로젝트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해요.

 

성준 맞아요.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어요. 저는 연구 제안을 많이 하는데요. 새로운 연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방법을 발견하면 큰 재미를 느껴요. 자유롭게 연구하게 해주니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돼요.

 

AI 연구원으로서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하나요?

 

기쁨 비판적 사고와 실행력이요. 끊임없이 목적과 방향성을 고민해야 해요. ‘이 AI가 누군가에게 정말 쓸모가 있을까?’, ‘이 연구의 계획을 잘 세운 걸까’, ‘연구를 설득력 있게 증명한 걸까’라고 계속 고민하는 거예요. 그런데 고민만 해선 안 돼요. 바로 실행하고, 검증하는 행동이 뒷받침돼야 하지요.

 

성준 몰입도 중요해요. 연구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를 집요하게 파헤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해요. 이때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연구를 90% 정도 완성하면 이제 그만하고, 다른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끝까지 하나의 결론을 내보자, 그냥 하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팀에서 연구는 어떻게 하나요?

 

기쁨 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서로 겹치지 않게 팀원 각자가 시험해볼 모델을 나눠요.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모델마다 매개변수의 확률값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려요. 

 

각자 시험하고 나면 모여서 결과를 분석해요. 언제, 어떤 모델을 썼을 때 문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그 결과를 비교하지요. 그런 뒤 또 할 일을 나누죠. 어떤 팀원에게는 필요한 부분을 다시 테스트시키고, 다른 이에게는 논문을 쓰라고 하죠.

 

크래프톤의 AI 연구원이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기쁨 게임 회사에 들어오려면 게임을 좋아해야 해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그저 시키는 일만 하다가 가겠지요.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에서 연구 결과가 어떻게 쓰일지 알고 연구를 주도적으로 제안하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요.

 

성준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딥러닝은 확률로 시작해서 확률로 끝나요. 어떤 결과가 더 의미가 있냐를 따질 때 확률과 통계가 쓰여요. 또 선형대수학처럼 공과대학교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수학은 잘 알고 있어야 도움이 돼요.

 

앞으로 어떤 AI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기쁨 세상을 바꿀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이거 개발했어!’라고 하면 모두가 다 아는 정도의 영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성준 석사 지도 교수님이 ‘현장에 도움되는 연구를 하라’고 항상 말씀하셨는데요.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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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손인하 기자
  • 사진

    크래프톤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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