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 교수는 ‘눈의 여왕’ 제작진에게 “드라마 소재로 잘 쓰이지 않는 수학을 이용해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는데요.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작가와 수학자들은 세키 교수의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눈의 여왕 작가 | 윤은경
제가 쓴 드라마가 일본의 한 고등학생의 마음을 울려서, 그 문제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확장해서 풀었다고 하니 세상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한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고, 작가로서 보람찼어요.
‘눈의 여왕’은 수학자를 동경하는 마음에서 나온 드라마예요. 책상에 앉아 문제를 푸는 수학자의 연구 모습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 연구 내용은 아주 심오하잖아요. 수학을 이해하려고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과정이 멋있게 느껴졌고, 드라마에서 한번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겨울연가’부터 함께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이 드라마를 집필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수학을 잘 모르니 김정한 교수님과 박부성 교수님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그린-타오 정리는 김정한 교수님이 알려주셨어요. 김 교수님은 1997년도에 필즈상 못지 않게 권위 있는 상인 풀커슨상을 받았는데, 그걸 드라마에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교수님처럼 미해결 난제를 풀고 풀커슨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그린-타오 정리를 소개해 주셨죠.
자문 | 박부성, 경남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드라마를 자문할 당시 저는 수학 연구 외에도 퍼즐을 만들거나 수학책을 쓰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중에게 소위 괴짜로 묘사되던 수학자 이미지를 조금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자문에 참여했지요.
세키 교수의 소식은 2021년 2월 KAIST 수리과학과가 주관한 온라인 강연을 보다가 알게 됐어요. 세키 교수와 공동연구한 카이 교수가 이 논문의 내용을 설명했는데, 거기서 눈의 여왕 이야기와 함께 세키 교수 일화를 소개한 거예요. 드라마의 자문을 맡았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뻤어요.
수학 문제를 좋아하고, 몰입하는 측면에서 수학자들이 약간 덕후스러운 면모가 있잖아요. 세키 교수도 재밌어 보인 정리를 매일 들고 다니는 측면에서 덕후의 면모를 보였고요. ‘덕후의 승리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5여 년 넘게 공부해서 성과를 낸 것, 정말 멋있습니다.
자문 | 김정한,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그린-타오 정리를 제가 추천을 했다고요? 자문을 한 지 오래돼서 그런지 기억이 안 나네요. 현빈 배우의 사인을 받았던 것만 기억나네요. 허허허.
저는 이 소식이 정말 기쁘긴 한데 한국 드라마가 이 수학자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잘못 전달될 여지가 있는 점은 경계하고 싶어요. 세키 교수의 노력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구를 하는 계기는 어디서나 올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하게 공부한 끈기와 그 노력, 결과에 있어요. 세키 교수가 15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