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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노출 절대 금지! 국가 지키는 정보 보안 전문가

이런 인터뷰는 난생 처음이었어요. 인터뷰 대상자의 얼굴 그리고 목소리도 모른 채 이메일로만 인터뷰를 해야했거든요. 

오직 제게 주어진 건 인터뷰 대상자의 이름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이란 정보뿐이었어요.

우리나라의 정보 보안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소속 연구원의 신분을 비밀에 부치거든요. 수학과 정보 보안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요?

 

 

국제해커조직이 우리나라 국방부 서버를 해킹해 유사시 전략을 빼간다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핵심 기술이 유출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우리나라는 큰 혼돈에 빠질 거예요. 실제 비슷한 일이 일어나 우리나라의 여러 시스템이 마비된 적이 있어요. 이처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행정·경제·산업 등 국가의 많은 기능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정보 보안이 매우 중요해졌어요. 

 

이나리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정보 보안을 지키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이 국가보안기술연구소”라면서, “국경을 초월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안 관련 기술 정책을 만들며 공공기관에 보안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등의 일을 한다”고 설명했어요.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의 신분이 노출되면, 우리나라 보안 기술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연구원 주변을 조사하며 정보를 알아내거나 연구원을 회유할 수도 있어요.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연구원들의 신분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아요. 학회나 워크숍에 참가해도 사진 한 장 남기지 않는다고 해요. 

 

이 연구원은 ‘부호이론’을 이용한 암호인 부호기반 암호를 설계해 보안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통신과 정보처리 체계에서는 정보를 숫자, 글자 같은 부호(code)로 표현해 작업하는데요. 통신을 하다 보면 전파가 방해를 받거나 수발신기가 고장나는 등의 이유로 오류가 발생할 때가 많아요. 이때 부호이론은 부호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전송하는 법을 설계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은 관련 분야의 연구 동향을 살피고 논문을 많이 읽지요. 그리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관해 연구해요.

 

 

수학 교사 꿈꾸다 암호의 매력으로 빠지다!

 

이 연구원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자신이 나라를 지키는 일을 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대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수학과에서 교직 이수를 해 중등교사 교원자격증을 땄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교사 임용시험을 한 번 보고는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수학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렇게 진학한 대학원에서 이 연구원의 관심을 끈 건 자신을 국가보안기술연구소로 이끈 암호학이었어요. 

 

“암호학의 실용성이 놀라웠어요. 암호학에서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했던 알고리듬이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거나 상황이 바뀌면서 실용화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1978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고파 부호 기반 암호’는 공개키의 크기가 당시 컴퓨터 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지만, 현재는 처리할 수 있을만큼 발달했거든요. 또한 암호학은 자라며 탈바꿈하는 나비처럼 새로운 암호 형태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매력도 있어요.”

 

이 연구원은 박사 과정 시절인 2017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암호 설계 공모전인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양자내성암호 표준화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여기서 암호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우게 돼요.

 

“열심히 설계한 암호가 쉽게 깨진 경험 때문에, 암호를 만드는 일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어요. 근데 해당 공모전을 주최하는 담당자가 제게 ‘암호 알고리즘을 만드는 건 그걸 깨는 것보다 원래 훨씬 어렵고 복잡한 일이에요. 쉽게 깨지더라도 설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이 많으니 주저하지 말고 암호를 만드는 경험을 많이 쌓아보세요’라고 조언해 줬어요. 그때부터 모든 암호 알고리듬은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진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약속의 학문

 

이 연구원의 목표는 하고 있는 업무에서 좀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그런데 재밌게도 믿는 구석이 수학이라고 해요.

 

“수학은 ‘약속의 학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학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약속을 잘 지킨다는 거예요. 어떤 가정 하에 서로 약속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변명 없이,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고 깔끔하게 지켜내지요. 수학을 기반으로 계속 연구하면 정확하고 단단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고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서 암호 관련 일을 하고 싶다면 관심을 두면 좋을 분야는 무엇일까요? 이 연구원은 ‘양자내성암호’를 콕 집었어요. 양자내성암호는 슈퍼컴퓨터보다도 연산력이 월등한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최신 암호체계예요. 가장 깨기 힘든 암호로 알려져 요즘 암호학에서 가장 핫한 분야이지요. 

 

2022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 일러스트

    송재우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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