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뿅뿅! 트와이스의 ‘시그널’
이그뮤직상 첫 번째 후보는 바로 트와이스의 ‘시그널’입니다. ‘당신이 좋아요’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영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마음 졸이는 나의 심정을 표현한 곡이지요. 시간을 통제하고 주위 사물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초능력을 뽐 내기까지 하지만 간절한 신호는 잘 전달되지 않네요. 중요한 정보가 빠졌거나 불필요한 정보가 끼어들어간 건 아닐까요?
마음의 신호 때문에 울고 웃는 건 트와이스만이 아닙니다. 수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수학자 ‘클로드 섀넌’은 신호와 의사소통을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섀넌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양을 ‘비트(bit)’라는 단위로 나타낼 수 있다고 최초로 정의했어요. 비트는 이진수 값인 0 또는 1을 가질 수 있지요. 섀넌의 정보이론을 토대로 메시지에 들어있는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여러 이론이 발전했습니다.
신호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수학적 코드
전달받은 메시지가 처음 모습 그대로인지, 전달과정에서 바뀌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보내려는 데이터에 1이 짝수 개 있다면 데이터 마지막에 1을 붙이고, 홀수 개 있다면 마지막에 0을 붙여봅시다. 예를 들어 5비트인 데이터 ‘10100’을 전달하고 싶다면 ‘101001’을, ‘11100’을 전달하고 싶다면 ‘111000’을 보내는 겁니다.
만약 데이터를 받았는데, ‘111111’, ‘101000’이라면 어딘가 잘못된 메시지가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지요? 이렇게 오류를 확인하기 위해 원래 데이터에 덧붙이는 비트를 ‘패리티 비트’라고 합니다.
섀넌과 같은 시기에 살았던 수학자 리처드 해밍은 패리티 비트를 활용해 스스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해밍 코드’를 개발했습니다. 트와이스가이를 알았더라면 아마 가사도 지금과는 다르지 않았을까요? ‘해밍 코드로 보내~, 코드로 보내~’
원소가 가득!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이그뮤직상 후보 가운데 유일한 광고 음악입니다. 모델이 나와 신나게 춤을 추며 과일맛 탄산 음료인 ‘트로피카나 스파클링’을 광고합니다. 동시에 ‘오렌지, 톡! 톡! 톡! 트로피카나~’라는 가사를 간단한 멜로디에 맞춰 반복해서 불러요. 이 노래 속에 어떤 과학이 숨어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오렌지, 톡! 톡! 톡! 트로피카나~’를 소리나는대로, 영어 알파벳으로 써보겠습니다.
‘ORaNGeTaKTaKTaKTRuPICaNa’입니다. 화학원소가 12종류나 나옵니다. 보이시나요? 순서대로 산소(O), 라듐(Ra), 질소(N), 저마늄(Ge), 탄탈럼(Ta), 포타슘(K), 탄탈럼(Ta), 포타슘(K), 탄탈럼(Ta), 포타슘(K), 트리튬(T), 루테늄(Ru), 인(P), 아이오딘(I), 칼슘(Ca), 소듐(Na)이 있습니다. 화학 원소를 성질에 따라 분류하고 나열한 표인 ‘주기율표’에서 이 원소들을 찾을 수 있어요.
차원을 넘어선 사랑스러움! 러블리즈의 ‘WoW!’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8인조 그룹 ‘러블리즈’가 부른 ‘WoW!’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을 표현한 이 곡은 정말 수학적입니다. ‘사랑은 특별한 이차원/깊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가사와 뮤직비디오에 주목해 주세요.
뮤직비디오 속에서 러블리즈는 납작한 종이인형으로 등장합니다. 종이인형은 평면 세계인 2차원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가사가 말하듯 사랑에 빠진 ‘나’는 낯선 3차원 세상에 놓입니다. 하지만 종이인형은 3차원 세상에서는 상식인 ‘깊이’나 ‘부피’를 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사랑에 빠졌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상황에 처하고 말지요.
‘WoW!’에 나타난 세계는 1884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신학자 에드윈 애보트가 쓴 소설 ‘플랫랜드’의 설정과 닮았습니다. 애보트는 2차원 세계 ‘플랫랜드’에 살던 사각형이 1차원 세계인 ‘라인랜드’와 3차원 세계인 ‘스페이스랜드’로 떠나는 모험을 그렸습니다. 사각형은 라인랜드에서는 1차원보다 높은 2차원 세계를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2차원보다 더 높은 차원의 세계에서는 낮은 차원의 인물이 돼버립니다.
사각형은 플랫랜드로 돌아와 더 높은 차원을 알리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각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에 의해 종신형을 선고 받습니다. ‘WoW!’ 속 사랑에 빠진 ‘나’는 사각형처럼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될까요, 아니면 차원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게 될까요?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플랫랜드’가 당시 영국 사회를 비유적으로 반영했듯 ‘WoW!’ 역시 순수한 사랑을 멋지게 표현 했다는 사실입니다!
혈관 속 DNA, 있을까 없을까? 방탄소년단의 ‘DNA’
마지막 후보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DNA’입니다. 뜨거운 인기답게 이 곡의 노랫말에서 과학을 찾아냈다는 후기가 무척 많았습니다. 한 팬은 방탄소년단의 멤버인 ‘랩몬스터’가 진행한 인터넷 방송에서 댓글로 ‘혈관 속에 DNA가 없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지요. 혈관 속 DNA, 정말 없을까요?
혈관에 흐르는 피는 액체 성분인 혈장, 그리고 세포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으로 이뤄집니다. 그중 적혈구는 세포 가운데 가장 많고, 피가 빨갛게 보이도록 만들어줍니다. 적혈구 속 철분이 산소와 결합해 붉은색을 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적혈구에는 DNA가 없습니다. 유전물질인 DNA는 핵에 들어 있는데, 골수에서 갓 만들어진 적혈구는 핵을 가지고 있지만 성숙하면서 핵이 퇴화한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백혈구에는 핵이 있습니다. 즉, DNA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혈장에는 세포 속에 갇히지 않고 돌아다니는 DNA 조각이 있습니다. 이런 DNA를 ‘무세포 DNA’라고 합니다. 임신부의 혈장에서 채취한 무세포 DNA로 태아의 유전 이상을 검사하기도 하지요. ‘혈관 속 DNA’는 맞는 가사입니다.
네 후보의 매력이 막상막하여서 이그뮤직상을 뽑기가 무척 힘들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후보로 소개한 곡을 다시 한 번 들어보면서 어느 곡이 이그뮤직상에 어울리는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