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ICM에서 강연하실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지난 20년간 해 온 합성물의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합성물을 이루는 성질이 강한 물질들끼리 서로 가까워지면 물질들 간에 스트레스가 생겨요. 성격이 강한 사람끼리 부딪히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물질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수학을 활용해 스트레스의 크기를 알아보는 연구를 했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커지면 합성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양을 수치화하는 건 중요하지요. 최근엔 스트레스와 관련된 재미난 발견도 했어요.
Q 어떤 발견인가요?
앞서 말한 성질 중 하나가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도성’이에요. 전기가 아주 잘 흐르는 물질을 ‘전도체’라고 하는데 전도체는 수학으로 보면 전도율이 무한대인 거예요. 전도율은 물질에서 전류가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나타낸 값이에요.
그런데 주변에 있는 두 물질이 갖는 전도율이 둘 다 무한대거나 둘 다 0이면 두 물질 사이에 스트레스가 생겨요. 재밌게도 한 물체의 전도율이 무한대고 다른 하나가 0이면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거든요. 최근에 이 내용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어요. 또 전도율의 변화율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니 스트레스가 아닌 다른 물리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도 발견했지요. 이 내용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에요.
Q 이런 합성물 연구는 수학의 어떤 분야인가요?
저는 함수를 연구하는 ‘해석학’에 다른 분야를 적용하는 연구를 해요. 합성물뿐 아니라 눈앞에 벌어진 현상을 분석해 수학 문제로 만들면 많은 경우 해석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구하는 해석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이작 뉴턴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알 수 있는 ‘미분 방정식’을 만들었듯 말이지요. 그런데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게 참 쉽지 않아요, 그래서 해석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들은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 방정식에 해가 있는지, 있다면 성질은 무엇일지 등을 연구한답니다.
Q 해석학을 연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대학교에 진학해 해석학 수업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해석학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증명해야 해서 대부분 학생을 수학과 멀어지게 만들어요. 저 역시 처음부터 해석학을 잘한 건 아니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해석학 개론을 배우고 첫 중간고사 시험을 봤는데 완전히 망쳤어요. 시험지를 보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총 4명이 0점을 받았는데, 저도 거기에 포함돼 있었어요. 그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해석학 공부를 했어요. 공부해 보니 어려운 학문인 것은 맞지만 당연한 것을 좀 더 엄밀하게 증명한다는 것에 재미를 느껴 계속 공부하게 됐습니다.
Q 60년 된 난제를 해결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문제인가요?
‘포여-세괴 추측’과 ‘에슐비 추측’이에요. 포여-세괴 추측은 1951년 헝가리의 수학자 포여 죄르지와 가보르 세괴가 제안한 문제이고, 에슐비 추측은 1961년 영국의 수학자 존 에슐비가 낸 문제예요. 두 문제는 약 60년간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램 밀턴 미국 유타대학교 수학과 교수와 함께 두 추측이 결국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한 문제를 풀었는데 두 문제를 푸는 영광을 누렸답니다. 2005년부터 연구해 3년 만에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는데, 두 추측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6개월 만에 증명을 마쳤어요. 두 추측이 수학적으로 같다는 사실이 난제 해결의 실마리였던 거지요.
엄청난 발견은 예고 없이 다가오잖아요. 저 역시 밀턴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하다가 툭 나온 말에서 단서를 얻어 함께 문제를 풀었답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오랜 연구 생활을 마무리할 정년퇴직이 앞으로 3년 남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하고 있는 합성물 간 스트레스 연구가 현재 매우 각광받는 연구 주제이기도 하고, 프로젝트 기간이 3년이라 남은 기간 동안 연구에 매진할 예정이에요. 이후에는 재밌는 수학 문제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바빠서 깊게 고민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거든요.
제가 제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삶을 살라’고요. 저는 수학 연구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매 순간 그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새로운 문제도 제기하고, 난제도 풀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누군가 시켜서 사는 삶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누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