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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 정글크루즈 치유의 꽃잎을 찾아서

 

‘정글 크루즈’가 실감 나는 영화로 돌아왔다.

아직 영화를 못 본 친구들이 있다면, 이왕이면 4D로 보자!

마치 아마존 정글에서 놀이기구를 두 시간 내내 즐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보기에 앞서 오늘은 아마존 곳곳을 ‘사전 답사’하는 마음으로, 진짜 ‘수학(數學)’여행을 떠나볼까.

 

 

굽이치는 아마존강을 둘러싼 울창한 열대우림 정글.

원주민과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

지구의 허파이자, 생물 다양성의 심장인 그곳.

그곳엔 언제나 늘 비밀과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열대우림 아마존 모험은 목숨을 건 무모한 도전이다. 자연이 스스로 지키는 곳을 찾은 수많은 탐험가는 욕심을 들키고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곳에 남은 건 실체 없는 ‘전설’과 무시무시한 ‘저주’뿐이다.

 

식물탐험가 릴리 하우튼(에밀리 블런트) 박사 역시 수 세기 동안 전해 내려온 아마존의 전설 ‘달의 눈물’이 몹시 궁금했다. 영화는 1916년 영국, 한창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시기였다. 릴리 박사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러 제약을 감수해야 했는데 바지를 입는 일조차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영국 왕립협회에 치유의 꽃잎을 찾는 열쇠인 화살촉에 대한 열람을 요청했으나 또 다시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그는 화살촉을 몰래 갖고 아마존으로 향했다.

 

릴리 박사는 화살촉을 목에 걸고 남동생과 함께 브라질의 포르토벨로 항구에 도착했다. 이곳이 험난한 이번 여정의 시작점이다. 릴리는 서둘러 선장 프랭크 울프(드웨인 존슨)를 만났다. 원래 만나려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릴리 박사는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적임자를 찾은 것으로 만족했다.

 

아마존으로 향하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릴리 박사 남매는 탐험을 반대하는 여러 세력의 반대를 뚫고 간신히 출발했다. 크루즈를 띄운 강물이 본격적으로 굽이치기 시작한다. 구불구불한 곡선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꽃의 다윈’을 꿈꾸는 식물탐험가 릴리

 

릴리 박사는 하루빨리 치유의 꽃잎을 찾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질병을 고치는 미래를 꿈꾼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그에게 “꽃의 다윈이 될 거냐”고 묻는다. 과학계에서 ‘다윈’은 무슨 의미일까.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군도를 여행하던 중 진화의 원리를 발견했다. 이곳 섬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 섬마다 독립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다윈은 각 섬에 사는 동물들이 나름의 법칙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 모습을 관찰하며 연구를 이어갔다. 특히 다윈은 섬마다 부리의 모양과 크기, 골격이 조금씩 다르게 생긴 핀치새에 집중했다. 개미와 같은 작은 곤충 먹이를 먹도록 짧고 단단한 부리, 나무 속 곤충을 찾아 먹도록 뾰족하고 가느다란 부리, 열매나 씨를 먹도록 크고 튼튼한 부리처럼 같은 핀치새여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이를 보고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다. 자연에서는 환경에 알맞은 종은 계속 살아남고, 알맞지 않은 종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대를 이어 교배하고 번식하면서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 자손에게 전달되고, 여러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차 환경에 맞게 진화한다는 뜻이다.

 

영화 속 릴리 박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식물학자이자 식물탐험가인 릴리 박사 역시 배를 타고 전설이 숨 쉬는 아마존 깊은 상류로 파고든다. 그는 식물이 지닌 ‘치유의 힘’을 믿는다. 다윈이 발견한 것처럼 식물 역시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른 성장세를 보인다. 현실에서도 이를 연구하는 수학자들이 있다.

 

<;식물의 성장 비밀을 탐험하라>;

 

#1. 식물 성장에도 ‘질서와 규칙’이 있다!

 

울창한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부피 성장보다 길이 성장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무가 높이 자란다. 나무가 낮게 자라면 광합성을 하기 어려워 주변 나무와 경쟁하면서 더 높이 자라는 것이다. 반면, 듬성듬성한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상대적으로 나무줄기가 굵지만 높이는 낮다. 굳이 나무가 높게 자라지 않아도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빛을 더 받기 위해 가지를 더 넓게 뻗는데 에너지를 주로 사용한다.

 

높이가 다른 여러 종류의 나무가 한 공간에 있을 때는 여러 층을 이루며 자란다. 높이 자란 나무는 광합성을 하기 좋으므로 밀도가 높고, 반대로 낮게 자란 나무는 밀도가 낮아진 결과다.

 

일본의 수학자 이와사 요는 이처럼 나무가 주변 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와 높이가 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수학자의 관점으로 해석해 ‘생물의 적응 전략’과 ‘수리 생태학’이라는 책에 게재했다.

 

#2. 식물 성장 스케일을 방정식으로 해석한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에서도 식물 성장 스케일에 관한 수학적 해석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산타페연구소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이 논문에서는 식물이 자라는 환경에 따라 어떤 성장 주기를 따르는지, 어떤 경쟁 요소가 작용해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시됐다. 이 과정에는 꽤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했는데, 그 이유는 생태계와 식물 성장이 비선형 스케일이기 때문이다.

 

 

비선형 스케일은 생태계에서 그 예시를 찾을 수 있다. A와 B의 몸무게가 2배 차이 난다고 해서 A와 B의 음식 섭취량이 2배 차이 난다고 볼 수 없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A 식물과 B 식물의 키가 2배 차이 난다고 할 때, 키가 2배 큰 식물 A가 식물 B보다 광합성을 2배 더 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방정식을 설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선형 스케일은 수학에서 흔히 말하는 비례 또는 반비례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과 1개에 1000원이고, 사과 3개에 3000원이면, 사과의 가격은 개수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앞선 설명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실제 연구는 이처럼 간단하진 않다. 연구팀이 설계한 이 방정식은 기후와 환경이 다른 곳에서 식물의 경쟁과 성장을 수치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찾은 뱀과 벌의 공통점 두 가지

 

이번 영화에는 앞서 살펴본 식물만큼이나 다양한 정글 속 생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재규어 ‘프록시마’를 주축으로, 개미, 큰 부리새, 호랑거미, 원숭이, 닭, 개, 앵무새, 핑크돌고래, 뱀, 벌 등이 등장하는 순간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화려하다. 그중 집중해서 들여다볼 생물은 ‘뱀’과 ‘벌’이다. 둘에게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공통점 1] 400년 동안 저주에 묶여있다가 깨어난 ‘아귀레’ 일당의 오른팔?!

 

1556년 아귀레가 이끄는 스페인 탐험가 일당은 ‘달의 눈물’의 전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을 숨기지 못해 끝내 저주에 갇히고 말았다. 그 뒤로 400여년이 지난 1916년, 그들을 조력자로 삼으려는 또 다른 세력에 의해 다시 눈을 떴다. 아귀레 일당은 늘 두 생물과 같이 다닌다. 뱀과 벌이다.

 

특히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벌이 꽤 먼 거리를 날아 통신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사람의 언어를 알아듣는 수준까지 묘사됐지만, 벌의 인지능력에 대한 연구는 수학자들의 단골 연구 주제다. 단순한 인지능력을 넘어 벌들의 수리 능력을 증명하는 연구도 여러 차례 발표됐다.

 

그중 최근 연구 사례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애드리언 다이어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학교 교수팀은 2019년 꿀벌이 숫자 ‘0’의 개념을 이해하고, 간단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으며, 기호와 수의 개념을 연결할 줄 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꿀벌이 0부터 5까지의 수를 인지할 수 있고, 노란색과 파란색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실험을 설계했다. 입구로 들어가면 갈림길이 있는 Y자형 미로를 만든 뒤 입구에 파란 점 2개, 갈림길에는 각각 파란 점 1개, 3개를 그렸다. 입구에서 파란 점 2개를 본 꿀벌이 파란 점 3개 쪽으로 가면 설탕물을 주고, 1개 쪽으로 가면 쓴맛이 나는 퀴닌을 줬다. 이를 통해 파란색을 덧셈 개념과 연관시킨 것이다. 뺄셈은 점을 모두 노란색으로 바꾼 뒤 벌이 점의 개수가 줄어든 쪽으로 갔을 때 설탕물을 주는 식으로 훈련시켰다. 실험 결과 덧셈은 약 70%, 뺄셈은 약 66%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꿀벌이 복잡한 수학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공통점 2] 벌과 뱀은 ‘6’의 상징

 

벌과 뱀의 특별한 공통점은 숫자 ‘6’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벌과 숫자 6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벌집이 육각형이니 말이다. 정육각형을 빈틈없이 이어붙이면 가장 넓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 정육각형은 다른 정다각형과 비교해 둘레가 같을 때 넓이가 가장 넓은 도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뱀은 어떨까. 영화 속 최종 목적지에 대한 힌트로 ‘뱀이 송곳니로 자기를 무는 곳’이 등장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전해진다. 독일의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레는 꿈속에서 뱀이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벤젠의 육각형 분자구조를 알아냈다고 한다. 벤젠은  탄소 6개가 육각형 구조의 고리 모양으로 연결돼 있어 ‘6’과 관련된 대표적인 물질로 꼽힌다. 벤젠은 독성이 있지만, 두통약 중 하나인 아스피린을 만들때 쓰일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물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연 프랭크와 릴리 박사 남매는 치유의 꽃잎을 무사히 손에 넣었을까? 400여년의 저주를 끊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 아귀레 일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오늘의 수학 탐험은 열린 결말을 남기고 여기서 마친다. “물을 돌로 바꿔서 상처받은 마음을 고쳐라. 눈물이 피어나려면 위대한 나무를 우는 달 아래 두며, 이틀에 한 번 그 나무는 달이 피 흘리는 곳에 숨고 뱀의 마음을 지나 서쪽으로 진다.”

 

 

 

202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십대를 위한 영화 속 수학 인문학 여행’ 저자)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진행

    박은정 기자
  • 참고자료

    Edward D. Lee 외 2명, ‘Growth , death, and resource competition in sessile organisms(2021)’
  • 디자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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