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가장 유명한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을 표방하는 롤링수(數)톤. 롤링수톤에서는 음악 이야기뿐 아니라 음악 속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어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더 재밌을지도~!
사람들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율동하는 문화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수의 공연장은 물론이고, 스포츠경기만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떼창을 합니다.
올레~올레올레올레~’
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축구 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경기는 안 보더라도 월드컵때마다 흘러나오는 응원곡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지금도 제 머릿속에서는 몇 곡이 뇌리를 스쳐가네요. 응원곡은 경기를 더 흥겹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니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흥겨운 노래를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일제히 따라 부르며 함성을 지르면 선수들은 힘을 얻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수천 명이 한 목소리를 내는 한국의 응원문화에 이미 전 세계가 놀랐던 적이 있었지요. 들어 보셨을 겁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한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 있으니 제각기 노래하는 박자와 리듬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응원을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박수와 구호가 딱 떨어집니다. 이것은 동조 효과 때문입니다. 동조 효과는 사람이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듯이 어떤 규칙에 맞춰 함께 행동하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이 동시에 박수 치려는 행동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나타나지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떼창하라?
그래서 월드컵 경기를 보지 않더라도, 간단한 동작과 함께 응원곡을 따라 부르다 보면 노래에 푹 빠지게 됩니다.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국이 가려지면서 우승 싸움은 더 치열해 졌습니다. 끝날 때까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 방심은 금물입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이에 목이 터져라 응원곡을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떼창’이라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왜 함께 노래하는 걸까요? 여러 사람이 함께 입을 모아 노래하고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어떤 규칙에 따라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결과 더욱 몰입하지요.
또 혼자서 노래 부르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노래 부르는 게 스트레스를 낮춰줄 뿐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좋은 효과를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떼창하기 좋은 곡도 따로 있을까요?
엘리선 포레이 영국 요크대 연구원과 다니엘 뮬렌시펜 영국 골드스미스대 연구원은 발품을 팔아 떼창하기 좋은 곡을 찾았습니다. 영국 북부의 몇 군데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해 사람들이 즐겨 떼창하는 노래를 관찰했지요. 따라서 실험 참가자는 매번 달랐고, 아무도 연구 내용을 모르는 상태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연구팀은 사람들이 잘 따라부르는 노래를 찾았습니다.
떼창하기 좋은 곡은 따로 있다!
음악적으로는 높은 흉성을 많이 사용하며, 기교 사용은 적고, 알아듣기 쉬운 남성 보컬의 노래를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그 외엔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친숙한 노래가 나오면 많이 따라불렀습니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유명한 대중가요를 쓰는 의도는 아마 여기 있을 겁니다. 그리고 큰 장소일수록, 어린 청중일수록, 주말일수록, 그리고 음악차트 인기 순위에 오랜 시간 있는 곡일수록 많이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연구에는 수많은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자료를 찾아내는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여기에는 ‘무작위 의사결정 숲 모형’이 쓰입니다. 리오 브레이맨 미국 UC 버클리대학교 통계학과 교수가 처음 개발한 모형이지요. 수많은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단순한 의사결정나무 모형 여러 개로 만드는 알고리즘입니다.
의사결정나무 모형은 일상의 모든 의사결정을 나무 가지처럼 그린 뒤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입니다. 이런 모형이 많아지면 무작위의 숲이 되는 것이지요. 연속된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데이터가 작은 집합으로 분류됩니다.
간단한 문제일 경우 직접 변수를 설정하기도 하고, 복잡한 문제는 자동으로 학습하게 만들지요. 연구팀은 기교, 발음, 성량 같은 음악 변수와 날짜, 장소의 크기와 같은 음악 외의 변수를 알고리즘에 넣어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뽑은 최고의 곡은 퀸의 ‘위 아 더 챔피언’, 두 번째는 빌리지 피플의 ‘Y.M.C.A’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두 곡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대형 스포츠 경기에서 빠지지 않는 곡입니다. 퀸의 노래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공식 응원가보다도 사람들이 많이 따라 불렀지요. 우리나라에서 같은 연구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공식 응원곡은 리키 잼의 ‘리브 잇 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월드컵 응원곡은 빅스의 멤버 레오와 구구단의 멤버 김세정이 부른 ‘우리는 하나’, 설하윤의 ‘사랑해 한국’, 정준영의 ‘Hifive 대한민국’, 트랜스픽션과 오마이걸이 함께 부른 ‘승리의 함성 2018’ 등입니다. 어떤 곡이 재밌나요? 주변 사람과 함께 떼창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