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화성처럼 여기저기 벌겋기만 한 시대를 지나서 드디어 공룡 대멸종 이후의 시간으로 들어왔어. 근데 내가 생각했던 거랑 조금 다른 거 같아. 생각보다 숲이 더 울창하고 꽃도 열매도 더 많아졌어. 사막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 딴판이야!
공룡 대멸종의 원인이라 불리는 칙술루브 대충돌은 그 당시 충격이 핵폭탄 수백만 개에 비유될 정도로 강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충돌 뒤의 모습을 예상하는 과학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수많은 생물이 사라졌다’, ‘암석이 녹아 액체처럼 흘렀다’ 등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을 예측했죠.
하지만 충돌 직후가 아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라면 어떨까요? 2021년 4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룡 대멸종 이후의 변화를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6600만 년 전 공룡 대멸종 전후의 꽃가루 화석 5만 개와 잎 화석 약 6000개를 분석해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그 결과, 칙술루브 대충돌 전에는 유카탄반도에 침엽수와 고사리가 풍부했지만, 충돌로 식물의 종류가 45% 감소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씨앗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 주로 사라졌고 600만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많아졌죠.
또 충돌 전에 침엽수가 대부분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더 큰 나무와 꽃이 생겨나고 숲이 더 빽빽해졌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소행성 충돌 이후 숲이 더 푸르러진 거예요. 연구팀은 세 가지 가설을 들어 이런 변화를 설명했는데요. 첫 번째로는 대충돌 전에는 공룡들이 식물을 먹거나 밟고 다녀 식물의 서식지를 방해했지만, 공룡이 멸종하면서 숲이 더 빽빽해졌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긴 재가 식물들의 영양분이 되면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더 성장했다고 보기도 했죠. 마지막으로는 백악기 때 많았던 침엽수들이 멸종하면서 그 외의 식물들이 성장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백악기 말기의 소행성 충돌로 지금의 아마존과 같은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이 나타났다’며 ‘하나의 역사적 사고가 다양한 생물체 형성을 유도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