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그 시리즈의 시작인 ‘분노의 질주(2001)’가 개봉한 지 20년째 되는 해에 아홉 번째 이야기를 선보인 거야. 수학동아를 즐겨보는 친구들도 차를 좋아하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는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 펼쳐지는 레이스를 통해 속도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영화 속 차는 슈퍼카가 아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주인공 도미닉(빈 디젤)은 여러 사고를 일으키던 과거를 잊고 아내 레티 오티즈(미셸 로드리게스) 그리고 자녀들과 시골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
그런데 잊고 지냈던 도미닉의 동생 제이콥 토레토(존 시나)가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최강의 범죄자로 변신해 도미닉 앞에 나타나지. 도미닉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제이콥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 자신의 친구들과 힘을 합쳐 싸울 준비를 해.
이번 영화에서는 도미닉이 꾸준히 운전해 온 ‘닷지 차저’와 제이콥의 ‘포드 머스탱’, 도미닉을 지원하는 차량인 ‘지프 랭글러’ 등이 등장해 레이스를 펼치게 돼. 닷지 차저는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포드 머스탱은 미국 포드사가 생산하는 차의 모델명이야.
슈퍼카의 모습을 기대한 친구들은 영화에 등장한 차를 보고 의아한 마음이 들었을거야. 닷지 차저나 포드 머스탱 모두 엔진을 차의 전반부에 배치한 세단형 스포츠카거든. 이를 알려면 스포츠카와 슈퍼카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해.
스포츠카는 레이스를 위한 차로, 고성능의 엔진을 사용해 속도를 끌어 올린 차야.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4인용으로도 설계할 수 있어. 반면 초고속으로 주행하기 위한 슈퍼카는 무거운 엔진을 차의 중앙부터 뒤쪽까지 배치하기 때문에 2인승 이하로 제작되지.
무엇보다 슈퍼카는 공기역학적인 측면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독특한 모습을 띠게 돼. 1959년 점 몇 개 만으로도 유려한 곡선을 만들 수 있는 수학적 알고리듬이 개발됐고, 1962년 프랑스 엔지니어 피에르 베지에가 이를 처음으로 차를 설계하는 데 적용했어. 현재는 차체부터 바퀴까지 가장 효과적인 상태를 만들기 위해 각 회사마다 AI를 접목한 수학적 설계 알고리듬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어!
슈퍼카의 성능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어. 최근 슈퍼카는 제로백이 4초 이하, 최대 출력은 600마력 이상, 최고 속도는 시속 300km 내외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지. 예를 들어 2019년 이탈리아 페라리사가 만든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는 제로백이 2.5초,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 3개를 함께 사용하면서 최대 출력은 1000마력에 달하지.
이와 비교하면 영화 속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닷지 차저와 포드 머스탱은 일반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갖춘 차야. 각 회사가 발표한 제원(기계의 치수나 무게 따위의 성능과 특성을 나타낸 지표)에 따르면 2020년형 닷지 차저 SRT 모델은 제로백이 6.7초, 최대 출력은 292마력을 갖고 있고, 2020년형 포드 머스탱 6세대 기본형(2.3L) 모델은 제로백이 5초 중반, 약 310마력의 출력을 내는 수준으로 슈퍼카와는 성능 차이가 있지.
터보 엔진, 속도를 최대로 높여라
영화에서는 두 차가 슈퍼카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묘사돼. 도미닉이 닷지 차저의 터보 엔진을 작동하면 배기구에서 파란 불이 반짝이며 앞으로 질주해 나가지. 터보 엔진은 일반 엔진과 달리 과급기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생성된 배기가스를 압축해 전달하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
영화에서 터보 모드로 움직이는 도미닉의 닷지 차저는 헬리콥터보다 빠르게 이동해. 이런 설정은 가능한 걸까? 실제로 닷지 차저의 초고성능 모델로 닷지 차저 SRT 헬캣(차저 헬캣)이 있어. 헬캣이란 이름은 미국 그루먼 사가 제작한 ‘F6F 헬캣’ 전투기에서 가져왔어.
차저 헬캣의 최대 출력은 707마력, 제로백은 3.4초, 최고 속도는 시속 326km 등에 이를 정도로 슈퍼카급의 성능을 구현했어. 현재 운용되는 헬리콥터의 최대 순항 비행 속도가 시속 약 300km인 걸 고려하면, 이 장면은 충분히 가능한 거지. 그렇다고 해도 울퉁불퉁한 절벽 위 도로에서도 이런 속도를 내는 건 영화에서만 가능한 걸 거야.
엔진의 성능은 ‘배기가스의 양(배기량·cc)’으로 표현하는 데 이는 실린더가 흡입할 수 있는 최대 기체의 양을 말해. 배기량이 많을수록 큰 힘을 내며, 빠르게 차를 가속할 수 있어. 엔진의 총배기량을 구하기 위해 몇 가지 용어를 알아야 하는데, 원기둥 모양을 가진 실린더의 지름을 ‘보어(B)’, 높이를 스트로크(S)라고 해. 결국 총배기량은 아래 쓰인 것처럼 실린더의 부피에 실린더의 개수(N)을 곱하고 단위 조정을 위해 1000으로 나눠 주면 돼.
차저 헬캣에 달린 V8 헤미 엔진은 엔진으로부터 배기를 공급받는 일반적인 터보 엔진과 달리 엔진의 출력축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 하지만 이를 위해 항상 압축기를 가동하기 때문에, 연비가 1L당 6~7km로 안 좋다고 해.
로켓 엔진을 달면 얼마나 빠를까?
영화 중반부에는 707마력을 가진 차저 헬캣도 따라갈 수 없는 출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도미닉의 동료인 테즈 파커(루다크리스)와 얼(제이슨 토빈)이 엔진 실험을 진행해.
테즈가 얼에게 “설마 로켓 엔진을 단 저 차가 폰티악 피에로는 아니겠지”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말야. 폰티악 피에로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사가 1988년을 끝으로 단종시킨 모델로 1960년대부터 강력한 V8 엔진을 장착해 크게 인기를 끌었지. 엔지니어인 얼이 이를 개조해 트렁크부터 차 지붕 위까지 로켓 엔진을 장착해 엄청난 출력을 만들어 낸 거야.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영화에서 로켓 엔진이라고 표현한 것은 현실에서는 제트 엔진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이 둘은 전혀 다른 엔진이다”며 “존재하지 않는 가스를 생성해 뿜어내는 것이 로켓 엔진이고 이미 존재하는 공기를 세게 밀어내는 것이 제트엔진”이라고 말했어.
로켓 엔진은 우주 환경처럼 공기가 없을 때 가스발생기를 통해 만든 기체를 압축하고 연소실에서 연소시킨 후 폭발적으로 내뿜으며 추진력을 얻는 기계야. 반면 제트 엔진은 기관 내부에 존재하는 가스를 연소시켜 제트 노즐로 분출시켜 추진력을 만들지.
1997년 영국의 앤디 그린이라는 공군 조종사가 포함된 연구팀이 제작한 ‘스러스트(Trust SSC)’라는 이름의 제트 엔진 차는 전투기와 닮은 모습으로 시속 약 1228km로 달리는데 성공했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5분이면 갈 수 있는 속도로 현재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어. 비행기와 자웅을 겨루는 폰티악 피에로처럼 도로를 달리는 제트 엔진 차가 등장할지 기대해 봐야겠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무엇일까. 헬기를 피해 도망치던 도미닉의 차가 절벽으로 떨어졌을 때일 거야.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사이퍼가 운전하는 자기력 비행기가 다가오지. 차와 비행기의 순간 속도가 같아졌을 때, 비행기의 하단부에서 집게가 나와 차의 지붕을 움켜쥐고 도망치게 돼. 악당인 제이콥과 손을 잡았던 사이퍼가 왜 비행기를 타고 도미닉을 구해주는지 궁금하다고?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 봐!
●분노의 질주 시리즈, 이것만은 알고 봐!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01년부터 제작돼온 블록버스터급 스피드 액션 영화야. 이번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까지 총 9편의 메인 시리즈 영화가 공개됐지.
2001년 첫 작품인 ‘분노의 질주’에서는 주인공 도미닉(빈 디젤)이 고급 외제 전자기기를 운송하는 트럭을 탈취하는 사고를 일으키고 다녀. 운송 중인 덤프트럭의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차를 운전하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어!
사고를 일으키는 도미닉을 막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접근하는 경찰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도 등장해.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완전하게 수리되지 않은 도미닉의 닷지 차저와 브라이언의 도요타 수프라가 레이스를 펼치지.
1편에서 나오는 닷지 차저는 도미닉의 아버지가 타던 차였어.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만든 실제 모델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운전석 앞쪽에 배기량이 많은 엔진을 달아 놨어. 이 때문에 현재 생산 중인 최신 스포츠카들이 가진 900마력의 출력을 달성한 것으로 설정했지. 현재 이 차는 생산되지 않지만, 조립 블록인 레고로 생생하게 재현돼 있어. 또 다른 주인공 브라이언이 탄 차는 일본 도요타가 1978년부터 생산한 수프라의 4세대 모델이었어.
3편인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2006년)’까지는 미국과 일본이 만든 차들이 주로 등장했어. 아마 두 나라가 영화 제작을 후원했기 때문일 거야.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리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주인공이었던 도미닉과 브라이언이 빠졌고 영화 ‘진주만(2001년)’에 출연했던 한국계 배우 성 강이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오는데, 그가 극 중에서 상대 배우인 루카스 블랙에게 ‘내가 너한테 현대자동차(현대차)를 타게 할 줄 알았어?’라고 말해 화제가 됐어. 이때까지 현대차는 레이스를 위한 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이들은 이번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다고 해.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다 찾아보기 어렵다면, 2001년에 나온 1편과 2014년 개봉한 7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골라 보는 것도 좋아. 시리즈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 때문이야. 7편은 제작 도중 브라이언 역의 폴 워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그의 유작으로 남았거든.
참, 2019년에는 완전한 스핀오프 작품인 ‘분노의 질주 홉스 & 쇼’가 개봉했어. 여기서는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에서부터 출연한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 현재까지 메인 시리즈가 9편, 스핀오프 작품 1편 등 총 10편이 장편 영화로 나온 거야. 앞으로도 두 개 작품이 추가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해.
● 돌발 수학 문제
차저 헬캣에는 실린더가 8개 달린 V8 헤미 엔진이 포함돼 있어. 이 엔진에 장착된 실린더의 보어는 103.9mm, 스트로크는 90.9mm라고 해. 이때 엔진의 총배기량은 어떻게 될까? (단, π는 3.14로 계산한다.)
※편집자 주. 기사에 포함된 문제의 답안은 폴리매스 홈페이지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6월 15일까지 비밀댓글로 답을 달아준 사람 중 2 명을 뽑아 선물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