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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박사의 수학로그] 제21화. 우주를 관측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수학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모두 잘 지내셨나요?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폭우와 폭염, 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어요. 전 세계는 이상기후 현상을 걱정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려 애쓰고 있죠. 기후변화를 예측해 대처하려는 수학자들의 노력을 함께 알아볼까요?

 

 

천체 관측, 우주와 함께 한 수학

 

수학을 이용해 천체를 관측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은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해왔습니다.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보며 계절 변화를 알아내 농사를 짓고 가뭄, 홍수 등의 재해를 대비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으니까요.

 

대표적으로 기원전 18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뛰어난 천문학적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 당시 바빌로니아인들은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고 태양이 하루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죠. 이를 기준으로 하루를 낮과 밤으로 나누고 각각을 12시간으로 정한 뒤 다시 한 시간을 30등분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원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각도를30)로 정하게 된 계기예요. 또 바빌로니아인들은 360을 6등분한 60을 단위로 한 60진법을 사용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1시간을 60분, 1분을 60초로 나타냈고 이런 시간 개념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세와 근대에도 수학을 이용해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계속됐습니다.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난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목성의 위성과 태양의 흑점을 발견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업적 때문에 갈릴레이는 수학자보다는 천체학자나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6~17세기만 해도 수학과 물리학, 천문학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았고, 실제 갈릴레이의 직업은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와 파도바대학교의 수학과 교수였습니다. 갈릴레이는 “자연의 거대한 책은 수학적 기호들로 쓰여졌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죠.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는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가우스는 소행성 세레스의 궤도를 정확히 계산하고 재관측하는 데 성공해 수학계를 넘어 과학계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죠. 이 업적을 인정받아 가우스는 오랫동안 독일 괴팅겐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천문대장 자리를 지켰습니다.

 

 

기후변화와 지구를 위한 수학

 

천체 관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일기예보 역시 수학 없이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1961년 미국 기상연구소에서 기상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연구하던 수학자 에드워드 노튼 로렌츠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모델에 정확한 초깃값 대신 소수점 아래 일부를 생략한 값을 넣자 완전히 다른 기상 현상이 예측된 거죠. 1963년 로렌츠는 이 내용을 담아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흐름’이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대기과학저널’에 발표했고, 이것은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됩니다. 카오스 이론은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 일정한 규칙이 있고, 그 속의 작은 변화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혼돈계’를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기상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수학의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진 셈이죠.

 

 

21세기에 들어 여러 분야에서 수학이 중요해졌습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처리분야가 떠오르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심해지며 기후변화를 대처하는데 수학이 쓰이기 때문이죠. 2009년 북아메리카 지역의 수학 연구소들은 장기 공동연구의 주제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학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연구 내용을 2010년 세계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에서 발표했습니다. 이후 이 연구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범위가 넓어졌어요. 또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2013년을 지구를 위한 수학(MPE Mathematics of Planet Earth)의 해로 정했죠. MPE는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전염병, 에너지 및 식량 문제 등 지구를 위한 각종 문제를 수학으로 연구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유네스코는 특히 기후변화를 위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회, 워크숍, 대중 강연 등의 행사를 진행했죠.

 

지금도 ‘지구를 위한 수학’이란 주제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산업응용수학회(SIAM Society for Industrial and Applied Mathematics)에서는 MPE를 주제로 한 활동 그룹을 만들어 학회를 열고 있으며, 영국 임페리얼대학교와 레딩대학교는 이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도구로서 수학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수학 모형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축적된 과거의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생각해 봅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남극의 빙하를 녹이거나 해수면을 1m 상승시킬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수학 모형을 이용하면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다양한 대책도 내놓고 있는데요, 이때도 수학이 꼭 필요하답니다.

 

이렇듯 수학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하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발전해 왔습니다. 아직도 수학을 추상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순간에도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지구를 위한 수학자’들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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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이승재(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사이언스펠로우)
  • 진행

    김미래 기자 기자
  • 디자인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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