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영 기자가 세상의 모든 취미를 수학으로 리뷰하는 하비(hobby)맨으로 변신했다! 수학계의 중요한 기념일인 파이데이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두 번째 취미는 파이 만들기로 정했다. 계란프라이밖에 하지 못하는 하비맨이 에그타르트의 일종인 ‘키슈’를 만들어 본다.
※ 편집자 주
취미를 묻는 질문에 언제나 ‘독서’라고 답하는 독자를 위해 다양한 취미를 소개한다. 수학 토핑을 듬뿍 넣은 천방지축 얼렁뚱땅 체험기를 통해 취저(취향저격) 취미를 찾아보자.
코로나19로 집콕 기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요리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1월 29일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20대 14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집콕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비율인 28.3%의 응답자가 집콕 생활로 생긴 가장 큰 변화로 집에서 직접 요리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는 빈도가 늘어나는 등 ‘식문화’ 분야의 변화를 꼽았습니다.
제가 이번에 도전할 키슈는 부드럽고 달콤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으며, 집에서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에그타르트의 일종인 키슈의 이름은 독일어로 케이크나 타르트를 의미하는 퀴헨(Kuchen)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키슈는 여러 겹의 얇은 층으로 이뤄진 페스트리 반죽 안에 치즈와 고기,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계란과 우유로 만든 크림인 ‘아파레이유’를 부어 만듭니다.
그런데 요리에도 수학이 중요하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중량을 정확히 계량하는 일 외에도 수학자들은 전 세계 지역별 요리를 분석하는 일에 수학 식을 사용하고, 고기를 불에 익히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수학 모형으로 알아보기도 한답니다. 앗, 저도 키슈를 만들다가 수학적인 생각이 번뜩 떠올랐어요!
2단계 다른 모양으로도 도전~?
완성된 키슈는 짭조름한 맛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단짠단짠’의 조화를 이뤘습니다. 키슈 만들기에 자신감이 붙은 저는 이번엔 사각형 틀에 키슈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왕이면 원 모양으로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넓이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그리스 시대의 3대 난제 중 하나였던 ‘원적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원적문제는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을 그리는 대표적인 작도문제입니다. 작도문제는 오로지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써서 유한한 단계로 주어진 조건에 맞는 도형을 그리는 문제를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적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영어권에서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관용 표현인 ‘square the circle’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했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에 살던 안티폰이라는 철학자는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에서 변의 개수를 한없이 늘리면 원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철학자 에우데모스는 작도문제에서 변을 무한하게 늘릴 수는 없다며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임의의 각을 3등분하거나 임의의 정육면체보다 2배 넓은 면적을 가진 정육면체를 그리는 그리스 시대의 두 가지 난제와 달리 원적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원적문제가 해결할 수 없다고 증명된 건 1882년입니다. 원적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π를 자와 컴퍼스만으로 그릴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의 넓이는 반지름을 제곱한 값에 π를 곱한 값이므로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π의 배수여야 합니다. 작도문제에서는 그리고자 하는 변의 길이가 유리수인 계수로만 이뤄진 유한 차수 방정식의 근인 ‘대수적 수’여야 합니다. 그런데 1761년 독일 수학자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가 π는 대수적 수가 아님을 밝혔고, 1882년에는 또 다른 독일의 수학자 페르디난트 폰 린데만이 린데만-바이어슈트라스 정리를 통해 π가 초월수임을 증명했습니다. 초월수는 대수적 수와는 달리 유리수인 계수가 유한개인 어떤 방정식의 해도 되지 않습니다.
원적문제가 원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명된 후에도 수학자들은 여러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 원적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인도의 천재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도 자와 컴퍼스만으로 1913년에는 π를 소수점 아래 6자리 수까지, 1914년에는 8자리 수까지 정확하게 그리면서 √π의 근사치를 구현해 원적문제를 일부 해결했죠.
3단계 키슈 만들기 총평
“하비맨 대표 요리 탄생”
하비맨처럼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만들 수 있습니다.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하고 재료도 집에 있는 걸 입맛대로 넣으면 되거든요. 몇 번 하다 보면 자랑스레 대표 요리로 키슈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장점 선물용으로도, 간식으로도 최고!
단점 오븐을 다룰 땐 언제나 조심조심.
파이데이를 맞아 만들어본 키슈,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이죠? 3월 14일 파이데이에는 가족들과 맛있는 키슈를 만들면 어떨까요? 하비맨의 좌충우돌 취미 리뷰는 다음 호에도 계속 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