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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수학 소설 | 마왕의 탑_늘어나는 해안선





“두 사람은 모두 자백해서 각각 5년 형을 선고받게 될 거야.”
단은 왼쪽 위에 있는 답을 선택했다.
“상대가 자백을 했다고 가정하면, 자백을 해야 형량이 줄지. 상대가 부인을 했다고 해도 자백을 해야 석방돼. 결국 서로 어떤 선택을 한 줄 모를 때 두 사람은 각각 자신에게 최선인 선택으로 자백을 하게 될 거야. 그래서 둘 다 자백을 하고 5년 형을 받게 되겠지. 이게 내시균형이야!”
단이 대답을 마치자 문제 속에서 뛰어다니던 죄수들이 괴성을 질러댔고, 탑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은 기괴한 소리 때문에 귀를 틀어막은 채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마나 지났을 까? 탑의 진동이 멈췄고, 죄수들의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럴 수가! 풀려났다, 풀려났어!”
그 때 마침 내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은 몸을 일으켜 세워 내시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놀랍게도 내시를 가두고 있던 감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우리가 해냈어요, 내시!”
“정말 고마워, 모두 네 덕분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평생 감옥에 갇혀 죄수로 살 뻔했어.
너라면 다른 수학자도 모두 구해낼 수 있을 거야.”
“네. 제가 꼭 모두를 저주에서 풀어 구해낼게요. 마왕이 더 나쁜 일을 꾸미기 전에 어서 구하러 가야겠어요. 다시 만나요, 내시.”
짧은 인사를 마치고 단은 서둘러 위층으로 향했다. 계단의 반 정도를 오르자 단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철퍽철퍽 소리가 났다. 바닥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끝없이 길어지는 해안선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서자 단의 눈앞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깊고 넓은 바다와 해안선을 따라 거칠고 가파른 절벽이 보였다. 그런데 해안선 모양이 조금 특이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한참 동안 해안선 모양을 보고 있던 단의 눈에 곰살궂게 생긴 남자가 해안선을 따라 단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단을 발견한 남자는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단은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제 손을 잡아요.”
그 때였다. 굉음과 함께 해안선이 사정없이 늘어났다. 남자는 단이 처음 목격했을 때보다도 더 멀어져 버렸다. 그러자 남자는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틀렸어. 절대 출구로 갈 수 없을 거야. 내가 출구에 가까워지면 해안선이 자꾸 늘어나. 이 해안선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어. 그럼 난 해안선에 영원히 갇혀버리고 말 거야.”
“왜 그런 저주에 걸렸죠?”
“나는 브누아 만델브로야. 작은 조각들이 전체와 비슷해지는 구조를 연구했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해지는…. 아, 알겠다! 프랙탈 말하는 거지요? 똑같은 모양으로 계속 늘어나는 형태요! 음, 그런데 프랙탈과 아저씨가 무슨 관련이 있죠?”
“그 단어를 처음 쓴 사람이 바로 나야.”
“아! 아저씨가 서 있는 그 해안선이 바로 프랙탈 구조지요? 이것을 아저씨가 만들어냈군요!”
“맞아. 그런데 이 해안선 모양은 사실 수학자 코시가 고안해낸 거야.”
“내시 아저씨가 말하길 마왕은 수학을 못해서 틀린 게 많대요. 그런데….”
“존 내시? 내시도 이곳에 갇혔다고?”
내시의 이름을 언급하자 만델브로는 흥분해서 단에게 물었다. 단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하지만 걱정마세요. 제가 죄수의 저주에 걸린 내시 아저씨를 구해드리고 왔거든요!”
“네가 저주에 걸린 내시를 구했다고? 이곳에 갇힌 수학자를 구한 사람이 있다니! 갑자기 희
망이 생기는구나. 그럼 어서 빨리 나도 좀 구해줘!”
“제가 문제를 풀 수 있게 조금만 도와줘요! 프랙탈을 어쩌다 연구하게 됐죠?”
잠시 고민하던 만델브로는 IBM연구소에서 일할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이집트 나일강이 불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변화에 관심이 있었어.”
“그게 프랙탈이랑 무슨 상관이지요?”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과 사회가 마구잡이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일정한 질서가 있다고 믿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요?”
“그래, 맞아. 그리고 마침내 영국의 리아스식 해안선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프랙탈 개념을 떠올렸지. 해안선의 길이는 측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생각을 바꿔놓는 증명도 해내면서 말이야.”
“그래서 마왕이 아저씨를 해안선에 가뒀군요. 그런데, 해안선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요?”
“물론 해안선의 일부분이 전체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니까 어떤 단위의 자로 재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져. 리아스식 해안선처럼 요철이 심한 해안선은 굴곡이 심할 경우 긴 자로는 길이를 세밀하게 잴 수 없어. 그래서 듬성듬성하게 잴 수밖에 없고, 측정된 값도 정확하지 않지. 하지만 길이가 짧은 자로 잰다면 올록볼록한 부분을 정밀하게 측정해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미세한 부분의 길이도 모두 재야 되니까 긴 자로 잴 때보다 총 길이도 더 길게 나오게 되겠지.”
“알겠어요. 음, 해안선 말고는 또 없나요?”
“또 있지. 나무 가지가 그냥 마구잡이로 뻗어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이 속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어. 가장 큰 가지와 거기서 뻗어 나오는 가지들의 형태가 유사하게 반복돼.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는 구조는 모두 프랙탈로 볼 수 있어.”
“그럼 번개도 프랙탈로 볼 수 있겠네요. 번개는 큰 줄기를 기준으로 옆으로 가지를 치며 나타나는데 전체적인 형태를 보면 비슷한 모양으로 가지를 치고 나가잖아요. 번개의 길이도 잴 수 있겠네요.”
“당연하지. 그런데 번개나 구름의 프랙탈과 다르게 내가 서 있는 이 해안선은 완벽히 같은 비율로 형태가 반복되니까 길이를 계산하는 게 훨씬 쉬워.”
“네, 맞아요. 자세히 보니 규칙이 보여요! 어디 한번 문제를 풀어 볼까요?”

2016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일러스트

    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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