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수학 선생님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섰습니다. 약속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아우라가 느껴졌는데요, 수학 선생님의 특별한 일탈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수업이 끝난 뒤 수학 선생님의 일탈이 시작된다!
기타리스트, 영화감독, 소설가! 오늘 만난 수학 교사 세 분의 또 다른 직업입니다.
수학 교사라고 하면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이미지가 떠올라서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정말 이런 예술적인 직업을 가졌다고?’하며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런 의심은 단번에 사라졌습니다.
수학 교사라서 더 특별한 예술인이 되다!
“기타가 묵직하게 내는 저음이 심장을 울렸어요.”
강현석 선생님은 중학교 시절 처음 기타를 잡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그때부터 기타리스트를 꿈꿨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학 교사가 돼서 수학이 즐겁고 유용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그만큼 컸기 때문에 두 개의 직업을 갖게 됐죠. 무엇이든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강 선생님은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물론, 많은 교수학습자료를 제작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수학 교사와 기타리스트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아 두 직업 간에 관련성이 있냐고 질문했더니 강 선생님은 “음악을 할 때도 수학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작곡할 때는 ‘음악적 감각’이 중요한데, 강 선생님은 스스로 전문 음악가에 비해 이 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화음의 법칙을 다루는 화성학을 공부하고 박자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면서 보완한다고 합니다.
안슬기 선생님도 “수학할 때 쓰는 논리적, 합리적 사고가 영화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감독을 비롯한 예술인들은 보통 예술적인 고민이 많아서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 선생님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래서 방학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영화를 뚝딱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장우석 선생님은 두 선생님과 반대로 소설을 쓰는 일이 수학 교사를 하는 데 영향을 줬답니다. 원래 조금 엉성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했는데, 소설을 쓰면서 여러 상황에 처한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다 보니 사람들과 더 잘 지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펙보다는 경험이 중요
“학창 시절에 반드시 진로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안 선생님은 진로 문제로 고민인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하나의 진로에 맞춰서 ‘스펙’을 만들기 때문에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게 부담스러워지고 마는데, 진로를 찾는 건 하나의 과정일 뿐이니 이것저것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강 선생님은 “자신이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결정하라”고 덧붙였습니다.
감쪽같은 이중생활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습니다. 안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재밌는 과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영화감독으로서는 작품을 제작한 지 오래돼 작은 작품이라도 하나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장 선생님은 올해 출간한 수학 에세이 ‘내게 다가온 수학의 시간들’에 이어 또 다른 교양 수학 도서를 집필 중입니다. 소설가로서는 ‘영원한 제국’처럼 재밌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강 선생님은 내년부터 학교에서 교육부로 일터를 옮깁니다. 교육연구사가 되어 교육에 관한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할 예정입니다. 음악가로서는 컴퓨터 음악과 락 음악을 접목한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이중생활을 응원할게요~!
학교를 나와서 시작한 새로운 인생
수학 교사로 일하면서 다른 직업이 있는 앞의 세 분과는 다르게, 수학 교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은 분들도 만나봤습니다. 두 분이 어떤 기준으로 새 직업을 찾았는지 듣다보면 여러분도 진로를 찾을 방법을 알게 될지 모릅니다. 자, 집중~!
당신을 바꾸는 마법의 시간 3개월
안녕하세요, 수학 교사였다가 현재는 소설가이자 아마추어 복서로 활동 중인 설재인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다른 과목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했죠. 그러다보니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고, 그걸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게 재밌었어요. 또 학교 다닐 때 수학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돼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저는 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어느 순간 ‘내가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마저 불행해지는 것 같았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동네에서 우연히 복싱장을 봤고 저도 모르게 들어가서 등록했죠. 복싱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교사를 그만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퇴직 후 글을 조금씩 써보니 제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렇게 2019년, 첫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을 출간했습니다. 잘 못하던 수학을 열심히 해 교사가 됐던 경험 덕분인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게 없어서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면 무엇이든 3개월씩만 해보세요. 그렇게 1년이면 새로운 시도를 네 번 해볼 수 있어요. ‘이 중에 좋아하는 것이 하나는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해보는 거예요.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저도 수영, 탁구 등 다양한 것을 시도하다 복싱을 시작했는데 저와 딱 맞았거든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 진로를 향한 무한 도전~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강철헬스전략’을 운영 중인 헬스트레이너 강철진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 사람들은 인생에서 적어도 6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합니다. 한 가지 직업에서 내공을 쌓기도 어려운데 그게 가능한지 궁금할 겁니다. 그러나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직업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며, 직업은 다양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로를 선택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최고령으로 스포츠지도사 시험에 합격한 저처럼요!
제 첫 걸음은 1999년이었습니다. 살이 많이 쪄서 동네 헬스 클럽에 등록했죠. 첫날부터 보디빌더가 되고 싶다고 말하니 관장님은 저를 트레이너한테 데리고 가서 “이분 보디빌딩 대회 출전할 거니까 잘 지도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트레이너가 비웃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하는 것에 감동했고, 그렇게 운동을 취미로 즐기게 됐죠.
그러다 어느덧 수학 교사로서 은퇴할 시기가 왔고 새로운 직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저는 딱 세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첫째 수학 외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둘째 그 일을 즐길 수 있을지, 셋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지였죠. 그 셋을 모두 충족하는 직업이 헬스트레이너였습니다. 이 중 첫 번째 조건은 제가 수학 교사였어서 더 잘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헬스장에서는 몸의 상태를 알기 위해 ‘인바디(InBody) 측정’을 합니다. 헬스트레이너인 저는 이 결과를 보고 운동 프로그램을 짜는데, 이때 수학적으로 사고해서 회원의 현재 몸 상태, 목표치, 운동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2019년에는 서울시 50플러스가 후원하는 유튜버스쿨에 지원해 합격하면서 유튜버로 데뷔했습니다. 10명을 모집하는데 무려 700명이 지원했다고 해요. 이렇게 도전은 저의 일상입니다. 기회만 된다면 어떤 직업에든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 전직을 살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학 노래’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