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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탐방] 멀티스케일 설계 창의연구실 컴퓨터, 화가에 도전하다!


화려한 색채로 두 남녀의 입맞춤을 표현한 구스타프 클림프의 ‘키스’를 연상케 하는 미술작품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놀랍게도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그린 그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자동차나 비행기 설계에 이용하는 수학 원리를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변분미술, 위상 최적 설계에서 시작되다!

수학을 이용해 컴퓨터가 스스로 그린 그림을 일명 변분미술(Variational Art)이라고 한다. 변분미술은 서울대 멀티스케일 설계 창의연구실의 김윤영 교수님이 개척한 분야로, 수학과, 공학, 미술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윤영 교수님은 원래 자동차나 비행기의 설계를 연구하는 공학자다. 어떻게 변분미술이 탄생하게 된 걸까?


"저는 원래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설계를 연구했어요.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을 설계하는 분야로, 컴퓨터가 알아서 최소 재료로 가장 튼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죠. 이게 바로 최적화예요.

예를 들어 레고 블록으로 구조물을 짓는다고 가정해 봐요. 어떤 공간을 레고 블록으로 다 채우려면 블록 100개가 필요한데, 우리는 블록 50개만 이용해서 가장 튼튼 구조를 지으려고 해요. 대체 어떤 모양으로 구조물을 만들면 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가능한 경우를 일일 다 따져 보는 거예요. 하지만 이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요. 간단히 구조물을 지을 공간을 격자 칸으로, 블록을 끼우는 것을 칸에 검정색을 칠하는 것으로 두고 색칠해 보세요. 막상 해 보려니 경우가 너무 많죠? 사실 컴퓨터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우의 수가 엄청나답니다.

그런데 이런 정수 최적화 문제를 0과 1 사이에 연속하는 실수로 바꾸면, 경우의 수와 상관없이 미분을 이용해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미분은 어떤 함수의 기울기를 구하는 것으로, 최솟값을 쉽게 구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실변수 최적화 문제로 바꿔 알고리즘을 짜는 거죠.

그런데 실변수 최적화 문제로 바꾸면, 격자 칸에 검정색과 흰색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뿌연 색이 나타나요. 0.1처럼 0에 가까우면 밝은 회색, 0.9처럼 1에 가까우면 어두운 회색이죠. 하지만 재료를 뿌옇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재료를 사용하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이 분명하게 나타날 때까지 시뮬레이션 해서 정밀도를 높여요. 그러면 수학적으로 최적화 된 구조물을 얻을 수 있죠. 이 기술을 ‘위상 최적 설계’라고 불러요.

여기서는 위상 최적 설계의 아주 간단한 예를 들었기 때문에 뿌연 색의 다리 모양 정도로 나타났지만, 비행기나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다 보면 신기한 이미지를 많이 얻게 돼요. 그런데 이 이미지는 수학적으로 최적화 된 거잖아요? 바로 여기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황금비처럼 수학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이미지는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변분미술이 탄생하게 됐답니다."
 
레고 블록으로 구조물을 만들 때 블록을 끼우는 것과 끼우지 않는 것은 각각 1과 0으로 대응시킬 수 있어, 정수 최적화 문제에 해당한다.

위상 최적 설계에 위상수학은 필수!

변분미술은 위상 최적 설계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위상이라는 말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혹시 위상수학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제품을 만들 때의 최적화는 재료를 적게 사용해 가장 튼튼한 구조를 만드는 거지만, 미술에서는 대체 무엇을 최적화 하는 걸까?


권영남 : 위상 최적 설계와 위상수학이 관련이 있나요?

김윤영 교수 : 맞아요. 바로 위상 최적 설계에서‘ 위상’이 위상수학에서 따온 말이에요. 위상수학에는‘ 연속 성질’이라는 것이 있어요. 어떤 물체를 자르거나 붙이지 않고, 늘리거나 휘게 해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면 수학적 성질이 같은 것으로 보는 거죠. 즉, 속이 꽉 찬 사각형과 원은 수학적 성질이 같고, 속이 꽉 찬 사각형과 구멍 뚫린 사각형은 수학적 성질이 다르죠. 그런데 이런 성질이 위상 최적 설계에서 이용돼요.
사실 안이 채워진 정육면체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정육면체가 있을 때, 재료는 구멍이 뚫린 정육면체가 적게 들지만 강도는 별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구조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죠. 문제는 구멍을 뚫으면 수학적 성질이 바뀌기 때문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따라서 연구자들은 막을 아주 얇게 만들어,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멍이 나지 않게 설계를 해요. 재료를 가장 적게 사용하면서 강도와 수학적 성질이 바뀌지 않게 하는 거죠.

노희윤 : 그런데 위상 최적 설계를 이용해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김윤영 교수 :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이용하잖아요? 즉 붓의 시작점과 끝점을 정해 주고, 점을 최단 거리로 잇는 선을 그리도록 하는 위상 최적 설계를 하는 거예요. 재료를 가장 적게 써서 튼튼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도 최적화지만, 최단 거리를 구하는 것도 최적화거든요.
예를 들어 땅에 물이 솟아나는 지점(시작점)과 물이 빠지는 지점(끝점)이 있어요. 이때 물이 가장 빠르게 흐르도록 위상 최적 설계를 이용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짜는 거죠. 그러면 최단 거리가 선으로 나타나요. 시작점과 끝점을 여러 개 배치하고, 군데군데 땅을 파거나 장애물을 설
치하면 다양한 선이 나타나 재밌는 그림을 만들 수 있어요.
 

변분예술도 예술일까?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사람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창조하는 일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그린 그림도 예술일까? 변분미술을 창시한 김윤영 교수님의 생각을 들어 봤다.


"사진도 예술이라고 한다면 변분미술도 예술이 아닐까요? 사진도 사진기라는 기계를 조작해 결과물을 얻는 것이잖아요. 저는 이미지를 잘 고르는 것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변분미술의 경우,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같은 그림을 색이나 배치를 바꿔 다르게 나타낼 수도 있거든요. 즉 미국의 미술가 앤디 워홀의 대표작 마릴린 먼로의 얼굴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거죠.

변분미술은 컴퓨터가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요. 즉, 초기 설정을 똑같이 주면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만들어 낼 수 있죠. 이런 장점을 이용해 패션 분야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요. 또 여러 사람들이 변분미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공개할 예정이에요. 사실 이미 애플리케이션이 개발이 끝나는데, 스마트폰의 성능과 맞지 않아 공개를 미루고 있어요. 앞으로 변분미술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 변분미술 진행 과정
 

❶ 기본 이미지는 백지다. 여기에 기존 이미지를 불러와서 그 위에 작업을 할 수 있다. Larger size에는 이미지의 크기를, Layer Number에는 사용할 색의 수를 지정한다.
❷ Source와 Sink는 각각 붓의 시작점과 끝점의 개수를 의미한다. 만약 Min에 20, Max에 30을 대입하면 이 사이의 숫자 중 하나를 골라 그림을 그린다. Min과 Max를 같게 설정하면 그 수만큼 시작점과 끝점을 지정한다. 여기서 Val은 점의 크기를 뜻한다.
❸ 색은 RGB 가산혼합에 의해 결정된다. RGB는 빨강, 초록, 파란색을 혼합하여 색을 내는 것으로, 색을 (0, 0, 0)부터 (255,255,255)로 표현한다.
❹ Penalty와 Iteration에서는 색의 농도 정하고, Mass에서는 흰 바탕에 색을 어느 정도 채울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만약 0.3이라고 설정했다면 백지의 30%를 색으로 채우는 것이다.
❺ ❹번까지 모든 설정을 마치면 RUN을 눌러 컴퓨터가 그림을 그리게 시킨다. 그러면 컴퓨터가 위상 최적 설계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수학과 공학, 미술의 만남!

권영남(인천중 1학년)

조금 일찍 도착해 서울대 학생 휴게실에서 다른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학동아 기자들과 김윤영 교수님을 만날 생각에 마음은 들뜨고 모든 것이 설레었다.

변분미술은 적은 재료로 가장 튼튼한 구조를 만드는 위상 최적 설계 기술을 2차원으로 나타낸 그림을 뜻했다. 일반 미술과는 달리 컴퓨터가 그림을 그리고, 여러 그림 중에서 사람이 선택한 것이 작품이 됐다. 즉 사람이 그림을 선택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예술의 독창성이 생기는 것이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수학과 공학, 미술이 연결되어 추상미술과도 같은 작품이 탄생된 것이 무척 신기했다.


변분미술 앱이 출시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노희윤(서울 목일중 1학년)

김윤영 교수님은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사용되는 위상 최적 설계를 연구하는 분이셨다. 그런데 문득 이러한 상황을 미술작품으로 나타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변분미술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여기서 위상 최적 설계란, 가장 적은 재료로 가장 튼튼한 물체를 제작하는 것이다.

교수님은 변문미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여 주셨는데, 그림이 한 번에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그려지는 것이 신기했다. 변분미술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하셨지만, 스마트폰의 성능이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해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계신다고 했다.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면 꼭 내려받아서 변분미술을 직접 해 보고 싶다.


아름다움의 규칙성
오하은(경기 성남 내정중 2학년)

‘Optimal is Beautiful!’ 최적화 된 것은 아름답다.

이 말은 자동 최적 설계, 즉 위상 최적 설계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컴퓨터로 그린 그림이 예술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취재에 갔지만, 작품들은 내 기대를 뛰어넘었다.

김윤영 교수님과 만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변분미술의 전망에 대한 교수님의 답이다. 교수님은 “변분미술의 전망은 아무도 몰라요. 유행은 시시때때로 변하니까요. 그런데 학생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개척자가 되면 항상 길은 있어요. 꿈을 크게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교수님의 이 말씀은 앞으로 수학도의 길을 걸어갈 나에게 두고두고 큰 힘이 될 것 같다.


조가현 기자의 첨삭 포인트

권영남 기자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어,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었어요. 노희윤 기자는 변분미술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하는 방법을 잘 설명해 줬어요. 오하은 기자는 취재에서 인상깊었던 점을 잘 정리했어요. 하지만 권영남 기자와 노희윤 기자는 취재 수첩의 제목을 달지 않았어요. 제목은 글의 얼굴이기 때문에 꼭 달아야 합니다. 오하은 기자는 제목을 달았지만, 제목이 글을 대표하고 있지 않아요. 세 기자 모두 다음에는 재치 있는 제목을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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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도움

    김윤영 교수
  • 사진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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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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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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