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벅꾸벅. 안녕, 나는 청소년 초파리야.
최신 연구에서 창의적인 두뇌활동과 수면과의 관계를 입증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
그런데 너희 인간 청소년들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지? 그것 참 문제로군.
잠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 몸이 직접 설명해주지. 그 전에 불 좀 꺼줘.
새로운 문제를 풀려면 지금 잠을 좀 자야한단 말이야! 쿨쿨~.
2020년 5월 8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잠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어.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우리 초파리들의 도움으로 생물이 새로운 문제 상황에 적응하는데 수면이 필요하다고 밝혔지.
우선 너희가 알아야 할 점은 갓 태어난 초파리는 아직 날지 못한다는 거야. 태어난 뒤 30분 이내에 날개를 펼치고,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하기 시작하면 날 수 있어. 연구팀은 갓 태어난 초파리가 나는 법을 익힐 때 활성화되는 뉴런(뇌 신경세포)을 확인한 뒤, 여러 가지 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초파리들의 뉴런과 비교 분석했어. 그 결과 이미 다 자란 초파리도 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자 같은 뉴런이 활성화됐고, 이 뉴런이 수면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른 초파리도 어린 초파리처럼 잠을 많이 자게 된 거야!
성장기에 많이 자는 이유
초파리의 수면 양상과 인간의 수면 양상은 비슷해. 어릴 때는 많이 자고 성인이 되면서 점점 잠을 적게 자.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정확히 왜 그런지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어린 개체가 성체가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생존법을 익힐 때 수면을 필요로 한다는 추측이 가능해졌어. 연구팀은 우리 초파리가 날 때뿐만 아니라 먹이를 구하고 짝을 만나고, 위기에서 벗어날 때 등의 모든 새로운 상황에 적응 할 때에도 활성화된 뉴런이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어.
연구를 이끈 폴 쇼 교수는 “문제를 풀다가 잠들었는데 깨고 나서는 풀렸던 경험이 있지 않나요?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를 상황에 처했을 때 잠이 해결법을 알려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어. 성장기의 잠이 단순히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만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과 통찰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거야. 놀랍지 않니? 그러니 청소년 인간인 너희도 질 좋은 잠을 충분히 자야만 해! 뭐? 그럴 수 없다고?
2019년 3월 15일 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연구학회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윤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이 점차 짧아져 이로 인한 자살 충동 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발표했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거야. 인포그래픽을 보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실태를 파악해보자!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 못 자는 이유?
학교 공부보다는 학원 숙제!
2019년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우리나라 청소년 2246명을 7년 동안(초4부터 고1까지) 추적하며 설문 조사해 수면 시간 변화 궤적을 밝힌 연구 결과가 실렸어. 특히 ‘잠재계층성장분석모형’으로 수면 부족과 관련이 높은 요인을 알아냈지.
‘잠재계층성장분석모형’은 시간에 따른 대상의 변화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수학적 도구야. 미국의 통계학자인 벤트 뮤텐이 개발한 모형이지.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이 여러 명일 때 개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각 개인 간의 차이, 세분화한 잠재 집단의 특징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연구 대상인 청소년의 수면 시간 변화 패턴은 크게 4개 집단으로 구분됐어. 7년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완만하게 떨어지는 유형도 있었지. 이때 4개 집단의 특징을 비교하면 유형을 구분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수면 부족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주로 학업, 그중에서 특히 사교육과 관련된 시간이었어. 학원·과외 시간이 길수록, 학원, 과외 숙제를 하는 시간이 길수록, 기타 공부 시간이 길수록 수면 시간이 적은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았지. 친구와 노는 시간이나 학교 숙제를 하는 시간은 수면 시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어.
다음으로 영향력이 높았던 것은 전자매체로, 컴퓨터 사용 시간과 TV 및 동영상 시청 시간이 길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졌지. 저학년일 때는 컴퓨터 사용 시간의 영향이 컸고 고학년일 때는 TV 및 동영상 시청 시간의 영향이 컸어. 또 성별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았어.
★ 참고자료
유창민 ‘한국 청소년의 수면시간 변화 유형 분류 및 예측요인 확인: 잠재계층성장분석을 적용한 7개년도 종단연구’, 조수경·이소연 ‘청소년의 수면시간 변화 궤적과 관련 요인’, 이정진 외 3명 ‘수면시간이 청소년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Krishna. Melnattur 외 2명 ‘Disrupting flight increases sleep and identifies a novel sleep-promoting pathway in Drosophi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