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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접 평론가 피터팍의 아이돌 수학] 네트워크 이론과 BTS의 영향력

전작 ‘MAP OF THE SOUL: PERSONA’에서 이어지는 ‘MAP OF THE SOUL: 7’은 데뷔 7년차를 맞은 7명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보여주고 싶은 나’와 ‘외면하고 싶은 나’를 거쳐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는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방탄소년단이 ‘MAP OF THE SOUL: 7’을 통해 ‘나’와 ‘우리’를 연결하는 방식은 참신하고 놀랍다. 

2020년 1월 9일, 방탄소년단은 빅히트 공식 SNS 채널을 통해 ‘MAP OF THE SOUL: 7’의 ‘컴백맵’을 공개했다. 그 중 낯선 일정이 눈에 띄었다. ‘CONNECT, BTS’라는 프로젝트명과 그 뒤에 붙은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등의 세계 주요 도시들의 이름이었다.

CONNECT, BTS는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5개 도시, 22명의 예술가 및 큐레이터와 협업해 음악을 넘어 현대미술까지 영역을 넘나들며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방탄소년단이나 대중음악과는 전혀 무관했던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다양성에 대한 긍정’, ‘연결’, ‘소통’이라는 철학을 공유하며 그것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한 작품들을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미국 뉴욕 전시에 참여한 안토니 곰리 작가는 멤버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세계 곳곳의 도시와 예술가가 모여 연결되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정말 멋진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결과 소통이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정말 근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은 긍정적인 영향력 아래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 이번 CONNECT, BTS 프로젝트는 그 시도의 새로운 형태다.
멤버 7명이 완전히 새로운 인연을 맺음으로써 생기는 연결 고리는 어떻게 퍼져나갈까? SNS에서 활발히 소통하는 방탄소년단은 전세계 팬들과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이 모든 것은 ‘네트워크 이론’으로 살펴볼 수 있다.


★복잡한 관계 단순하게 보기★


네트워크 이론은 수학의 한 분야인 그래프 이론에서 나왔으며 복잡계 연결망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인다.
그래프 이론은 다루고자 하는 대상을 점과 선으로 나타내 그 안에서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로,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에 의해 탄생했다. 그래프를 이용하면 분석하고자 하는 것만 단순하게 만들어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간관계나 SNS 영향력 같은 복잡한 네트워크도 수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몇 다리만 건너면 뷔와 나도 친구, 좁은 세상 현상★


그래프 이론과 관련한 유명한 개념이자 뷔와 피터팍을 연결할 희망적인 이론이 있다. ‘6단계 분리’ 이론이다. 1967년 스탠리 밀그램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몇 단계 만에 연결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했다. 밀그램은 최종 목표 인물을 한 명 정하고 무작위로 160명의 사람을 선택해 목표 인물을 알면 바로 편지를 보내고, 모르면 알만한 사람한테 전달하게 했다. 그 결과 160통의 편지 중 42통이 목표 인물에게 도착했고, 42통의 도달 단계를 분석한 결과 중앙값이 5.5명이었다. 밀그램은 5.5를 반올림해 6명으로 보고 6단계 분리 이론을 발표했다.
근거가 부족해 당시 인정받지 못했던 이 이론은 1998년 미국 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물리학자 던컨 와츠가 ‘작은 세상 네트워크의 집단적 역학’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래프 이론으로 6단계 분리를 설명하며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6단계 만에 세계 어느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좁은 세상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거듭제곱 분포’를 따르기 때문이다.

 

평균값 근처에 대부분의 값이 분포하고 양 끝으로 갈수록 값이 작아지는 정규 분포와 달리, 거듭제곱 분포는 평균 주위에 정점이 없고 극단의 y값이 정규 분포에 비해 크다. 즉 다른 사람보다 유독 남들과 더 많이 연결된 사람들이 있는데, 거듭제곱 분포에서는 그 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2440만 팔로워를 갖는 방탄소년단은 연결된 사람 수가 무척 많을 것이고, 이런 사람을 포함하면 단계가 확 줄어든다.

 

★안심해 RM, 행복은 전염되니까★


RM은 2020년 3월 10일 컴백 기념 브이앱 라이브를 진행하며 수록곡 ‘Louder than bombs’에 대해 “신나는 노래로 공연장에서 마주하고 있어도 그 표정이 다가 아닐 것”이라며, “팬들이 각자의 삶에서 저마다 아픔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감히 우리가 그 아픔을 다 안을 수 있을까, 우리의 위로가 가당키나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 마음에 대한 고백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 명의 인간이 위로를 전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감정’이 사회적인 네트워크상에서 확실하게 전파된다는 사실이 수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물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는 2007~2008년 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한 여러 논문을 통해 ‘행복’을 비롯한 ‘고독감’같은 감정은 물론, ‘비만’이나 ‘흡연’같은 질병이나 생활 습관까지 네트워크상에서 전파됨을 보였다. 

크리스태키스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4739명의 참여자들의 관계를 조사해 ‘행복’이라는 척도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연구했다. 각 참여자를 점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를 선으로 연결한 그래프로 나타내고 행복의 정도를 색깔로 나타낸 뒤 시간에 따라 이 그래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고 수학적으로 분석해 연관성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행복한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과 직접 연결된 사람들(1단계)은 물론이고 그 사람들에게 연결된 사람들(2단계), 나아가 그 다음 사람들(3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영향력의 정도는 1단계에서 약 15%, 2단계에서
는 약 10%, 3단계에서는 약 6%, 4단계부터는 거의 효과가 미미했다. 즉 통계적으로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친구, 그리고 친구의 친구까지 행복을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 사람 당 친구가 20명이라면 그 영향력은 어림잡아 203인 8000명에 달한다. 엄청난 팬을 지닌 방탄소년단이라면 파급력은 천문학적 수가 된다. 물론 겹치는 사람이나 서로 다른 친구의 수 등을 따지면 단순 거듭제곱으로는 계산하기 어렵지만, RM이 걱정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한 큰 수치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수학이 증명한 것처럼 자신들만 행복하면 그들에게 깊이 연결된 팬들에게도 행복이 퍼져나갈 테니 이제 고민을 벗고 마음껏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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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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