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난지도를 시민휴식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지면침하 가스폭발 침출수처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계획은 새로운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서울시민이 버리는 쓰레기 2만7천 t이 난지도에 매일 쌓이고 있다. 지난 78년부터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된 난지도는 현재 총면적 88만9천평 중 매립 가능지역 60여만평 모두가 포화상태다. 지면 아래로 15~16m, 지상 35~36m가 쓰레기로 꽉 차 더 이상 수용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조성되는 김포군 검단면의 위생매립지(약 6백27만평)가 가동되는 시점(91년 말 예정)까지는 매립지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무튼 10년 이상 심한 악취와 악성 폐수 유출로 '서울의 환부'로 취급돼 왔던 난지도는 91년 말로 폐쇄되는 것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이미 쌓여있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또는 앞으로 건설될 김포매립지가 난지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단순 매립에 따른 사후처리 고심
난지도의 쓰레기매립은 사후처리를 전혀 고려치 않은 단순매립방식이다. 하루에 8t 트럭 3천5백여대가 쏟아붓는 쓰레기는 종류와 성분에 관계없이 들어오는 대로 난지도에 쌓인다. 그 가운데는 수은 크롬 납 등 중금속이 함유된 폐유 폐합성수지 등의 유독성 산업폐기물까지 일부 포함돼 있어 그 처리가 주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쓰레기가 일정 높이로 쌓이면 그 안에는 미생물이 활동해 쓰레기 분해를 촉진하면서 온도를 높인다. 특히 온도가 30℃까지 올라가면 메탄발생균의 활동이 활발해져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쓰레기더미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보통 매립가스(LFG)라 부르는데 메탄가스가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가 썩으면서 쓰레기높이는 줄어들게 마련인데, 이러한 침강현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10년 이상에 걸쳐서 조금씩 조금씩 내려앉는다.
쓰레기에 포함된 수분은 조금씩 모여 토양속으로 스며들게 되는데 이를 침출수라 부른다. 난지도침출수의 오염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환경처에 따르면 난지도에서 새어나오는 침출수의 BOD(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의 농도는 무려 1천5백ppm에 이른다고 한다. 식수로 시용되는 하천의 수질기준이 1ppm, 공업용수가 10ppm, 공장폐수의 배출허용기준이 1백~2백ppm인 것과 비교하면 난지도 침출수의 오염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짐작이 간다.
특히 침출수에는 산업용쓰레기에 포함돼 있는 수은 크롬 납 등의 중금속 성분이 섞여있을 가능성이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침출수는 땅속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의 쓰레기 매립장에는 사전에 침출수를 차단하기 위해 매립장의 바닥에 차폐물을 설치하는 것이 상례화돼 있으나 난지도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스발생에 따른 위험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전에 가스관을 곳곳에 설치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자연적으로 발생해 악취를 풍기는 메탄가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준호기성 방식의 위생 매립
반면에 현재 건설중인 김포군 검단면의 해안매립지는 단순매립이 아닌 위생매립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다. 92년부터 활용할 목적으로 현재 건설진행중인 김포매립지는 총 4억3천만 t의 용량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25년 내지 30년가량 서울을 비롯한 인천 경기 일원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
총부지 6백27만평을 6구역으로 나눠 1공구는 96년까지 사용한 후 꽃단지와 채소 재배단지로 활용할 예정이며 2공구(96~2000년)는 관광농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3공구(2001~2006)는 종합체육공원 내지 과수원으로, 4, 5, 6공구는 자연학습장 경마장 골프장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그림1).
물론 이러한 토지이용이 가능한 시점은 1공구의 경우 쓰레기매립이 완료되는 95년 이후 10년 이상이 경과한 2006년이 지나서다. 쓰레기 침강현상이 완전히 끝나고 매립가스와 침출수처리를 마쳐야 토지이용이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포매립지를 공원이나 재배지 또는 위락시설로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은 난지도와는 달리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위생매립을 하기 때문이다.
위생매립의 기본원리는 준호기성(準好氣性) 방식으로 쓰레기를 부패시키는 것. 이는 쓰레기더미속에 공기를 통하게 해 쓰레기 분해속도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먼저 매립지를 조성한 뒤 침출수를 차단하기 위한 차폐층을 설치한다. 쓰레기를 쌓는 방식은 '매일복토' 형식을 취한다. 쓰레기를 2m 높이로 쌓으면 흙(연탄재 포함)을 30cm 정도 덮어 냄새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탄재와 일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분적으로 매일복토가 이루어지면 일정기간 그 지역은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는다. 쓰레기가 자연침강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에 가스관을 설치하고 침출수를 모아 정화처리하기 위한 집수관(集水管)이 필수적으로 설치된다.
김포매립지는 이외에도 쓰레기를 소각시켜 폐열을 이용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94년부터 착공될 예정인 2공구에는 '소각을 이용한 열회수 시스템'을 가동해볼 예정. 소각처리는 매립방식보다 처리비용이 많이 들지만, 토양 수질오염 등 2차오염의 제거효과가 크고 매립량이 대폭 감소돼(체적은 10~15%, 중량은 약 25% 줄어듦)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쓰레기처리방식이다.
국토가 넓지 않은 유럽에서는 70% 이상의 쓰레기를 소각처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7%만이 소각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쓰레기 소각처리장은 서울 양천구 목동과 의정부시 장암동에 2개가 가동중이며 대구와 성남에 건설계획중.
매립가스(LFG) 활용 가능?
이와는 별도로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LFG)를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매립가스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최근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재생에너지원으로 미국에만도 1백개 이상의 LFG공장이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는 연대 이승무교수(화학공학)팀이 난지도에서 2개의 가스추출관을 심어 실험공장을 운영한 결과, 메탄성분이 약 55%에 이르는 양질의 매립가스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기처 국책 연구과제의 하나로 진행중인 이 연구는 내년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92년 6월까지 경제성검토를 마친 다음, 본격적으로 활용할 예정인데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교수는 "양질의 매립가스를 정제하면 발열량이 매우 커 경제성만 입증되면 발전소까지는 몰라도 주변의 아파트에 폐열을 이용한 난방정도는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러나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에 미리 가스관을 묻어두어야 매립가스의 추출효율이 높은데 난지도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전체 가스발생량의 40% 정도밖에 추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모한 쓰레기동산 계획
위생매립으로 악취를 제거할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이용한 에너지활용이 기대되며, 시간이 경과하면 토지이용까지 가능한 김포매립지와는 달리, 쓰레기가 단순 적재된 난지도의 처리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85년 서울시는 난지도 활용 방안으로 거대한 쓰레기동산을 만들어 시민휴식공간으로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면 위 30m가 넘는 쓰레기더미를 2m 두께의 연탄재로 덮고 그 위에 50cm를 복토한후 전망대 놀이시설 시민위락공원 등을 만든다는 '탁상계획'은 환경전문가들의 반론에 부닥쳐 백지화돼 버렸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분쇄하지도 않은 난지도 쓰레기가 언제까지 내려앉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시민휴식공간계획은 '쓰레기 누각'에 불과하고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오염대책도 전혀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메탄가스에 대한 대책도 없는 복토는 항상 내부에서 가스가 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어 위험천만이라는 것. 또 매립가스의 20〜30%는 복토를 한다고해도 지중을 통해 발산되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울뿐더러, 한강 주변의 찬공기와 결합해 짙은 안개를 만들고 심하면 폭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73년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쓰레기매립지에 세운 고등학교에서 학생 1백여명이 졸도한 사태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일사병으로 진단을 내렸으나, 그후 옆 공원에서 담배불을 붙이다가 화재가 일어나 정밀조사를 해본 결과 매립된 쓰레기에서 발생한 유해가스 성분이 원인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지역은 곧 폐쇄됐고 최근까지도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세우고 공원을 만든 것은 쓰레기매립이 완료된 후 10여년이 지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쓰레기 매립지의 활용이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난지도 쓰레기 처리와 관련 '탁상계획'을 세워 약 80억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만 낭비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83년 쓰레기의 위생적 처리와 환경오염 방지책으로 쓰레기처리공장을 착공, 86년 6월에 완공했으나 현재까지 전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공장은 몇가지 분리가공단계를 거치면서 가연성쓰레기는 고체연료(RDF)로, 불연성쓰레기는 퇴비로, 돌과 흙 그리고 연탄재는 매립재로 활용한다는 계획하에 출발했으나, 실제 쓰레기를 넣어 시험해본 결과 '가동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쓰레기의 수거장소별 계절별 형태별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계를 설계했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수준향상에 따른 쓰레기의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것. '현대'가 공사를 맡았으나 쓰레기 성분조사는 전혀 하지 않고 서울시가 제시한 샘플에만 의존해 외국회사에 설계를 맡겼다. 우리나라 쓰레기는 외국에 비해 수분함량이 많다는 것과, 경제가 발전함에 띠라 1회용품이 늘고 가전제품 가구류 등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쓰레기성분이 크게 변화돼가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또한 여기서 생산된 고체연료(RDF)는 이미 공해연료로 사용이 금지된 제품이며, 퇴비 또한 소금기가 많고 비철금속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국립농업자재연구소에서는 '사용불가'라는 판정을 내렸다.
잘못 끼워진 단추구멍
아무런 계획없이 쓰레기를 단순 적재해 '애초부터 단추구멍이 잘못 끼워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난지도는 91년 말에 폐쇄된다고 해도 침출수 오염, 가스폭발 가능성 등을 내재한 채 악취를 풍기는 흉한 모습을 감추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차선책으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환경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악취 제거. 기상이 저기압 상태면 인근 성산동 망원동 주민들은 물론 목동 신촌 수색 일대의 주민들도 쓰레기 썩는 냄새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하도 악취가 심해 공중에서 탈취제(염화칼슘 등)를 뿌리는 일이 있을 정도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1차 복토를 하는 일이 중요하다. 두께는 50cm~1m. 연탄재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투수계수가 낮은 점토에 가까운 흙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복토는 물이 흐르기 쉽도록 경사지게 해야 하며 위에는 잔디를 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런 상태로 1~2년 방치한 후 관을 매설해 가스를 추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스처리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침출수 대책. 난지도는 바닥이나 주변에 침출수 차단벽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오염이 심한 침출수가 주변으로 새나갈 가능성이 많다. 우선 필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침출수가 유출되는지를 조사해야 되고 집중적으로 빠져나가는 곳에는 부분적으로나마 특수차단벽(leached barrier)을 설치해 미흡하나마 오염물질을 걸러내야 한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의 구자송교수팀은 과기처특정연구사업으로 난지도의 침출수 처리문제를 연구중이다. 이들은 89년 말 난지도 주변에 5개의 구멍을 뚫어 침출수의 유출방향과 유출량을 측정하고 있다.
가스와 침출수 처리는 단시간내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또한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계속 지면침하가 일어나기 때문에, 난지도를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에 버려진 쓰레기일수록 썩지 않는 비닐에 싸여 있는 쓰레기가 많아져 분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쓰레기 매립지는 매립 완료후 10년 정도면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 기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난지도는 총매립 깊이가 50m를 넘어 침하가 일어나는 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 시내에 더 이상 개발할 토지가 없는 상황에서 90만평 가까운 땅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를 옮겨서라도 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쓰레기를 옮기는데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에 가깝고 쓰레기를 옮기면서 또다른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환경학자나 도시공학자들은 '쓰레기 이전론'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난지도 쓰레기를 김포로 옮기면 김포조차도 위생매립이 불가능해진다.
이승무교수는 "쓰레기를 포함한 폐기물 문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아 계속 조사 연구해야 한다"며 "난지도 처리를 조급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며, 쓰레기 부패 상황에 따른 가스문제나 침하상태, 침출수처리 등을 봐가면서 대처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구멍'인 난지도는 폐쇄를 앞둔 시점에도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를 교훈삼아 분당 일산 산본 평촌 등 신도시에도 제2, 제3의 난지도가 생기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