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지도는 ‘측량’에서 시작된다!
목적지를 헤매지 않고 찾아가고 싶을 때, 도로를 깔거나 철도를 만들 때, 지진이나 산사태 등 자연재해의 피해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지도’다. 국토 각 지점의 정확한 위치와 땅의 모양은 물론이고, 넓게는 각 위치마다의 높이와 중력, 자기장 등 땅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지도는 국토의 형태만을 표현한 것 같지만, 실제로 지도는 필요에 따라 지형도, 항공도, 일기도 등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그렇다면 정확한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도 제작은 정확한 국토 ‘측량’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준영 : 정확한 측량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국토측량과 문지영 : 위치, 높이, 중력, 자기장과 같이 땅의 정확한 정보를 측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준’이에요. 운동장에서 횡대나 종대를 할 때 가장 먼저 ‘기준’을 정하는 것과 원리가 같아요. 국토의 정보를 측량하는 데에 쓰이는 기준을 ‘기준점’이라고 하는데, 전국에 기준점이 약 3만개 정도 있어요.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측량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기준점은 ‘대한민국 경위도원점’으로, 국토지리정보원에 설치돼 있어요. 이 기준점은 우리나라 국토와 관련된 모든 측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하은 : 기준점도 여러 종류가 있나요?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국토측량과 문지영 : 대표적으로 높이 측량의 기준이 되는 ‘수준점’과, 평면에서 위치를 결정지어 주는 ‘삼각점’이 있어요. 수준점은 전국에 약 7000개 정도 있는데, 주요 도로를 따라 공공기관에 약 2~4km마다 설치돼 있어요. ‘레벨측량기’라는 기기를 통해 높이를 재지요. 또 삼각점은 전국에 약 1만 7000개 정도가 있는데, 거리를 재려면 우선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주로 산꼭대기와 같이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요.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집 근처 공공기관에도 수준점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한 번 찾아보세요.
측량학의 시작은 기하학!
지표면에 있는 모든 점의 위치를 정하고, 땅의 넓이와 모양을 정확하게 재는 ‘측량학’의 역사는 무려 5000년이 넘는다. 토지의 면적을 재고, 강물의 범람을 예측하는 측량은 고대 문명의 발달에 필수였기 때문이다.
기하학을 뜻하는 'Geometry'가 땅을 뜻하는 ‘Geo'와 잰다는 뜻의 'metry'를 합한 단어이듯, 기하학은 측량을 토대로 시작되었다. 고대의 수학자들은 대부분 측량을 연구했는데, 지구의 크기를 측량한 에라토스테네스가 대표적이다.
측량 원리의 핵심은 ‘삼각형’
그렇다면 전국에 무려 30000개나 있는 기준점으로 어떻게 특정한 위치의 높이나 위치를 재는 걸까? 알고 있는 기준점의 정보를 통해 모르는 곳의 정보를 계산하는 방법의 핵심 원리는 바로 ‘삼각측량’이다. 그리고 삼각측량에는 ‘삼각형’의 성질이 들어 있다. 독자기자들은 국토지리정보원 바깥에 있는 수준점과 삼각점을 직접 확인한 후, 국토측량과의 문지영 연구원으로부터 자세한 원리 설명을 들었다.
“기준점을 이용해 모르는 곳의 지리 정보를 계산할 때 ‘삼각측량’을 이용하는데, 여기에 ‘삼각형의 성질’이 쓰입니다. 삼각형에서는 두 변의 길이와 끼인 각을 알면 나머지 변의 길이를 알 수 있고(그림❶), 또 한 변과 양쪽에 끼인 두 각을 알 때에도 나머지 꼭짓점의 위치를 알 수 있거든요(그림❷). 평면에서 위치를 결정지어 주는 기준점인 삼각점의 경우에 특히 이 삼각형의 원리를 통해 알고자 하는 위치의 정보를 계산합니다. 쉽게 말해 국토를 잘게 삼각형으로 쪼갠 다음, 기준점을 포함하는 삼각형을 만들어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거예요.
수준점을 이용해 높이를 측정할 때에는 '레벨측량기'라는 장비를 이용합니다. 이 장비는 평행한 곳만 볼 수 있는 장비예요. 높이를 알고 싶은 지역에 레벨측량기를 설치한 후, 해수면을 기준으로 높이($a$)를 잽니다. 그런 다음, 레벨측량기가 설치된 곳의 높이($b$)를 빼면 땅의 높이($h$)를 구할 수 있어요(그림❸)."
지금은 첨단 지도 시대!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지도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정확한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독자기자들은 지리정보과 이지훈 연구원의 설명을 들은 후 전국의 기준점을 관리하는 전산실과 지도제작 현장을 살펴봤다. 또한 다양한 지도를 전시해 놓은 지도박물관을 견학하는 시간도 가졌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직접 전국을 누비면서 측량한 값을 기초로 지도를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1990년대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가 도입되면서 지도 제작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요즘은 카메라가 달린 비행기로 찍은 사진을 기반으로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이때 한 곳을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으면 더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을 ‘항공삼각측량’이라고 합니다. 원리는 삼각측량과 같지요.
이렇게 항공촬영을 통해 얻은 사진에 국토측량과에서 계산한 국토 정보가 더해져요. 또 장비가 측정할 수 없는 건물 명칭이나 지명 등은 직접 사람이 현지에서 조사한 다음,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지도를 완성하지요.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최근 변화한 국토의 정보를 지도에 빨리 반영하기 위해 2년마다 주기적으로 지도를 수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보는 지도는 모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만든 지도를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반의 전자 지도는 물론, 현실 공간과 거의 똑같은 3차원 지도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대축척 지도 VS 소축척 지도
축척이란 지도에서의 크기와 실제 지표에서의 거리 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1 : 25000 지도는 25000cm를 지도에서 1cm로 나타낸 지도이다. 일반적으로 1 : 5000에서 5000보다 숫자가 작은 지도를 대축척 지도라고 한다. 좁은 지역을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소축척 지도는 넓은 지역을 간단히 나타낸 지도이다. 대한민국 전도는 소축척 지도에 해당한다.
Σ 진로정보
측량 및 지도 전문가가 되려면?
정확한 국토를 측량하고 지도를 제작하는 일은 국민과 국가 차원의 주요한 업무임에 틀림이 없다. 이와 같은 일을 하는 측량 및 지도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또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국토지리정보원 전문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측량 및 지도 전문가에게 필요한 자질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학자로 이뤄져 있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이나 수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특히 측량이나 지도와 관련된 일에는 전반적으로 수학의 원리가 많이 쓰이고 있다. 수학에서도 기하학에 대한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또한 작은 실수나 오차도 큰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꼼꼼하고 정확한 성격이 유리하다.
★관련학과
측량이나 지도 제작과 관련된 학과로는 토목공학과, 공간정보공학과, 지리학과, 지구과학과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공간정보공학과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간정보기술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위해 약 10년 전부터 신설됐다. 토목공학과에서 배우는 측량을 기반으로 고도의 공간정보와 관련된 지리정보체계(GIS), 위성측위체계(GPS), 사진측량, 원격탐사 등의 분야에 관해 공부한다. 이외에도 지리학이나 지구과학, 토목공학에서도 세부 전공으로 측량이나 지도 제작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다
★공간정보공학의 전망
측량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정보기술 분야는 21세기 주목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오늘날에는 제한된 공간자원을 활용해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기 위해 도로, 건물, 녹지 구축, 주택 보급과 같은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업에 국토 정보를 구축하는 공간정보공학은 필수다. 측량 및 지도 제작 전문가는 국토지리정보원과 같은 정부기관이나, 항공측량과 지리정보를 다루는 기업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