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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사고로 의사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강시영은 궁핍한 형편 때문에 잠깐 청일교도소 의무관 자리를 맡는다. 그런데 그곳에서 지금까지 봤던 어느 의사들보다 더 뛰어난 재소자 수인번호 6238을 만난다. 보아하니 천재 의사인 것 같은데 그는 왜 교도소에 있는 걸까?

 

단 10초. 수인번호 6238이 환자의 병명을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 충분한 시간이다. 마치 눈에 스캐너를 달고 있는 것처럼 빠르게 진단을 내린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료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도 교수라도 된 마냥 강시영이 내리는 진단에 하나하나 태클을 걸고, 뜬금없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해달라고 한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주변에서 들리는 무성한 소문에 강시영은 교도소 내 재소자들의 파일을 열었다. 검색창에 6238을 입력했더니 그의 이름은 차요한, 전직 의사에 죄명은 ‘살인’이란다. 3년 전 말기 항문암 환자에게 치사량의 진통제를 투여해 안락사 시켜 복역 중이라는 것이다. 차요한에게 이 일을 물었더니 낫게 하지도 못할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만든 거라고 설명했다. 차요한은 확고한 신념 아래 안락사를 실행했다. 이 일을 이유로 그를 의사가 아니라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어떤 환자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사실 강시영도 차요한과 비슷한 경험이 있다. 등산 중 높은 곳에서 떨어진 아빠와 함께 구조를 기다리다 희망을 잃은 아빠의 고통을 덜어주자 결심하고 처치를 그만뒀다. 이후 자신이 아빠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환자를 치료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레지던트 2년 차에 의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차요한을 보며 그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그처럼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 과연, 강시영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2019년 7월부터 방영 중인 ‘의사요한’은 차요한이 강시영과 함께 환자의 통증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단순한 의학 드라마는 아니다.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과는 또 다른 고통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어떻게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는지,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는지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며 수학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만나보자.

 

의사요한, 요진율을 넘어서 진단하라!

강시영이 교도소 의무관으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환자가 찾아온다. 재소자 수인번호 5353 박정보 환자다. 배가 아프고 열이 난다며 자주 의무관을 찾아 교도소 사람들은 꾀병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차요한은 박정보 환자가 11만7000명 중 1명 꼴로 아픈, 확률이 0.00001도 안 되는 희귀병인 파브리병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에서 파브리병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천재 의사 차요한이 틀린 걸까?


‘병을 앓고 있는데 검사 결과 양성이라고 정확히 진단할 확률’과 ‘병을 앓고 있지 않은데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정확히 진단할 확률’, 두 가지의 진단 정확도가 모두 99%라고 할 때, ‘음성 소견이 나왔지만, 실제로 병을 앓고 있을 경우’의 오진율은 얼마나 될까?


이 값은 ‘베이즈 정리’를 이용해 구할 수 있다. 베이즈 정리는 이전 경험과 현재 증거를 토대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추론하는 이론이다. 18세기 영국의 수학자 토마스 베이즈가 발표한 이후 1950년대부터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데 쓰인다. 


오른쪽 표의 계산 결과를 보면 검사의 정확도가 99%일 경우, 진단 결과가 음성이지만, 질병을 앓고 있을 확률은 0.0000001로 0.00001%의 확률밖에 되지 않는다. 검사의 정확도를 50%로 낮춰 계산해도 0.001% 정도로 굉장히 낮은 값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확률로, 확률값이 0이 아닌 이상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도 병을 앓고 있을 수 있다.


희박한 경우이긴 하지만 의사요한에서도 박정보 환자는 조직검사 결과와 달리 파브리병인 것으로 밝혀진다. 조직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박정보 환자의 가족 중에 유전병인 파브리병을 앓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내 파브리병으로 진단을 내린다. 차요한은 보기 드문 희귀병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단해 환자를 살리는 데 성공한다.

 

 

의사에겐 메스? 매스가 도와줄게!

 

환자에 쉽게 감정이입하는 강시영은 스승인 차요한과 달리 환자의 상태를 냉철하게 판단해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일상적인 통증이 반복되는 환자는 더욱 그렇다. 이런 강시영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수학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 등 통증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원인을 찾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먼저 효과적으로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뉴욕대학교 수학과와 미국 미시간대학교 분자및행동신경과학연구소의 공동연구팀은 통증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통증 정도에 따라 환자의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측정했다. 그 결과 낮에 약하고 한밤중에 세지는 통증의 숨겨진 리듬을 찾아냈다. 이를 이용해 수학 모형을 만들어 통증의 강도와 빈도를 예측했다. 


통증을 미리 예측하면 대처하는 것도 쉬워진다. 통증이 강해지기 직전에 약물을 투여하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암이나 치아 이상 등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은 방사선량이 다소 높아 유아나 노약자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량을 줄여서 얻은 희미한 영상을 깨끗하게 만들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딥러닝 기술을 사용해 CT 영상을 학습시키고, 영상에서 필요 없는 부분들을 제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CT 영상의 화질을 개선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만들어 진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학은 질병의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의약품 개발에도 사용된다.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학 모형을 통해 신약 개발의 걸림돌이었던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신약을 개발할 때는 사람에게 직접 시험하기 전 쥐 등의 동물에게 미리 투여해 실험한다. 기대하는 효과와 부작용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지만, 동물과 사람 간의 약효 차이가 있어 문제였다. 그래서 연구팀은 수면 장애를 치료하는 약물로 약효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연구했다.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가상 실험에 실제 실험을 합쳐 연구한 결과, 동물과 사람 간의 차이는 각각 야행성, 주행성으로 빛 노출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빛 노출을 조절하면 동물에서 보였던 동일한 효과를 사람에게도 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약학 분야 외에도 수학은 감염병 확산을 예측하거나 치료 후 성공률을 예측하는 등 의료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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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홍아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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