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불심에 담긴 수학을 찾아 황금의 땅 미얀마로



밍글라바~. 황금의 땅 미얀마 여행에 초대합니다.

미얀마는 군사독재 때문에 오랫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며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미얀마에도 개방의 바람이 불면서 다른 나라와 점점 더 많이 교류하고 있습니다.

쉐다곤 파고다★의 76캐럿 다이아몬드

비행기에서 양곤 시내를 내려다보면 점점이 반짝이는 수많은 불탑을 볼 수 있어요. 한때 미얀마에는 400만 개의 불탑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양곤의 상징이자 미얀마의 자존심인 쉐다곤 파고다로 가볼까요?

쉐다곤 파고다의 입장료는 8000짯(한화 약 8000원).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와 화려함을 보고는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불교 성지순례지로도 유명한 쉐다곤 파고다는 외벽에 붙은 금판의 무게만 60톤이 넘는다고 해요. 게다가 파고다 꼭대기에 서 있는 10m 높이의 티(Hti, 우산모양 장식)에는 76캐럿 크기의 대형 다아이몬드를 비롯해 총 2100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5448개, 루비, 사파이어, 토파즈 등 보석 2317개, 금종 1065개, 은종 420개가 달려있다고 하네요.

도대체 7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얼마나 클까요? 다이아몬드의 무게는 캐럿(ct)으로, 단면의 크기는 밀리미터(mm)로 나타낸답니다. 그런데
닮음인 입체도형에서 부피의 비는 닮음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다이아몬드의 크기를 나타내는 아래 표를 보고 계산해보면 캐럿과 지름의 길이를 통해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요. 결국 76캐럿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1캐럿 다이아몬드보다 3 76배 더 큰 것이지요.





실제로 쉐다곤 파고다의 티를 장식하는 76캐럿 다이아몬드의 모양은 정사각형입니다. 1캐럿짜리 정사각형 다이아몬드의 크기가 보통 6.0×
6.0mm니까 76캐럿짜리 정사각형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약 25.4×25.4mm정도가 되는군요. 한 변의 길이가 약 2.5cm 정도라니 기대한 것만큼 엄청크지는 않네요.

파고다를 천천히 돌아보니 부처님께 붙일 금박을 파는 상점들이 보였어요. 금박으로 뒤덮여 눈, 코, 입 등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는 불상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심이 깊은 미얀마 사람들에게 불상에 금박을 붙이는 일은 부처님에게 새 옷을 입히는 일이고, 현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시★라고 합니다. 연 소득 1400달러(약 150만원)가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 미얀마. 고단한 하루일을 마치고 부처님 앞에 서서 꽃을 바치고 금박을 입히는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금박을 붙여야 이렇게 부처님 얼굴의 형체가 사라지는 걸까요? 금박한 장은 작은 숨결에도 날아가 버릴 만큼 얇고 가벼운데 말이죠. 금박 한 장의 무게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미얀마의 북쪽 도시 만달레이로 향합니다.


만달레이에서 금박의 비밀을 밝혀내다

야간 버스로 10시간을 달려 만달레이에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요. 5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인 미얀마의 우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봐요. 흙물이 튀는 거리를 걸으며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참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얼굴에 타나카★를 바르고 신기한 듯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던 미얀마 사람들에게 저 같은 외국인은 무척 낯선 모양이에요.

그렇게 사람 구경을 하며 걷다보니 멀리서 규칙적으로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금박을 만드는 공장에 가까워졌어요. 공장에 들어가서 금박 만드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았어요. 코코넛껍질에 작은 구멍을 뚫어 만든 물시계가 정말로 3분 만에 가라앉는지, 3분 동안 망치를 몇 번이나 내리치는지 측정하며 있는데, 직원 한 분이 저에게 금박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줬어요.

먼저 12g의 금덩어리를 뜨겁게 달궜다 식히길 반복하며 기계에 넣고 길이 5m의 금띠로 만들어요. 그런 다음 금띠를 200조각으로 잘게 잘라 대나무 잎 사이에 하나씩 끼워 넣지요. 대나무 잎 수백 장을 가죽으로 감싼 다음 단단하게 묶으면 망치질이 시작됩니다. 3분씩 10번에 걸쳐 일정한 속도와 강도로 대나무 잎을 두드리면 네모 모양이던 금박이 둥글고 얇게 펴져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둥글게 펴진 금박을 다시 6개의 조각으로 잘라 대나무 사이에 끼워넣어요. 그런 다음 다시 30분간 두드려 크기가 커지면 대나무 잎을 더 큰 것으로 바꿔 끼워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5시간을 두드려야만 비로소 마지막 단계의 금박이 완성됩니다.

마지막 단계의 둥근 금박을 정사각형 모양의 금박으로 만드는 것은 손놀림이 섬세한 여인네들의 일이에요. 금박이 워낙 얇아 작은 숨결에도 쉽게 모양이 흐트러지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니 둥근 금박 1장으로 보통 4장 정도의 정사각형 금박을 만들 수 있었어요.

금박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니 쉐다곤 파고다에서 제가 샀던 금박 한 장의 무게를 알 것 같았습니다. 12g의 금덩이를 200개의 금띠 조각으로 나누고 다시 펴서 6등분을 한 다음 다시 4개의 정사각형 금박으로 만들었으니 결국 하나의 금박은 그 무게가 약 0.0025g인 거예요. 저울로도 잴 수없을 만큼 가벼운 금박의 무게. 그러나 ‘부처님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금박을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니 금박이 결코 가볍게 보이지만은 않더라구요.
고대 도시에서 미얀마인의 지혜를 배우다

미얀마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드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는 버간이지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버간에는 약 3500여 개의 파고다가 곳곳에 있습니다. 버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난다 파고다, 가장 오래됐다고 하는 부 퍼야, 일출과 일몰로 유명한 쉐산도 파고다 등 수많은 사원이 있지만 저는 제일 먼저 쉐지곤 파고다로 향했습니다.

‘황금모래 언덕의 파고다’라는 뜻의 쉐지곤 파고다는 커다란 황금 종 모양을 하고 있어요. 다른 미얀마 사원의 원형이 됐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 사원은 부처님의 머리뼈와 앞니 사리를 가져오던 코끼리가 멈춘 자리에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원에는 왕이 고개를 들지 않고도 티장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물웅덩이가 있다고 해요. 쉐지곤 파고다를 천천히 돌다보
면 사람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어느 한 지점을 내려다보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바로 물웅덩이가 있어요. 물웅덩이에 비친 티 장식을 보려면 위치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데 앉아서 볼 때가 더 잘 보였어요. 앉아서 보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게 되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까지 생기던걸요.

문득 이 물웅덩이를 만든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졌어요. 과연 어느 지점을 의도하고 이 물웅덩이를 만든 걸까요? 물웅덩이를 통해 티 장식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눈과 물웅덩이를 이은 선이 지면과 약 45°를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눈과 물웅덩이와 발끝은 직각이등변삼각형을 이루는 세 꼭짓점이 된다는 것이지요. 곧 물웅덩이로부터 자기 키만큼 떨어진 위치에 서면 티 장식이 보인다는 뜻이에요.

또, 삼각형의 닮음을 이용하면 물웅덩이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데, 정사각형 모양의 사원 밑면 중심으로부터 사원의 높이만큼을 한쪽 변에 수직인 방향으로 이으면 그 끝 지점이 바로 물웅덩이의 위치가 됩니다. 과연 이 물웅덩이를 처음 만든 사람이 이런 원리를 이용해 위치를 정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물웅덩이 하나로 모든 이의 머리를 숙이게 만든 지혜로움이 참으로 멋있었습니다.

짜잇티요 불탑의 신비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골든락(황금 바위)’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짜잇티요 불탑입니다. 바간에서 10시간 버스를 타고 양곤으로 돌아와서 다시 왕복 8시간의 버스와 1시간 반의 산악 트럭을 타야만 다녀올 수 있는 험난한 곳. 미얀마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다녀오고 싶어 한다는 성지 중의 성지입니다. 마음이 설레서인지 저는 고된 여행이 달게만 느껴졌어요. 그렇게 청룡열차 같은 산악 트럭을 타고 도착한 짜잇티요의 골든락.

정말로 놀라웠어요. 분명 바위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저렇게 우뚝 서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바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몸을 낮추어 하단의 돌과 맞닿은 부분도 유심히 관찰해보았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미얀마 사람들은 저 바위가 굴러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불탑 꼭대기에 모셔진 부처님의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믿어요.

게다가 불탑이 세워진 바위와 하단의 돌은 서로 붙어있지 않고 붕 떠있다고도 주장해요.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실제로 얇은 대나무를 가지고 바위의 밑을 훑으면 대나무가 그 두 돌 사이를 통과한다고 합니다. 또한 미얀마에서는 그 동안 수 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났었지만 저 바위만큼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요. 보지 않았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보고 나니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짜잇티요 불탑을 보고 나서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바위가 굴러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위대한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수’라고 말을 했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수학으로 풀지 못할 신비함이 많이 남아 있다고도 믿고 싶어졌습니다. 믿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믿음으로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면 믿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미얀마 여행. 저에겐 수학 여행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불심으로 매일 매일 마음이 정화되는 맑은 눈을 가진 미얀마 사람들이었어요. 순수함을 잃지 않은 아름다운 미소와 그들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면 미얀마로 오세요. 마음이 행복해질 거예요.
 

2015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문태선 베트남 호치민 시 한국국제학교 수학교사
  • 사진

    문태선 베트남 호치민 시 한국국제학교 수학교사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문화인류학
  • 종교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