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에서 생동감 넘치는 보색 대비로 제작된 게임을 알아봤어요. 이번에는
‘흰색, 회색, 검은색’의 무채색을 이용해 흑백영화 느낌이 물씬 나는 게임을 알아봅시다.
색은 크게 유채색과 무채색으로 나뉩니다. 빨간색, 노란색 등 색상이 있는 색을 유채색이라 하고, 흰색이나 회색, 검은색처럼 밝고 어두운 명도의 차이만 있는 색을 무채색이라 합니다.
흔히 빨강은 열정을 연상시키고, 파랑은 차가움이나 고독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유채색은 색깔별로 특유의 감정이 들게 합니다. 한편 무채색은 유채색과 달리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중립적이지만 명도에 따라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흰색에 가까운 무채색일수록 순결함, 가벼움, 신비함, 정직함 등의 느낌을 자아내고,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묵직함, 공포, 권위, 우아함 등의 느낌을 주죠.
무채색만을 이용해 제작한 게임은 어떨까요? 알록달록한 그래픽으로 눈길을 끄는 게임 세계에 그런 게임이 있을까 싶겠지만, 실제로 존재합니다. 덴마크의 게임개발기업 ‘플레이데드’에서 2010년에 공개한 액션어드벤처 게임인 ‘림보(LIMBO)’가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는 2011년에 출시됐습니다.
림보는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숲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각종 함정과 괴물들의 위협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여동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림보의 화면은 검정에 가까운 무채색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또 게임 속 사물의 세부 모양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고 실루엣만 표현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했죠. 이 때문에 게임을 하는 사람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게 되고 미스테리한 느낌을 받습니다.
림보에서는 공간감을 표현할 때도 무채색을 활용합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볼 때 화면에서 매우 가까운 공간은 낮은 명도(저명도) 영역의 무채색인 검정 계열의 색으로 표현했으며, 멀어질수록 점차 명도가 높아집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검정에서 회색, 흰색까지의 변화는 거리에 따라 일정한 질서와 단계에 맞춰 이뤄집니다. 이렇듯 공간감이 뒤엉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같은 거리에 있는 요소를 같은 색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또 가까이 있는 사물은 자세하게, 그리고 뒤로 갈수록 흐릿하게 그려야 더욱 효과적으로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흐릿함을 표현하는 회색의 단계가 많을수록 그래픽의 깊이감이 다양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채색에 색상을 살짝 더해주면 또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반영해 플레이데드는 2016년 림보의 후속작 ‘인사이드’를 내놨습니다. 여러분이 무채색으로 게임을 기획한다면 어떤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싶나요? 이미 있는 게임을 무채색으로 바꿔도 좋고 새롭게 게임을 디자인해도 좋습니다. 독창적이면서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폴리매스에 보내주신 분들께 선물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