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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한 명이며,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데이비드 호크니를 소개합니다. 수영장 그림을 많이 그려 '수영장 화가'로 유명하지만 기분 좋아지는 생삭의 사용과 독특한 공간 표현으로  명성이 자자한 화가입니다. 호크니의 그림 속으로!

 

“세상 모든 피사체의 매력과 특징은 열심히 관찰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림값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작품들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평범해 보이는 이미지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수없이 오래 관찰하고 끊임없이 그리며 공들인 결과가 담겨있기 때문일 겁니다. 


196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호크니는 일 년 내내 내리쬐는 따스한 햇빛, 끝없이 뻗어있는 드넓은 해변이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돼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합니다. 도시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다니며 유명한 수영장 시리즈를 그렸고, 두 사람이 등장하는 독특한 초상화 방식도 구축합니다. 


먼저 여기 전시된 ‘더 큰 첨벙’을 보세요. 직접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그린 작품인데요, 호크니는 광택이 풍부하고 얇게 발리는 아크릴 물감으로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담았습니다. 배경은 다소 건조하고 정적이지만, 물의 움직임 만큼은 역동적이고 생생합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호크니의 그림들은 예술성과 대중성은 물론 상업성까지 인정받습니다. 특히 1972년 작품 ‘예술가의 초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은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세계 최고 경매로 꼽히는 영국 ‘크리스티’에서 무려 9030만 달러, 한화로 약 1019억 원에 그림이 낙찰됐거든요. 만약 다른 방식으로 경매가 진행됐다면 그림의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요? 

 


 


영국식 경매라서 비싸졌다?


경매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입찰 가격을 공개하는 ‘영국식 경매’와 ‘네덜란드식 경매’가 있는데요, 영국식 경매는 골동품이나 예술품 거래에서 많이 이용합니다. 호크니의 그림을 경매한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사가 여기에 해당하지요. 경매 참가자들은 본인이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가격까지 서로 경쟁하며 가격을 높여 부릅니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없다면, 마지막으로 가격을 부른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지요. 


반면 꽃이나 생선 경매에서 주로 쓰이는 네덜란드식 경매는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 점점 가격이 내려갑니다. 원하는 가격까지 낮아지면 멈춰 물건을 삽니다. 이론적으로 100만 원에 판매를 시작한 물건을 1만 원에 살 수도 있지만, 그전에 다른 경쟁자들이 가져갈 수 있으니 마냥 마음 놓고 기다릴 수는 없겠죠.


‘최고가 경매’와 ‘차고가 경매’는 비공개로 가격을 써내는 방식입니다. 최고가 경매는 각자 다른 사람 모르게 가격을 써내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물건이 낙찰되는 방식입니다. 참가자들은 물건을 얻겠다는 욕심에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부르기 쉽죠.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비크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고가 경매 방식을 고안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습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물건을 주되, 두 번째로 높게 나온 가격에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그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르는 상황이 억제되지요. 


이런 경매는 수학의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론은 한 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어떤 전략이 가장 좋은지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입니다. 모든 게임 상황에는 최선의 전략이 있습니다. 영국식 경매와 차고가 경매는 게임이론으로 따져보면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모두 본인 스스로 평가하는 가격을 진실하게 써내는 게 최선의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호크니 그림 구매자의 신원은 관례대로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그림 구매자가 게임이론에서 최선의 전략인 진실한 평가 가격으로 낙찰 받았기를 바랍니다.

 

 

움직이는 초점으로 만든 새로운 공간 


경매 이후 전 세계 미술시장은 떠들썩해졌습니다. 호크니를 향한 관심이 더 많아지며, 다른 작품들까지 다시 조명될 정도였지요. 여기 무한히 뻗어있는 나무를 그린 대형 작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을 보세요. 이 작품은 왜곡된 시점과 시간의 흐름을 한장면으로 담아내기 위해 50개의 캔버스를 사용했습니다.  


호크니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한 그림 속에 수많은 시점을 담아 ‘움직이는 초점’이라 지칭했습니다.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2차원 평면에 어떻게 재현할지 고민한 끝에 나온 작품이죠. 호크니는 3차원을 어떤 형태로든 형식화하고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3차원을 표현한다고 평면이 없는 것처럼 가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호크니 특유의 선명한 색감이 다양한 패턴과 어우러져 호크니만의 새로운 공간이 탄생합니다.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의 조합은 생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버리지요. 호크니의 새로운 공간 표현과 인상적인 색의 사용은 이후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뿐아니라 호크니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데 동기가 됩니다.

 

첨단 기기에 빠져든 화가


호크니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60년 동안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갑니다. 한때는 대상을 여러 번 사진 찍어 콜라주로 만들어 마치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그림을 그렸으며, 빈센트 반 고흐와 파블로 피카소를 동경해 그들을 오마주한 작품도 다수 그렸습니다. 


2009년 초여름 어느 날에는 오늘 새벽을 보여주겠다며, 동료에게 그림 한 장을 전송했습니다. 옅은 분홍색과 자주색, 살구색 구름이 어우러져

여름 아침의 첫 햇살을 받은 해안을 그린 그림은스마트폰을 이용해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윌리엄 터너가 깨지 않고 잠들 수 있었을까요?”


호크니는 그림이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훌륭한 화가는 우리 주변 세상을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더 흥미롭고 불가사의하게 만들어준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그 일이 바로 화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현재 8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미디어와 장르에 도전하며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화가로써 할 수 있는 깊은 고민을 그림 속에 온전히 담아낸 것이 호크니의 가치를 더욱 높인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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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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