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안혜연 사이버보안경영연구소 연구원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위셋) 소장으로 임명됐다. 안 소장은 LG데이콤, 삼성SDS, 파수닷컴, 시큐어소프트 등 벤처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넘나들며 20년 넘게 SW 산업현장에서 일한 보안전문가다. SW 업계의 성장을 이끈 안 소장이 이제는 위셋에서 이공계 후학을 도울 예정이다. 안 소장을 만나 보안전문가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보안 회사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보안 솔루션 개발과 보안 컨설팅 서비스 제안을 해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SW에는 보안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SW인 보안 솔루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PC에는 ‘백신’이 있고, 네트워크에는 ‘파이어월’이라는 보안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모바일은 물론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모든 SW에는 보안 솔루션이 필요해요. 문제는 각각 다른 보안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새로운 SW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보안 솔루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SW 업계에 뛰어드셨나요?
수학과 석사 졸업 후 LG데이콤(구 데이콤)에 입사했어요. 최첨단 기술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일을 경험했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입사할 당시 100명 규모였던 회사가 5년 만에 만 명 단위의 대기업이 됐어요. 회사 규모가 커지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져 아쉽더라고요. 전문성을 갖춰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공부했습니다.
보안 회사는 어떻게 다니게 됐나요?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삼성에서 유학생 대상으로 채용을 염두해 둔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때 인연으로 박사 졸업 후 ‘삼성SDS’에 입사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앞선 기술을 공부해 전공을 살려 할 일은 없었어요. 그러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그러다 문득 ‘인터넷을 쓰면 보안이 문제’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보안이 뭔지 아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공부하고, 주변 사람에게 알려줬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보안전문가가 돼 있었습니다.
보안에서 수학이 중요한가요?
수학이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SW 기술은 수학을 기반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지금 대세 산업 분야인 AI나 머신러닝만 봐도 모두 수학적인 알고리즘으로 시스템이 작동하지요. 공학 분야는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파고들수록 고등 수학이 요구됩니다. 학문적으로 쓰지 않아도 수학은 중요해요. 컴퓨터가 수학을 기본으로 이뤄진 것이니 컴퓨터를 이해하려면 수학적인 사고와 논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보안 분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보안은 SW에서 영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SW 를 따라가는 그림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보안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모든 걸 새로 공부해야 해요. 매번 새로 공부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지만, 늘 색다른 걸 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 자체로도 정말 흥미로운 일이고요. 우리가 SW 기술을 이용하는 한 보안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테니 보안 업계의 전망도 매우 밝아요.
자신에게 맞는 SW 회사를 어떻게 찾나요?
우선 현장으로 가는 게 중요해요. SW 분야가 매우 넓으니 직접 경험해 보고 본인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야 해요. 저도 무선 네트워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보안 분야를 다룰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일단 지금은 당장 구체적으로 무엇을 전공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SW에 관심을 가지세요.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는 무엇인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는 원리는 무엇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하면서요. 게임을 하더라도 ‘이 게임의 요소는 어떻게 만든걸까?’와 같은 원리에 호기심을 갖고, 조금씩 알아가면 도움이 될 거예요.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그 안에서 네트워크, 시스템, 보안 등 다양한 SW 중 어떤 분야를 전공할지는 살면서 결정할 문제니까요.
이공계 여학생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현장에서 수적으로 불리한 이공계 여성이었지만, 결혼과 출산을 하며 SW 기업의 임원까지 지냈어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진 못하더라도 여러 장애물로 주저하는 여학생들에게 저와 같은 성공 사례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