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외에도 눈과 귀, 손과 발, 쌍둥이 등 우리 주변엔 한 쌍으로 이루어진 똑같이 생긴 물건들이 많다. 이중 수학적으로 똑같은 건 무엇일까? 수학에서 똑같다는 것은 무엇인지, 똑같은 것을 어떻게 표기하는지 알아보자.
합동 기호 ≡의 원조, 라이프니츠
양쪽 눈도 거울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크기가 다르고, 일란성 쌍둥이도 자세히 보면 키나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똑같다’는 말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수학에서 똑같다는 말은 어떻게 표현할까? 수학에서는 도형이나 식이 같은 경우 각각 합동과 등호로 표현한다.
우선, 합동은 모양과 크기가 똑같아서 서로 완전히 포개어지는 도형을 말한다. 기호로 ‘≡’를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삼각형 ABC와 삼각형 DEF가 합동이면 △ABC ≡ △DEF라고 쓴다.
기호 ≡는 어떻게 합동을 나타내는 기호로 쓰이게 된 걸까? 사실 19세기까지만 해도 합동을 나타내기 위한 기호로 ≡보다 ≅를 더 많이 사용했다. 기호 ≅는 1824년 독일의 수학자 칼 몰바이데(1774~1825)가 처음 사용했다. 그런데 칼 몰바이데 역시 이 기호를 독창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1710년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사용한 기호 ≃에서 따왔다.
기호 ≡를 처음으로 사용한 건, 1801년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였다. 하지만 가우스는 지금처럼 도형의 합동이 아닌 ‘정수론에서의 합동’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를 사용했다. 정수론에서의 합동은 대수학의 개념으로 고등수학에서 배운다. ‘두 정수 a, b에서 그 차가 정수 m으로 나누어 떨어질 때 a, b와 m을 법으로 하여 합동’이라고 하며, 이를 ‘a≡b(mod m)’이라고 쓴다. 즉, 기호 ≡는 정수론에서의 합동으로 주로 사용되다가, 점차 도형의 합동을 나타내는 데에도 쓰이게 되었다. 한편, 모양은 같지만 크기가 다른 도형은 ‘닮음’이라고 한다. 어떤 도형을 일정한 비율로 키우거나 줄이면 처음 도형과 ‘닮음’인 도형을 만들 수 있다. 도형의 닮음을 나타낼 때는 기호 ∽를 사용하는데, 이 기호 ∽의 원조 역시 라이프니츠로 보인다. 라이프니츠는 1679년 한 원고에서 닮음을 나타내기 위해 또는 이와 상하가 반대인 ∼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라이프니츠는 ‘닮음’이란 뜻의 라틴어 similis의 첫 자인 S를 변형해 닮음 기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원고가 현재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를 썼는지, ∼를 썼는지는 확실치 않다.
궁정 주치의가 만든 등호 =
둘 이상의 수나 식이 서로 같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등호 ‘=’를 사용한다. 등호의 원조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의사인 로버트 레코드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도 궁정에 초빙돼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의 주치의를 지낼 정도로 유능한 의사였다. 또한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영국 최초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이해하고 이를 주장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여러 권의 수학책을 출간했는데, 1557년에는 영국 최초의 대수학책인 <;지혜의 숫돌>;을 썼다. 바로 이 책에서 세계 최초로 등호 =를 사용했다.
로버트 레코드의 등호는 현재의 등호보다 매우 긴 형태인데, 그는 자신의 책에 등호 =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 ‘같다’는 단어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길이가 같으면서도 평행해 마치 쌍둥이같은 두 직선〓을 사용할 것이다.…”
이 글은 수학에서 기호가 만들어진 이유와 그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다.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긴 문제도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기호는 언어에서 발생하는 오해의 소지도 없앨 수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쓰이는 ‘똑같다’는 말은 사실 완전히 똑같지 않을 때에도 많이 쓰이지만, 수학에서 ≡, = 기호가 쓰였다면 절대적으로 같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