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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SNS와 유튜브에서 ‘서울대 파티 영상’, ‘수학 인싸들이 노는 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무대에서 공연 중인 댄서, 춤추는 관객, 화려한 조명 등 언뜻 보면 평범한 파티 영상같지만,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무대 위 큰 전광판에는 코사인 그래프와 원주율, 사분면, 정규분포 등 수학 시간에 배우는 개념이 잇달아 나타나고 댄서들은 음악에 맞춰 이 개념을 표현하는안무를 선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영상은 SNS에서 6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수학 인싸 이과생들이 파티를 열었나보다”라고 추측했다. 과연 이 파티의 정체는 무엇일까? 2018년 12월 22일 열린 이 파티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기획한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 행사로 대중에게 과학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다.

 

연극과 마술, 버스킹 공연 등의 활동을 통해 과학 을 전달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과학 퍼포머가 2014년부터 매년 공연을 열고 있다. 소극장 연극, 호러쇼, 디너쇼 등 매번 다른 공연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파티로 진행했고 현재까지 공연 중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수학으로 추는 춤, 매스 댄스!

 

파티에서 했던 50여 가지 퍼포먼스 중에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수학 개념을 춤으로 표현한 ‘매스 댄스’다. 홍성현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파티에서는 춤을 빼놓을 수 없는데, 덧셈과 뺄셈을 춤으로 표현한 영상이 떠올라 매스 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홍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먼저 유튜브에서 ‘아이돌 춤’, ‘따라 하기 쉬운 춤’으로 검색해 나온 영상을 보며 쉽고 중독성 있는 안무를 모으고, 수학 개념 중 덧셈, 뺄셈보다 수준이 높으면서 이공계가 아닌 사람도 알만한 것을 추렸다. 그리고 수학 개념과 어울리는 안무를 짝지은 뒤 조금씩 바꿔 매스 댄스 안무를 완성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무대에서 직접 춤을 춘 홍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 해줘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춤을 췄다”며, “반응이 워낙 좋아 다른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올해 만 하기 아깝다는 의견을 줬다”고 밝혔다. 덧붙여 “2018년 화제가 된 리만 가설 뉴스를 보고 수학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스 댄스를 수학 ‘인싸’들이 추는 춤이라고 여겨도 된다. 해외에서는 학생들과 수학 교사, 심지어 수학자도 매스 댄스를 즐기기 때문이다. ‘매스댄스’라는 분야가 따로 있는 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춤을 어떤 목적으로 추는 건지 정확히 할 수 없지만, 보통 덧셈, 뺄셈, 로그, 함수, 대칭 같은 수학 개념을 춤으로 추면서 재밌게 배우거나 말로 설명하기 힘든 추상적인 수학 개념을 춤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뜻한다.

춤으로 수학을 배우면 공식을 쉽게 외우거나 수학에 흥미를 높여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 성적이 오르기도 한다. 2018년 미국 헤이워드중학교 수학 교사인 제이미 요르겐슨은 수학 공식
을 춤으로 가르친 결과 8학년 40명 중 23명이 학력평가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7학년 전원이 평
가 기준을 넘겨 화제가 됐다.

 

매스 댄스 전문 춤꾼도 있다!

수학으로 춤을 추는 전문 댄서도 있다. 칼 섀퍼 미국 디 안자 칼리지 수학과 교수는 에릭 스턴 미국 웨버주립대학교 무용학과 교수와 함께 미국에서 대표적인 ‘매스 댄스’ 듀오로 꼽힌다. 1980년대부터 무용단을 만들어 ‘햄릿’, ‘공룡의 멸종’ 같은 무용공연을 함께 해온 두 사람은 어느 날 수학
을 춤에 접목시켜 보기로 하고 여러 가지 안무를 짜서 ‘섀퍼 박사와 스턴 씨: 수학으로 춤추는
두 남자’라는 이름의 공연을 선보였다.
수학을 춤으로 표현한다는 독특함 때문에 금세 화제가 된 이 공연은 지금까지 북미 지역의
극장, 학교, 학회에서 약 500회 공연했고, 안무를 소개하는 책도 나왔다. 몇몇 학교에서는 두
사람이 만든 매스 댄스 안무를 이용해 수학과 춤을 동시에 가르친다.

섀퍼 교수는 “매스 댄스의 목적은 수학이 다른 분야, 넓게는 세상과 관련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라며, “춤처럼 특별한 활동을 하면 수학이 어떤 학문인지 이해할 수 있고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매스 댄스의 효과를 설명했다.

 

2017년, 매스 댄스계 끝판왕 등장!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2008년부터 매년 일반인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
기 위해 미국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당신의 박사학위 연구로 춤춰라’라는 대회를 연다. 자기 연구
분야를 춤으로 표현하는 대회로, 매년 유튜브를 통해 참가자들의 영상을 모집하고 심사위원 평가
를 통해 우승자를 가린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사회과학 이렇게 네 분야 중 하나로 지원 가능한
데, 수학은 물리학 분야로 지원할 수 있다.

2017년 대회 최초로 쟁쟁한 경쟁을 뚫고 수학과 대학원생이 물리학 및 전체 분야의 우승을 차지했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학교 수학과에서 저차원 위상수학을 연구하는 낸시 쉐리치다.

 

어린 시절 뮤지컬 공연 기획자를 꿈꾸던 쉐리치는 아버지의 권유로 미적분학 수업을 들었다가 수
학에 빠져 진로를 바꿨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플라잉 댄스, 사교 댄스 등 각종 춤을 두루 배운 쉐
리치는 2017년 친구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2달 동안 직접 춤 동작과 스토리를 짜고 동료 댄서와 함께 안무를 익힌 뒤, 이틀 동안 촬영한 끝에 자신의 연구 분야인 ‘꼬임군’이라는 대수적 구조를 춤으로 표현했다.

꼬임군은 n개의 끈이 꼬여 있는 상태를 나타낸 수학 개념으로, 서로 다른 꼬인 상태를 결합하면
새로운 상태가 나타난다. 꼬임군을 대수적으로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행렬로 표현해서 연
구한다.

수상 이후 쉐리치는 매스 댄스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미국여성수학자협회 같은 단체의 학회에서 동료 대학원생에게 자신이 만든 매스 댄스를 소개하는 강연을 하고 있다. 2019년 2월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주최하는 수학 영상 대회에 지원하기 위해 두 번째 매스 댄스 영상을찍었다. 쉐리치는 “매스 댄스를 통해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수학에 관심을 갖고 서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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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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