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옥스퍼드 박사의 수학 로그] 제20화. 축구와 수학의 귀환

 

안녕하세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 축구를 좋아해서 2018년에 축구와 수학 사이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지난 6월과 7월에 저 같은 축덕(축구 덕후) 수학자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큰 이벤트가 많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월드컵 최종예선 조 편성, 12.5%의 확률을 뚫다

지난 7월 1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한 조추첨이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됐습니다.

한국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함께 A조에 편성됐습니다. 이 결과는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A조에 속한 6팀 중 한국을 제외하면 모두 중동국가이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한국은 고의적으로 시간을 끄는 중동의 악명 높은 ‘침대축구’ 전략과 싸워야 하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 따라 총 5번이나 중동 원정길에 올라 홈팀의 이점은 물론 무더운 날씨와도 싸워야 하는 험난한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럼 월드컵 최종예선 조 편성 방법을 한번 알아볼까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국가를 가리기 위한 아시아지역 예선은 1차 예선, 2차 예선, 그리고 최종예선의 3단계로 진행됩니다. 2차 예선에서 추려진 총 12팀을 6팀씩 두 조로 나눠 최종예선을 진행할 예정이죠. 이때 조 편성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12개국 중 한국은 일본, 이란, 호주에 이은 4위여서 호주와 함께 2번 포트에 배정됐습니다. 같은 포트에 속한 팀끼리는 최종예선에서 대결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추첨을 통해 한국은 A조, 호주는 B조로 갈렸습니다.

 

 

최종예선에 진출한 12개 국가 중 중동국가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오만, 시리아, 레바논으로 총 7팀이나 됩니다. 따라서 한국이 어느 조에 속하더라도 중동국가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렇지만 설마 7팀 중 5팀이 같은 조에 배정되고 그 조에 한국이 속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죠. 수학적으로 이런 결과가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이 중동국가 5개 팀과 같은 조를 이룰 확률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각 포트에서 두 국가 중 하나를 뽑는다고 하면 먼저 한국이 있는 2번 포트, 그리고 2개 팀이 모두 중동국가인 3번 포트와 5번 포트는 상관이 없습니다. A조인지 B조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어느 조이든 나머지 3개 포트의 중동국가가 한국과 같은 조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3= 로 12.5%의 확률이 나오게 되죠.

 

최종예선의 이동 거리가 많은 만큼 험난한 일정이 예상되지만, 한국 국가대표팀이 잘 싸워내리라 기대합니다. 만약 한국이 이번 최종예선을 통과하면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6번째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벌써부터 한국팀이 치러낼 10번의 경기를 상상하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코파 2021과 유로 2020, 각 지역 최강자를 가려라

 

아시아지역이 월드컵 최종예선 조 추첨을 할 때쯤 남아메리카(남미)와 유럽에선 각 지역의 축구 강호를 가리는 주요 대회가 열려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먼저 남미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1코파 아메리카(코파)’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국가대표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메시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아르헨티나는 7월 10일(현지시간 기준) 결승전 상대인 브라질을 꺾고 28년 만에 코파 우승을 차지했고, 메시는 대회 기간 중 총 4골 5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기록했습니다.

 

유럽은 축구 강호가 많고 대회 규모가 큰 만큼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2020’에도 흥미로운 결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프랑스, 벨기에 등이 일찍 탈락하고, 덴마크가 4강 돌풍을 일으키는 등 여러 이변이 나왔죠. 7월 12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결승전에선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꺾고 53년 만에 유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잉글랜드는 아직 유로 우승 기록이 없고 홈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인 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엄청났었는데요,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치며 우승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습니다.

 

대회 결과 말고도 유로에선 재밌는 기록이 나왔는데요, 바로 넘쳐나는 자책골들입니다. 그동안 유로 2000부터 유로 2016까지 총 5번에 걸친 대회에서 나온 자책골은 7골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로 2020에서는 16강까지 치러진 상황에서 이미 9골의 자책골이 나와 화제를 모았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집계 결과 총 11골의 자책골이 기록됐는데요, 웬만한 득점왕 기록보다 자책골이 많이 나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축구 속 숨어있는 다양한 수학들

 

이런 큰 대회가 열리면 우승팀을 놓고 다양한 예측이 쏟아집니다. 승부를 예측하는 방법엔 실제로 많은 수학이 쓰입니다. FIFA 세계랭킹부터 시작해서 각 나라 대표팀의 경기 결과들, 서로의 상대 전적, 선수들의 능력 등 온갖 종류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 넣어 예측해내죠. 물론 예측과 다르게 항상 이변이 일어납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돌이켜보면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길 거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않았으니까요. 당시 주요 예측업체들은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길 확률보다 독일이 한국을 7-0으로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었던 것이죠.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언제든지 이변이 생길 수 있어서 스포츠를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게 느껴집니다.

 

조 편성에서 쓰이는 경우의 수와 승부 예측뿐만 아니라, 축구에는 수많은 수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축구공을 만드는 방법, 축구장을 짓고 유지하는 방법, 선수들의 이적료를 측정하는 방법 등 여러 부분에서 말이죠.

축구 외에도 다른 스포츠에도 여러 수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수학동아를 읽는 독자라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수학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실 거예요. 여러분도 본인이 좋아하는 스포츠 속에 숨어있는 수학을 찾다 보면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요? 

 

 

 

용어정리

* 홈 앤드 어웨이 : 홈 팀과 원정 팀이 각각 상대방의 홈 구장에서 한 번씩 대결하는 방식

 

2021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승재(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사이언스펠로우)
  • 진행

    김미래 기자 기자
  • 디자인

    김세영

🎓️ 진로 추천

  • 수학
  • 통계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