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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일. 코체르 비르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필즈상을 받았다. 그런데 쿠르드족 난민 출신인 비르카 교수는 어찌된 영문인지 시상식이 끝나고 열린 수상자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싶냐’ 취재팀은 급히 현장으로 향했다.

 

“비르카 교수의 아내가 가방을 잃어버려서요.”


세계수학자대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비르카 교수가 참가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2006년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처럼 상 자체를 거부한 적은 있어도 상을 받은 수상자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취재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영광스러운 필즈상을 받은 수상자가 고작 가방을 잃어버려서 기자회견장에 오지 않다니요. 비르카 교수에게 물어볼 게 산더미인 기자들과 다른 수상자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대부분 속으로 ‘무척 비싼 가방이거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가방인가보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게 비르카 교수를 뺀 수상자의 사진이 인터넷 뉴스에 실렸습니다.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아내가 가방을 잃어버린 게 아니었습니다!

 

 

 

되찾은 가방, 사라진 필즈 메달


기자회견이 끝나고 관계자에게 정확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르카 교수가 수상 직후 필즈 메달을 가방에 넣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이 가방이 통째로 사라진 거죠. 곧 대회 보안담당자가 관객석 쪽에서 가방을 발견했지만, 안에 있던 필즈 메달과 지갑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필즈 메달을, 그것도 현장에서 도둑맞은 건 세계수학자대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행인 점은 대회장에 CCTV가 여러 대 있었다는 겁니다. CCTV 확인 결과, 범인은 두 명이고 가방을 훔쳐 관객석 뒤쪽으로 간 뒤 지갑과 메달만 빼내고 가방은 둔 채 도망쳤습니다. 관계자는 “흐릿하지만, 범인의 얼굴이 CCTV에 잡혔고 미리 등록한 사람만 대회장에 들어올 수 있으니 곧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상식 내내 웃지 않던 비르카 교수는 더욱 웃을 수 없었을 겁니다. 상심이 컸는지 기자회견을 포함해 다음 날 대회장에도 비르카 교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리 예정됐던 초청 강연도 취소하고, 필즈상 수상자 강연도 미뤘습니다.

 

 

 

세계수학자대회 최초의 재시상식


8월 3일 오후 5시경, 제작진에게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4일 12시에 필즈상 시상식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라는 내용이었죠. 이날은 다른 필즈상 수상자인 페터 숄체 교수의 필즈상 수상자 강연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12시부터 점심시간이었지만, 일정을 바꿔 ‘필즈상 재시상식’을 열기로 한 거죠. 


8월 4일 12시. 숄체 교수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모리 시게후미 국제수학연맹 회장과 마르셀로 비아나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 의장이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시게후미 회장은 먼저 ‘필즈 메달 도난사건’의 조사 경과를 설명하고 2022년 러시아에서 열릴 세계수학자대회의 필즈상 제작비 일부를 써서 필즈 메달을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모습을 드러낸 비르카 교수는 필즈 메달을 다시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면서요. 기자들은 “최초로 두 번 수상한 걸 축하한다”, “잃어버리지 않게 가슴에 꼭 품고 있어라”라고 농담했고, 비르카 교수는 “네 살 된 아들이 필즈상이 어디있냐고 묻길래 다른 사람이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며, “얼른 가서 보여줘야 겠다”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너무 닥달하지 않는 게 좋다”, “수학을 배우는 건 인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필즈 메달 도난사건’은 최초의 필즈상 재시상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비르카 교수 말대로 이 사건 때문에 전세계 사람들이 필즈상과 세계수학자대회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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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호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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