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동아TV 8번째 방송이 찾아왔습니다! 세월이 무색하다더니 방송을 시작한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네요. 여러분의 수학 실력이 일취월장했을 걸 생각하니 BJ맹추는 흐뭇합니다. 그럼 오늘도 힘차게
달려볼까요? 오늘의 수학 개념은 바로 ‘소수와 합성수’입니다!
‘소-수’요, ‘소쑤’요?
때는 중학교 2학년 첫 수학 시간. 새 학기가 오면 수학 선생님은 지난 학기에 배운 걸 묻는 악행(?)을 일삼습니다. 선생님은 “소수가 뭔지 대답해 볼 사람?”이라고 물었고 교실엔 정적이 흘렀습니다. 보통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반장에게 묻는데, 뜬금없이 “서기 일어나 봐”라고 하시더군요. 맞아요. 제가 우리 반 서기였습니다.
방학 때 두뇌를 포맷하고 온 저는 용감하게 “0.12…같은 거요!”라고 답했는데, 그날부터 선생님은 저를 ‘초등학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이 물어본 건 ‘약수가 1과 자신밖에 없는 자연수’를 뜻하는 소수고, 제가 답한 건 초등학생 때 배운 ‘0과 1 사이에 있는 작은 수’를 뜻하는 소수였던 겁니다.
기억이 안 난 건 맞지만, 변명 좀 해야겠네요. 글자가 같아도 먼저 나온 소수는 ‘소쑤’라고 발음하고 뒤에 나온 소수는 ‘소-수’라고 발음해야 하는데, 그때 선생님은 분명 ‘소-수가 뭐냐?’고 물어봤다고요!
요리 재료는 약수, 요리 도구는 곱하기!
기똥차게 잘 쓴 영화 줄거리도 영화를 100% 완벽하게 나타내기 힘든 법. 수학 개념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개념을 ‘수학적 정의’로만 이해하려면 숨은 뜻을 놓칠 때가 많지요. 오늘의 주인공인 ‘소수’도 수학적 정의대로라면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밖에 없는 자연수’입니다. 소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감이 오나요? 아마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어떡하란 거야!’
자자, 침착하세요. 우선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봅시다. 약수는 12=6×2=4×3처럼 어떤 정수를 다른 정수들의 곱으로 쪼갰을 때, 6과 2, 4와 3처럼 쪼개서 나온 수를 뜻합니다.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건 그밖에 다른 수의 곱으로 나타낼 수 없다는 거죠.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으니 잠깐 부엌으로 가보겠습니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여기 다양한 요리가 있습니다. 요리는 요리 도구로 고기, 야채, 해산물 같은 재료를 지지고 볶고 끓이고 쪄서 만듭니다. 정수는 약수를 곱해서 만드니까 수와 비교하면 요리는 정수, 요리 재료는 약수, 요리 도구는 곱하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재료는 다시 다른 재료로 쪼개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토마토 스파게티에는 토마토 소스라는 재료가 필요한데 토마토 소스는 토마토, 양파, 당근, 마늘 같은 재료로 만들죠. 결국 토마토 스파게티의 재료 중에는 토마토, 양파, 당근, 마늘도 있는 셈이에요.
소수로 만든 요리, 자연수!
12=6×2에서 2가 고기, 야채 같은 재료면, 6은 토마토 소스입니다. 2는 1×2를 빼면 다른 수의 곱으로 쪼갤 수 없는데, 6은 3×2로 다시 쪼갤 수 있으니까요. 6도 쪼개면 결국 12=6×2=3×2×2가 됩니다. 이제 이 수를 잘 살펴봅시다. 여러 번 곱해지긴 했지만, 12는 2와 3으로만 이뤄진 수인 거고, 2와 3은 위에서 말한 ‘소수’입니다. 더 쪼갤 수 없으니까요.
1을 뺀 모든 자연수를 이렇게 더 쪼갤 수 없을 때까지 쪼개면 결국 소수의 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수는 2, 3, 5…처럼 처음부터 소수거나 4, 6, 8…처럼 쪼개면 소수의 곱으로 이뤄진 ‘합성수’로 나눌 수 있지요. 어쨌든 소수가 아니어도 알맹이는 소수로 이뤄졌으니 모든 자연수는 소수로 만들어진 셈입니다. 문제는 특정 자연수가 어떤 소수로 이뤄졌는지 알아내는 게 무척 어렵다는 겁니다!
소수로 쪼개라, 소인수분해
소수가 자연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감 좀 잡았나요?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밖에 없는 자연수’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요리와 재료를 떠올리면 소수와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들 거예요.
요리가 맘에 안 드는 시청자를 위해 과학적(?)인 비유를 들면 자연수는 ‘물질’, 소수는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입니다. 주변에 있는 물질을 쪼개면 여러 원소로 이뤄져 있고, 원소의 종류와 수가 바
뀌면 물질도 바뀌니까요.
이제 시청자 여러분이 할 일은 자연수를 팍팍 쪼개서 소수의 곱으로 나타내는 겁니다. 이렇게 쪼개는 과정을 세련된 말로 ‘소인수분해’라고 해요. 인수분해가 어떤 수를 다른 수의 곱으로 쓰는 거라면 소인수분해는 소수의 곱으로 쓰는 겁니다.
사실 구구단만 할 줄 알면 어렵지 않은데, 수가 커지면 무척 어렵습니다. 컴퓨터로 계산하면 안되냐고요? 무엇이 소수인지 몰라서 어려운 거라 컴퓨터를 써도 소인수분해는 만만치 않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쪼개기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수학에서도 통하나 봅니다. 언뜻보면 소수는 삼각함수, 미적분 같이 어려운 수학 개념보다 쉬워 보이지만, 현재 수학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는 ‘리만 가설’이 바로 무한히 많은 자연수 중에 소수를 가려내는 문제거든요. 그만큼 소수는 무시무시한 녀석입니다.
컴퓨터를 써도 무척 큰 자연수가 소수인지, 합성수인지 알아내는 일은 벅찹니다. 최근에 자릿수가 무려 2324만 9425개인 소수를 찾아냈지만, 자연수는 무한히 많으니 이런 식으론 모든 소수를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어떤 수가 소수인지 잘 모르면 소인수분해를 할 때 애를 먹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1,125,897,758,834,689를 소인수분해하려면 골치 아픕니다. 2, 3, 5, 7… 아무리 나누려고 해도 안 나눠지니까요. 이 수가 소수면 소인수분해를 할 필요도 없겠지만, 소수인지 아닌지도 모르지요.
여러분의 속이 터질까봐 정답을 알려주면 이 수는 두 소수 524,287과 2,147,483,647을 곱해 만든 합성수입니다. 이 두 소수가 소수인지 모르면 이 소수로 나눌 생각조차 못할 테니 소인수분해는 물 건너간 겁니다!
현대 수학의 끝판왕, 소수
수학이 ‘수’를 탐구하는 학문인 만큼 수의 재료인 소수는 무척 중요한 개념입니다. 음식에 들어간 재료를 보면 맛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소수를 잘 이해하면 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정수의 성질을 연구하는 건 곧 소수를 연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혹시 오늘 방송을 보고 리만 가설을 풀고 싶다는 시청자가 있으면 미리 경고합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겉으로는 정수에 관련된 문제 같아도 타원 곡선같이 어려운 현대 수학 이론으로 풀렸습니다. 리만 가설도 복소 평면, 제타 함수 같은 현대 수학을 알아야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전할 사람은 정수론뿐 아니라 모든 수학을 두루 공부해야 하지요.
자, 이제 작별할 시간이 왔습니다. 8번째 수학동아TV 재밌었나요? 무미건조해 보이는 수학 개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수학적 정의보다 숨은 뜻이 뭔지 찾으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럼 재밌게 수학을 공부하기 바라면서,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