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삶’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줘야 하는 수학 로그지만, 리버풀 FC(이하 리버풀)가
30년 만에 우승하는 대참사를 보고 나니 차마 축구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1인칭 시점에 정말 충실하달까요?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는 어떤 재밌는 일들이 있었는지 축구 덕후 수학자와 함께 알아봐요!
리버풀 FC, 이게 EPL 트로피구나~
리버풀은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아는 팀이고, 축구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팀입니다. 통산 19번의 1부리그 우승, 8번의 리그 컵 우승, 7번의 FA컵 우승, 6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영국 최고의 축구 명문 팀 중 하나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명문 팀의 최대 약점이 있었으니, 2019-20시즌 전까진 EPL 우승이 0회였다는 겁니다. 축구 종주국을 주장하는 영국답게 영국의 프로축구리그는 1888년 ‘풋볼리그’를 시작으로 133년의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풋볼리그는 1992-93시즌을 마지막으로 풋볼리그의 두 리그 중 하나인 1부리그가 EPL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구성으로 재개편 됐습니다. 그런데 리버풀은 EPL로 재개편된 이래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한 겁니다. 그 사이 EPL 우승보다 더 어려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2번(2004-05, 2018-19)이나 했는데 말이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요? 리버풀은 2017년 12월 당시 수비수의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며 영입했던 버질 반 다이크, 2018년 7월 당시 골키퍼의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며 영입했던 알리송 베커, 이미 세계 최강의 삼각편대 공격수로 자리 잡은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의 활약을 앞세워 2018-19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유럽을 제패합니다. 그리고 2019-20시즌 압도적인 속도로 승점을 쌓아 그들의 숙원이던 EPL 우승을 이뤄내고 맙니다. 이는 EPL 사상 가장 빠르게 우승을 확정한 기록이 됐습니다.
2020-21시즌에도 리버풀의 독주가 계속될까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의 팬인 저의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맨유 팬인 제게 리버풀의 EPL 최초 우승은 너무나 마음 아픈 참극이지만, 맨유 입장에서도 나름의 소득이 있던 시즌이었습니다. 전반기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2018-19시즌에 이어 또다시 챔피언스리그 진출 희망이 사라져 가던 맨유였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영입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어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페르난데스 영입 후 첫 경기였던 25라운드 때만 해도 7등으로 밀려나 있던 맨유지만, 그 뒤로 38라운드까지 13경기를 9승 4무 0패라는 무패행진으로 역대 최고급 반전을 보여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를 넘어 최종순위 3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월드 클래스의 품격, 손흥민 선수
한국에 처음 EPL 붐을 일으킨 선수는 ‘캡틴 박’ 박지성 선수지만, 지금 한국이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역시 토트넘 홋스퍼 FC(이하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아닐까 싶은데요, EPL에서만 11골 10어시스트로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2019-20시즌 7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10골-10어시스트(일명 10-10클럽)에 아시아인 최초로 가입했으며, 시즌 전체로 보면 18골 12어시스트로 공격포인트 30을 기록하며 단순히 한국의 슈퍼스타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손 선수의 활약 덕분에 토트넘 역시 38라운드 마지막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최종순위 6위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지킬 수 있었고, 이런 대활약에 힘입어 손 선수는 토트넘 최초로 2년 연속 ‘올해의 선수, 올해의 골, 토트넘 주니어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공식 서포터즈가 뽑은 올해의 선수’의 4관왕을 달성한 선수가 되었죠. 이 정도면 이미 클럽의 전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텐데요. 과연 군사훈련까지 마친 손 선수가 2020-21시즌에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한번 기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신기한 예측의 세계
이렇듯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록과 놀라움을 보여준 EPL이 마무리됐는데요, 평소에 축구나 다른 스포츠를 좋아한 수학동아 독자라면 모든 스포츠엔 언제나 결과를 예측하는 게 큰 재미라는 걸 아실 거예요. ‘우승 예측’, ‘승패 예측’부터 월드컵 시즌만 되면 돌아오는 경우의 수까지!
맨유의 최종 순위도 38라운드 마지막 경기까지 결정되지 않아 온갖 경우의 수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37라운드 마무리 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놓고 경쟁하던 맨유, 첼시 FC(이하 첼시), 레스터 시티 FC(이하 레스터)의 승점은 각각 63, 63, 62점이었고 심지어 38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맨유와 레스터의 대결이어서 마지막 호루라기를 불기 전까지 순위가 결정되지 않았던 치열한 승부였습니다.
리그 시작 전 전문가들은 어느 팀이 우승할지, 어느 팀이 상위권에 속할지 예측하는데요, EPL 전문가들은 2019-20시즌 1위를 지난해 우승팀인 맨체스터 시티 FC(맨시티), 2위를 리버풀, 3위를 토트넘, 공동 4위를 맨유와 첼시로 꼽았습니다. 리그가 끝난 지금 순위를 살펴보니 리버풀이 우승, 맨시티가 2위, 맨유가 3위, 첼시가 4위, 토트넘이 6위로 전문가들의 예측이 어느 정도 잘 들어맞았네요.
이런 예측엔 ‘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수학자가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전 이미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겠죠? 예측은 단순히 동전을 던지거나 주사위를 굴리는 찍기를 벗어나, 각종 수식으로 무장한 모형을 통해 계산합니다. 그리고 이 모형들에는 각 팀의 역대 전적과 상대전적, 선수의 데이터, 리그 일정 등등 온갖 종류의 정보들을 입력해서 예측하죠. 물론 이렇게 해도 항상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서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격언을 다시 떠올리게 할 때도 있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이겼던 것처럼요.
여러분만의 취미와 덕질이 있을 텐데요, 그 안에 숨어있는 수학을 찾아보면 취미와 함께 수학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