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꿈은 2014년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자율 동아리를 만들면서 탄생했다. 미국에서 수학자의 연봉이 1위라는 기사를 보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수학자 또는 수학교사가 되는 꿈을 키워보자는 취지로 동아리를 만들었다. 강원도에서 자유학기제를 시작한 2016년부터는 자유학기제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
수학자의 꿈의 주요 활동은 ‘연구’다. 두세 명씩팀 을 이뤄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알아보고, 동아리원과 토론하는 것이다. 평소에 관심이 많던 수학개념을 주제로 하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재밌는 내용을 주제로 삼기도 한다. 함재수 동해광희중 수학교사는 “가끔 교사가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나 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주제를 정하고 나면 그 내용을 담고 있는 수학책을 공부한다. 그래서 수학자의 꿈을 수학 독서 동아리라고 소개한다. 부족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조사하거나 다른 책을 참고한다. 필요하다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수학자가 연구를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듯 학생들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천문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 우주에 관심이 많아요.
우주와 무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자연스럽게 ‘무한’에 관심이 갔어요.
아직 중학생이라 학교에서 무한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직접 여러 책을 읽어보며 제 나름대로 연구했죠."
- 3학년 이은새
수학자의 꿈은 일주일에 세 번 있는 모임 중 두 번을 토론하는 데 시간을 쓴다. 한 번 모이면 두 팀
정도가 발표하는데, 주제 선정 이유와 수학 개념 및 활용 사례, 토론하고 싶은 내용, 책을 읽고 나서 바뀐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같은 내용만 발표하기 위해 발표 자료는 미리 온라인 카페에 올려 놓는다. 거꾸로 교실★을 동아리 활동에 접목한 것이다.
거꾸로 교실★
발표나 토론처럼 학생 주도의 수업을 하기 위해 고안한 교육 방법.
수학자의 꿈이 발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토론하고 싶은 내용이다. 같이 풀어보고 싶은 문제를 가져오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마치 수학자가 된 듯 진지하게 토론에 임한다.
수학 연구는 동아리 시간 외에도 이뤄진다. 마방진에 관심이 있는 이은새 군은 민규태 군과 함께 수업이 끝나면, 마방진 만들기에 몰두하곤 했다. 1부터 625까지의 수를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게 가로세로가 25칸인 표에 수를 적는 마방진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300칸 정도를 채웠을 때 문제가 생겼다. 마방진이 되지 않아 검산해보니 초반에 틀리고 말
았다. 두 학생은 결국 마방진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완성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누구나 수학을 잘한다!
수학자의 꿈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를 살펴보면 사이클로이드 곡선, 정폭도형처럼 직접 만들어 봐야 원리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많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수학 체험 시간을 갖는다. 하고 싶은 체험은 선생님께 건의해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스틱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이스크림 막대를 지그재그로 쌓은 구조물로 특정 막대 하나를 빼면
구조물이 무너지는데, 그게 매우 신기했어요."
- 3학년 박선호
"저는 어텀구조물이 가장 재밌었어요.
학교축제 때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어텀구조물의 원리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며 함께 만들었던 게 기억에 남았거든요.
만드는 데 오래 걸렸지만 뿌듯했어요. "
- 3학년 손주석
수학 체험이 중요한 건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 학생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학자의 꿈에서 수학 성적이 가장 좋았던 두 학생이 수학 구조물 만들기는 잘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학 성적이 낮은 학생이 수학 구조물을 만드는 데 더 능숙했다. 함 교사는 “만들기를 잘하는 학생은 구조물의 패턴을 짧은 시간에 포착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기하학에 소질이 있는 것”이라며, “보통 방정식을 푸는 대수를 잘하면 수학 성적이 좋은데, 성적이 나쁘다고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의 힘! 토론을 통해
보통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답이 없는 여러 문제 상황에서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수학 문제를 풀며 연습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자의 꿈 학생들은 동아리 운영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언제나 토론을 통해 해결한다.
한 예로 2016년 강원 수학축전에서는 작은 사이클로이드 곡선 미끄럼틀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했다. 관람객이 직접 우드락에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작도하고 이를 잘라 사이클로이드 곡선 미끄럼틀을 만들었다. 그 위에 공을 굴려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성질을 깨닫는 것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정밀하게 자르기 힘들어 했다. 결국 2017년 강원 수학축전을 계획할 땐 문제점을 해결해야 했다.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댄 결과 작도가 끝나면 대고 자를 수 있는 사이클로이드곡선 모양의 아크릴 판을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
한 번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리는 체험전에 가기 위해 일정을 짜는데, 차량을 빌리는 비용이 많이 들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 학생은 15명으로, 버스 좌석보다 적었던 것이다. 결국 동아리원이 아닌 학생도 참여할 수 있게 남는 자리만큼 희망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광고문도 손수 제작하고, 누가 면접을 볼지, 면접 질문은 어떻게 할지 모두 토론을 통해 정했다. 아쉽게도 다른 일정이 생겨 참가가 불발됐다. 함 교사는 “이런 자유롭고 자발적인 토론 분위기가 동아리 전체에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활동을 펼친 수학자의 꿈 학생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저는 수학자가 꿈은 아니에요. 방송 기자가 되고 싶
은데, 수학에 관한 자료를 찾아볼 때 수학 기사도 많
이 찾아 봤거든요. 수학 기사를 보면서 기자들이 생
각하고 글 쓰는 방법을 엿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 3학년 정찬우
수학자의 꿈 학생들은 저마다 꿈은 다르지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누군가 만든 과정 속에서 꿈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꿈을 찾아가는 데 익숙한 학생들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