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의 우주론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한 수학 모형으로 우주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두 개념 모두 실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관측 결과를 잘 설명해주는 훌륭한 모형이지만, 아직 궁극적인 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20세기 후반 등장한 ‘초끈이론’은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전개한 이론으로 미완성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초끈이론은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가 ‘끈’이라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무수한 끈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초끈이론은 ‘모든 것의 이론’ 후보로 꼽힌다. 잘 어우러지지 못했던 현대 물리학의 양대산맥인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조화롭게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남순건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초끈이론은 거의 모든 수학을 활용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수학을 만들기도 한다”며, “초끈이론은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 같은 개념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암흑물질은 초끈이론에서 ‘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초끈이론은 모든 입자들이 짝이 있다는 초대칭성을 전제로 하는데, 짝입자 중 하나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초끈이론은 검증이 아주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방정식의 해가 10500개!
초끈이론에서 나오는 방정식의 해는 대략 10500개다. 유한하지만, 사실상 무한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큰 수다. 이를 해석하면 우리는 10500개의 우주 중에 우리 우주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암흑에너지를 가진 곳에 우연히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무엇인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우주가 여러 개라고 생각하는 ‘다중우주론’이 나온다. 우주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하나가 아니라 약 10500개의 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가능성은 있다. 아직 우리는 우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주가 여러 개라는 증거도 없지만, 하나라는 증거도 없다.
우리가 아는 5%, 우리가 모르는 95%. 우리는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궁극의 방정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방정식이 있기나 한 걸까?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 우주의 모든 것을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아름답게 설명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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