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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탐방] 대전제일고 M.S.G

37시간 연속 수학 공부해 봤어?

열의 아홉은 선배가 추천해서 동아리에 들어왔다. 졸업해도 동아리에서 부르면 한 걸음에 달려온다.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M.S.G’ 학생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수학 열정을 불태운다. 1년에 한 번은 37시간 연속 수학을 공부하며 추억만들기에도 나선다. 그 힘의 원천은 대체 뭘까?

 

 

 

M.S.G는 매스 스터디 그룹(Math Study Group)의 약자다. 동아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요 활동은 수학 문제를 함께 고민해서 푸는 것. 짝꿍과 2인 1조를 이뤄 일주일 동안 선생님이 뽑아준 두 문제를 열심히 푼다.

 

주말에 모여 조별로 고민한 문제를 발표하는데, 두 친구가 풀지 못한 문제는 함께 풀고, 해결한 문제는 다른 풀이를 찾는 방식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문제는 주로 부모님 세대가 대학갈 때 치렀던 본고사나 1990년대 일본 도쿄대학교 입학시험에 나온 것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보다 어렵다.

 

# 친구의 풀이를 보고 놀랄 때가 있어요. 제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풀 때가 있거든요. 어떻게든 그 방법을 제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궁금한건 묻고, 다른 문제를 풀 때 적용해 봐요. 이런 연습을 매주 하다 보니 문제를 푸는 기술이 다양해 졌어요. - 3학년 장정아

 

# 말하는 기술도 부쩍 늘었어요. 처음에는 판서도 잘 못했고, 기호 하나 말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매주 친구들 앞에서 문제와 제 풀이를 설명하다 보니 핵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을 알겠더라고요. 수리면접과 수리논술 대비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2학년 신지민

 

1학년은 매주 일요일, 2학년과 3학년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치열한 토론을 펼치다 보니, 수학 실력은 저절로 따라왔다. 그 결과 M.S.G 출신 선배들 중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많아졌고, 아끼는 후배가 있으면 동아리에 들어오라고 추천했다. 그래서 대부분은 수학동아리라는 것만 알고 뭘 하는지도 모른 채 가입했다.

 

수학 행사 전담반


M.S.G가 가장 중점을 두는 활동은 교내 수학 행사 기획과 운영이다. 매년 봄 열리는 교내 수학체험전이 그 시작을 알리는 활동이다. 인근 지역 초중고 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하고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어떤 체험을 할지까지 정해야 하기 때문에 네다섯 명씩 조를 짜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체험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때 좋은 체험 아이디어를 내면 제주수학체험전이나 울산수학체험전, 양산 수학체험전 같은 다른 지역에서 하는 대규모 체험 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 직선을 잘 돌리면 쌍곡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국립중앙과학관에 이를 잘 보여주는 구조물이 있거든요. 보면서 마냥 신기하게 여겼는데,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자료 조사도 하고, 계산도 해서 구조물을 직접 만들었고, 양산수학체험전에서 그 방법을 참가자에게 알려줬어요.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교육기부까지 하니 매우 뿌듯했어요. - 3학년 이하경

 

# 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예전에는 수학체험전에 가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1년 동안 어떤 체험을 하면 좋을까를 계속해서 고민하다 보니 다른 친구들 체험 부스를 보면서 저건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을까, 어떻게 연구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질문도 많아졌고 그만큼 얻는 것도 늘었어요. - 2학년 김효림

 

왼쪽부터 정종민 군이 쌍곡선을 통과하는 직선 구조물, 김건 양이 표면장력을 이용한 지붕, 장정아 양이 스피드론을 들고 있다.

 

 

과물을 발표한다. 수리연구발표한마당은 매년 석가탄신일에 1일 동안 치르고, 무박 2일 수학문화축전은 12월 말에 37시간 동안 진행한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만 행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참가자의 절반은 M.S.G 학생들이다. 진행과 연구를 병행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다.

 

2017 수리연구발표한마당의 주제는 음악과 수학이었다. 서보억 충남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4명이 한 조를 이뤄 간단한 탐구활동을 했다. 그 결과 한 조에서는 수 하나로 장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악보마다 음표의 길이와 음의 높이의 평균값을 구해 살펴봤더니 장르마다 가지는 고유의 값이 있었던 것이다.

 

“졸업해도 무박 2일 행사에는 꼭 올 거예요!”


M.S.G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박 2일 수학문화축전이다. 수능을 마친 3학년이 행사를 준비하며, 졸업생까지 멘토로 참여한다. 이때 2인 1조로 연구한 내용은 소논문집으로 발간한다. 2017년에는 12월 30~31일에 진행했는데, 유난히 날씨가 추워 담요를 두세 개씩 덮고 벌벌 떨
며 연구했다.

 

# 본래 이 행사는 참여를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1학년 학생 중 한 명이 독감에 걸려 불참하면서 그 자리를 메우게 됐지요. 그래서 당시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1학년 주제인 기하와 우주로 연구했어요. 구체적으로 공전궤도 작도를 탐구해 보기로 했는데, 1학년 짝궁 친구는 아직 지구과학을 배우지 않아서 매우 어려워했어요.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 주며 함께 문제를 풀었는데, 보람차서 그런지 그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 3학년 장정아

 

몰려오는 잠을 참으며 연구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하면서도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으니 또 하고 싶다는 무박 2일 수학문화축전. 37시간 동안 수학을 계속해서 공부했다는 게 뿌듯하고 친구들과 강당에서 밤을 지새우는 게 어지간히 재밌었나 보다. 졸업해도 동아리에서 부르면 단숨에 달려오겠다는 M.S.G 학생들의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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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호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 사진 및 도움

    이영배(대전제일고등학교 수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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