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 드립니다!~”
마침 출출하던 차, 공짜 점심을 주는 식당이 있습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와 짭조름하고 기름진 음식 냄새가 식당 안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게 하는군요. 당장 이 식당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식당에 들어서자 먼저 공짜 점심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마실 것을 미친 듯이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느낌 탓일까요?
※ 편집자 주 - 이름만 보고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학 정리가 있다! 특이한 이름의 수학 정리에 재미있는 이름이 붙게 된 유래와 함께 수학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기사를 읽기 전에 어떤 수학 정리인지 추측해 보면 더 재밌을 거예요!
식당에 들어서자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바다냄새 물씬 나는 새우가 후각을 자극하더니 너무 커서 그릇을 빠져나온 커다란 게 요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한쪽에서는 소금과 후추를 아끼지 않고 뿌려 구운 프랑크프루트 소시지 익는 소리가 유혹하네요. 이게 다 공짜라니!
너무나도 비싼 공짜
“짜요, 짜. 맛있긴 한데 음식들이 너무 짜요.” “물 추가요! 햄버거는 먹다 보니 목이 메어요.”
음료가 절실한 순간입니다. 아니 그런데, 여기 물이랑 음료를 비롯한 마실 거리는 공짜가 아니에요! 심지어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너무 짜고 퍽퍽해서 도저히 그냥은 못 먹겠어요. 결국 공짜 점심을 먹으러 가서 물 2병과 음료수를 3잔이나 마시고 큰돈 계산하고 나옵니다. 역시 세상에 공짜란 없군요.
19세기 미국에서는 식당 주인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점심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짜 점심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지요. 그런데 식당에서 점심으로 내놓는다는 것이 목이 메는 퍽퍽한 음식이나 짜디짠 음식이었지요. 목마른 음식을 먹고 갈증 나서 마실 거리를 더 찾게 만들려는 수법이었지요. 결국 가게 입장에서는 공짜 점심을 주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였던 것입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이런 상황에서 나온 말입니다.
1942년 미국의 정치 저널리스트 폴 맬런이 처음으로 이 말을 사용했습니다. 나중에 SF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이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이 표현을 써서 더 유명해졌고,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책 제목으로 쓰면서 경제학 용어로 굳혀진 건 물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지요. 공짜는 없으니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우직하게 열심히 자기 우물을 파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얼마나 유명하면 수학 정리로도 있을까요.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게 만드는 알고리즘과 기술을 개발하는 기계학습(머신러닝) 분야에서는 수학 정리로 있습니다.
기계학습 분야에서는 새로운 수학 모형을 만들고 이것들을 다루기 위한 알고리즘을 만듭니다. 알고리즘을 짤 때마다 가정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적합한 가정이 다른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모든 문제에 최적인 모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이론입니다. 특정 문제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이라도 다른 문제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정리이지요. 미국 수학자 데이비드 울퍼트와 컴퓨터 과학자 윌리엄 맥크레디가 1997년 발표한 논문에서 ‘최적화를 위한 공짜 점심은 없다’고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여러 번 만들어 시도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강아지 다섯 품종을 분류하는 데 최적화된 기계학습 모형을 만들어놓고 일곱 품종을 데이터로 넣었을 때도 제대로 분류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다시 일곱 품종을 구분할 수 있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하지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알고리즘을 기대하지 말고 해결하려는 문제에 맞는 적합한 알고리즘을 찾아 열심히 개발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정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