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리비우의 핫플레이스였던 ‘스코틀랜드 카페’에는 리비우 수학학회 수학자들이 문제를 풀던 공책이 있었다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공책을 사수하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펼친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공책 관리자 커피머꼬푸리우 씨에게 듣겠습니다.
손 기자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아틀라스 디럭스 호텔’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수학 공책이 있다고요?
커피머꼬푸리우 안녕하세요. 아틀라스 디럭스 호텔 지배인이자 공책 관리자 커피머꼬푸리우입니다. 수학계에서 없어선 안 될 공책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지요. 1920년대에 ‘리비우 수학학회’ 수학자들은 거의 매일 저희 호텔에 있던 ‘스코틀랜드 카페’에 모였어요. 당시엔 리비우가 폴란드에 속했지요. 이곳에서 활동하던 리비우 수학학회는 폴란드 수학자 스테판 바나흐와 후고 스테인하우스가 만든 학회로, 연구 발표회를 하는 보통의 학회와 달리 일종의 수학 문제 풀이 동아리였어요. 공책은 리비우 수학학회 사람들이 만들었지요.
손 기자 수학자들이 이 카페에서 문제를 풀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커피머꼬푸리우 카페 주위에 대학들이 여러 개가 있어서 각 대학의 수학자들이 모이기에 좋았을 겁니다. 한 수학자가 수학 문제를 가져오면 다른 수학자들이 토론하면서 탁자 위나 냅킨에 문제를 풀었어요.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무려 17시간 동안 토론한 적도 있답니다.
손 기자 엄청 대단한 것이 공책에 적혀 있나 봐요?
커피머꼬푸리우 수학자들이 함께 풀었던 수학 정리와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공책에 적혀 있었거든요. 본래 수학자들은 탁자 위에 수학 문제를 풀었어요. 당연히 다음 날 카페에 가 보니 지워져 있었지요. 사실 애초에 탁자에 적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메모지에 먼저 끄적인 후 여러 사람과 봐야 할 정도로 의미 있는 문제나 풀이만 바나흐의 아내가 사 준 두꺼운 공책에 적었어요. 공책은 카페 종업원에게 맡겼는데 누구든 원하면 그 공책을 받아서 풀 수 있었지요. 일부 문제엔 상품을 걸었는데 커피부터 퐁뒤, 동물까지 다양했습니다. 문제가 어려우니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손 기자 공책 속 수학 문제를 푼 특별한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누구인가요?
커피머꼬푸리우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했던 스웨덴 수학자 페르 엔플로가 1972년에 스타니스와프 마주르가 낸 153번 문제를 풀었어요. 상품으로 살아 있는 거위를 받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돼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요. 엔플로는 이 문제를 해결한 후에 미국에서 수학 교수로 활동했어요. 그러면서 매년 2번 피아노 연주회도 열었다고 하니, 정말 다재다능하죠?
손 기자 리비우 수학학회가 갑자기 사라졌다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커피머꼬푸리우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수학학회에 있던 수학자들 절반이 사망하거나 이민을 갔어요. 바나흐는 독일 연구소에 끌려가 생체 실험을 당하다가 전쟁이 끝나고 폐암에 걸려 돌아가셨지요. 이런 상황에서 더는 학회를 운영하기 어려웠어요.
손 기자 그럼 수학 공책은 어떻게 됐어요?
커피머꼬푸리우 수학자들이 전쟁 상황에서도 이 공책만큼은 보호했어요. 마주르가 축구장에 묻어서 숨길 생각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스테인하우스가 공책 속 내용을 타자기로 치고 스타니스와프 울람에게 보냈어요. 울람이 영어로 번역한 뒤, 다른 수학자들이 내용을 덧붙여 200개의 다양한 수학 문제와 풀이가 적힌 <;스코티시 북>;으로 출판했지요. 어려운 수학 문제를 시간을 들여 함께 풀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생긴 우정 자체를 귀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손 기자 이 책이 수학계에 끼친 영향력은 어느 정도 되나요?
커피머꼬푸리우 <;스코티시 북>;에서 푼 문제들은 수학의 각 분야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문제들로, 수학 분야별로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정리들이 됐어요. 바나흐 공간, 케이크 자르기 이론,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이 대표적이지요. 사실상 21세기 거의 모든 수학 분야를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