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군요. 저는 여러분이 감기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추위를 막으러 떠났습니다. 북극여우와 함께 말이죠. 이누이트족 소녀와 북극여우가 추위의 원인을 찾아나서는 게임 ‘네버 얼론’을 즐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우가 지나치게 귀여우니 심장 ‘쿵’ 하지 않게 꽉 붙들어 매세요.
“무엇이 날씨를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소녀 ‘누나’는 궁금했습니다. 매서운 눈보라가 며칠째 몰아쳤거든요. 너무 추워서 함부로 다녔다간 동상으로 손발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누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가면 추위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친구인 여우와 집을 나섭니다. ‘네버 얼론’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피아트족의 설화 ‘크눅사유카’에서 왔습니다. 눈보라를 멈추기 위해 길을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예요. 9개월이나 되는 알래스카의 겨울은 거센 바람이 불 때가 많습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큼 혹독한 추위’를 이누피아트족의 말로 ‘이트랄리크’라 하는데, 설화 속의 날씨가 이트랄리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우와 누나가 마주치는 아이템과 장애물 모두 알래스카 원주민의 설화와 문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게임의 목적이 알래스카 원주민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개발 과정에 참여한 원주민만 30명이 넘습니다. 그중 몇몇은 게임 속 부엉이가 영상으로 만나게 해줍니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재미가 없을 거라 섣불리 판단하지 마세요. 2014년에 PC와 콘솔 버전으로 나온 이 게임은 2년 만에 300만 번 다운로드될 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모바일 버전과 속편 ‘네버 얼론: 여우’도 나왔지요. 이처럼 냉혹 하면서도 아름다운 게임은 보기 힘들 겁니다.
얼음이 깨지는 이유
“그들은 이틀 동안 표류했습니다.”
사나운 악당이 누나와 여우를 쫓아옵니다. 둘은 있는 힘을 다해 달아나지요. 그러다 방금 밟은 얼음이 떠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쫓아오던 악당은 따돌렸지만 조각난 얼음 위에 덩그러니 놓인 소녀와 여우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합니다.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알래스카 원주민이 사냥을 하다 겪은 이야기예요. 50년 전 이누피아트족은 7~8m 두께의 얼음 위에서 사냥을 했지만 지금은 45cm 두께의 얼음 위에서 사냥을 합니다. 지구온난화 탓에 얼음이 녹아버린 거죠. 이누피아트족은 기상학자보다도 먼저 변화를 알아채고 이를 “실라 아랑유크투크(기후가 변하고 있다)”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는 원주민의 일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8년 1월 1일에는 12명의 수학자와 과학자가 사람들의 행동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이 얼마나 변할지 예측하는 수학 모형을 만들어 ‘네이처 기후변화’지에 실었습니다. 태양전지를 설치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아본 거죠.
지금까지 기후 예측 모형은 지구의 평균 기온을 높이는 요인으로 물리 과정만 고려했습니다. 지구의 열이 우주로 나가는 걸 막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어떻게 변했고, 구름은 얼마나 많으며, 빙하는 얼마나 녹았는지에 따라 복잡한 물리 과정을 바탕으로 미래 평균 기온을 대략적으로 예측했죠.
여기에 인간 행동을 변수로 추가한 것이 새로운 모형의 특징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복잡한 물리 과정이 기후 예측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정도와 인간 행동이 그렇게 하는 정도는 서로 비슷합니다. 행동 변화가 물리적인 양만큼이나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중요한 거죠. 새로운 모형에 따르면 단열 주택을 짓거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처럼 한번 실천하면 오래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기후 변화를 가장 잘 막을 수 있습니다.
오로라가 내 머리로 축구를?!
“후드를 쓰지 않으면 오로라 인간이 내려와 네 머리를 잘라 갖고 놀 거야.”
불행히도 누나는 후드를 쓰지 않았습니다. 알래스카에는 어릴 때 죽은 아이들이 오로라가 되어 후드를 쓰지 않은 아이들의 머리로 축구를 한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얼굴이 차이지 않으려면 오로라를 피해야겠죠. 게임 속 오로라 괴물은 하늘에서 땅까지 왔다 갔다 하며 빙빙 돌기 때문에 하늘에 올라갔을 때 잽싸게 지나가야 합니다.
이런 오로라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수학 모형도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수학자이자 지리물리학자인 칼 스토머가 오로라에 대한 수학 모형을 만들었거든요. 스토머는 1903년, 노르웨이 과학자 크리스티안 버클랜드가 오로라를 설명하기 위해 했던 실험을 보고 오로라에 매료됩니다.
바로 다음 해 스토머는 전기를 띤 입자가 공 모양 자석에 영향을 받으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는 수학 모형을 내놨습니다. 이는 오로라 현상을 표현한 거예요. 우주에서 전기를 띤 입자가 지구 가까이 오면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이렇게 움직이는 입자가 대기권의 기체와 부딪칠 때 내는 빛이 바로 오로라지요.
스토머는 입자가 지구에서 멀수록 완만하게 휘어지고 가까울수록 급격하게 휘어진다는 걸 발견합니다. 또 지구에 들어오는 입자의 경로가 조금만 달라져도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오로라가 소용돌이 모양이 된다는 것도 밝혔죠.
저는 이런 오로라를 피하고 악당과 북극곰을 따돌리며 망망대해를 건너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극심한 추위를 막고 마을을 구해냈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뭐가 있었냐고요? 아래에 공개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게임을 할 사람은 절대 읽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