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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 모자 장수,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이 수학으로 뭉쳤다. 인기 소설의 주인공들인 이들은 모두 수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데…. 특히 모자 장수는 자신이 전생에 수학자였다고 주장하며, 본인이 수수께끼를 많이 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떠들어댄다. 로버트 랭던은 전세계가 위기에 빠졌지만 본인의 뛰어난 수학 실력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후일담을 늘어놓는다. 소설 속 주인공과 수학,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수학자가 사랑한 소녀, 앨리스

눈부시게 화려한 붉은 여황이 호통을 치고, 조끼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이상한 토끼가 뛰어다닌 곳. 바로 이상한 나라다.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우연히 만난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환상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얘기가 아니냐고? 맞다. 이 이야기는 처음 책이 출간되고 1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캐럴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쓰게 됐을까?

1862년, 영국 옥스퍼드대 크라이스트처치컬리지에서 공부하던 그는 이 학교의 학장인 헨리 리델과 사이가 좋았다. 그의 가족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특히 리델의 둘째 딸인 앨리스와 사이가 각별했다.

앨리스는 종종 캐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다. 그때마다 캐럴은 즉석에서 앨리스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지어 들려 줬고, 말장난에 가까운 수수께끼를 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3년 뒤 캐럴은 앨리스에게 들려준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모아 책을 출판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사실 캐럴은 옥스퍼드대 크라이스트처치컬리지에서 수학 교수로 일했는데, 수학에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기진 못했다. 다만 기하학과 행렬식에 능통해, 수학과 학생들을 위한 책을 많이 집필했다.
 

모자 장수는 수학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꾸준한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로 수학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미국의 수학자인 마틴 가드너는 이 동화를 수학적으로 해석하려는 도전 의지를 불태웠고, 그 결과 <;주석 달린 앨리스>;를 선보였다. 본문보다 주석이 훨씬 긴 이 책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수학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모자 장수가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내는 ‘엉망진창 파티’에서는 <;주석 달린 앨리스>;를 읽어야만 알 수 있는 뒷이야기가 있다.

모자 장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만 말했다.

“왜 까마귀와 책상이 닮았지?”

‘어머, 이제 좀 재미있어지겠는걸!’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소리 내어 말했다.

“수수께끼라면 좋아요. 잘 할 수 있어요.”

내가 낸 이 수수께끼는 책에서는 답을 확인할 수가 없어. 앨리스가 답을 알아내지 못했거든.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

1991년 영국 신문사 ‘스페테이터’는 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는 경연을 벌었어. 누구나 정답으로 인정하는 답을 찾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기로 한 거지.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답안을 신문사로 보내왔고, 무려 1683번의 경연이 진행됐지. 우승자의 답안 중에는 ‘bill(책상 위의 계산서와 까마귀의 부리)’, ‘flap(까마귀의 날개와 책상 뚜껑)’ 등이 있었어.

그런데 정작 이 수수께끼를 낸 캐럴은 정답이 없다고 밝혔어.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일 뿐이라나 뭐라나. 참 싱겁지?


수학으로 다시 보는 앨리스

‘가짜 거북의 이야기’에선 -1, -2, -3, …과 같은 음수의 개념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주석 달린 앨리스>;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수업을 받았니?” 이야기 주제를 바꾸려고 앨리스는 급히 물었다.

“첫 날은 열 시간, 다음 날은 아홉 시간, 대충 그랬어.” 가짜 거북이 대답했다.

“참 이상한 시간표네!” 앨리스가 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줄어드니까(lessen) 수업(lesson)이지.” 그리폰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열한 번째 날은 휴일이겠네?”

“그야 당연하지.” 가짜 거북이 말했다.

“그럼 열두 번째 날은 어떻게 지냈지?” 앨리스는 너무나 궁금했다.

“수업 이야기는 이 정도로 충분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 주도록 해.”

내 마지막 질문은 그리폰을 몹시 당황하게 했어. 왜냐면 그리폰은 그 답을 몰랐거든. 아마 그리폰은 음수의 개념을 매우 어려워했던 것 같아. 사실 모든 학생들이 음수를 처음 배울 때 어려워하잖아.

그런데 놀랍게도 18세기 수학자들도 음수의 개념을 매우 혼란스러워했대.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마저도 아무것도 없는 것, 즉 0에서 무언가를 빼도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했어. 아마도 루이스 캐롤은 음수를 둘러싼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서 이야기에 담은 것 같아.


뒤팽 추리의 기본은 확률적 사고!

제 아무리 냉정한 사색가라 할지라도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고 싶어 한다. 이러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감정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률 계산’이라는 녀석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그 확률 계산이라는 것은 수학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학문 중에서도 가장 엄밀하고 정확한 것을 이용해서 마치 허깨비와 같은 것을 해결해야 한다.

오른쪽 이야기는 <;마리로제의 수수께끼>;의 일부야. 미국의 단편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이지. 눈치챘겠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 세계 최초의 탐정 오귀스트 뒤팽이야.

셜록홈즈를 비롯해 내 뒤를 잇는 탐정들은 나의 놀라운 추리 방법을 궁금해 하지. 그 비결은 바로 확률적 사고야. 난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추측을 확률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따져 사건을 해결해나가. <;마리로제의 수수께끼>;를 예로 들어 줄게.

사건은 향수 가게에서 일하던 마리가 실종되고, 며칠 뒤 파리의 한 강가에서 의문의 시체가 떠오르며 시작돼. 처음에는 모두 이 시체가 마리라고 추측했지. 하지만 용의자가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마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어. 시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돼 있었거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어. 이때 난 생각했지.

‘증거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된다면, 아니 그 이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나하나가 몇 배의 힘을 가져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곱하기, 몇 백 배의 곱하기가 될 거야.’

왜냐면 증거가 여러 개가 되면 증거가 가진 힘이 매우 커지거든. 따라서 섣부른 추측은 불가능해지지. 확률 계산에서는 이를 ‘곱의 법칙’이라고 불러. 예를 들어 어떤 사건 A가 일어날 확률이 0.5이고, 다른 사건 B가 일어날 확률이 0.6이라면 두 사건 A와 B가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0.5×0.6=0.3이 돼. 즉 이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크게 줄어들어. 더욱이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면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지지.

그러니 뜬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증거만 가지고 사건을 봐야 해. 그러면 금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
 

수학을 소설에 담은 에드거 앨런 포

<;마리로제의 수수께끼>;뿐만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는 수학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세계 최초의 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등장시켜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수학자를 범인으로 등장시켜 자연스럽게 수학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암호를 등장시켜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예를 들면 <;황금벌레>;에서는 주인공인 윌리엄 루글랑이 보물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암호를 푸는 장면이 등장한다. 숫자와 이상한 기호가 뒤섞여 있는 이 암호는 언뜻 보기에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암호에도 답은 있다.

먼저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는 e라고 알려져 있다. 그 다음은 a, o, I, d, h, n, r, s, t, u, y, c, f, g, l, m, w, b, k, p, q, x, z순이다. 그런데 암호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 또는 기호는 8이다. 따라서 ‘8’을 ‘e’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편 e를 포함하면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단어는 the다. 따라서 마지막이 8로 끝나는 세 개로 된 기호 또는 숫자가 반복해서 나오는 걸 따져보면 ‘;48’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를 ‘t’, ‘4’를 ‘h’라고 하자. 그러면 ‘;(88’은 ‘t(ee’가 되고, ‘(’는 ‘r’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숫자와 기호에 대응하는 알파벳을 찾아내면 암호문을 해석할 수 있다.

<;황금벌레>; 속 암호문
53‡‡†305))6*;4826)4‡.)4‡);806*;48†8¶60))85;1‡(;:‡*8†83(88)5*†;46(;88*96*?;8)*‡(;485);5*†2:*‡(;4956*2(5*-4)8¶8*;4069285);)6†8)4‡‡;1(‡9;48081;8:8‡1;48†85;4)485†528806*81(‡9;48;(88;4(‡?34;48)4‡;161;:188;‡?;

<;황금벌레>; 속 암호 해독문
A good glass in the bishop’s hostel in the devil’s seat forty-one degrees and thirteen minutes northeast and by north main branch seventh limb east side shoot from the left eye of the death’s-head a bee line from the tree through the shot fifty feet out

주교 저택에 있는 악마의 의자 위에 놓인 좋은 안경
북동미북으로 41도 13분
해골 왼쪽 눈에서 동쪽으로 일곱 번째 굵은 가지를 쏘고
나무에서 직선으로 총알이 닿는 지점을 지나 바깥으로 50피트


맬서스의 인구론, 맞을까?

단테의 지옥은 허구가 아니라…, 예언이다! 지독한 고통. 무시무시한 비애. 이것이 내일의 풍경이다. 인류는 그냥 방치하면 전염병이나 암세포와도 같은 속성을 발휘한다. 세대가 지날수록 숫자가 급증해, 한때 우리의 가치와 사실상 키워준 세속의 위안이 완전히 사리지고….

- 중략 -

이것은 단테의 아홉 고리 지옥이다. 이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는 미래는 맬서스의 가차 없는 수학에 입각해 우리를 지옥의 첫 번째 고리 가장자리로 내몬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속도로 추락을 예비한 채….

<;다빈치 코드>;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의 한 구절이다. 지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어 왠지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 중 가장 인기 있는 ‘지옥(인페르노)’에서 영감을 받아 쓴 책이다. 작가는 단테가 그린 지옥을 현 시점으로 가지고 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소설 속 공포의 주된 무기는 1798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인구학자인 토머스 맬서스가 주장한 ‘인구론’이다. ‘인구론’이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맬서스의 주장이다. 여기서 기하급수란, 일정한 수만큼 곱해져서 증가되는 걸 뜻하고, 산술급수란 일정한 수만큼 더해져서 증가되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해 맬서스에 주장에 의하면 인구는 25년마다 1, 2, 4, 8, 16, 32, 64, 128…의 비로 증가하고, 식량은 아무리 생산량을 증가시켜도 1, 2, 3, 4, 5, 6, 7, 8…의 비로 늘어난다. 따라서 현재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뒤에는 256:9, 300년 후에는 4096:13이 된다. 이는 식량의 증가보다 인구 증가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인류가 결국 멸망한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소설 속 악당 조브리스트는 이런 인구론의 신봉자다. 그는 앞으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모두가 지옥을 경험하고 죽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이것이 현실화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으로 생화학 무기를 지목하고 세계 인구를 3분의 1로 줄이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주인공인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은 조브리스트가 남긴 암호를 풀어가며, 그의 계획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800년대 초, 수천 년에 걸쳐 인구는 10억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불과 100년 만인 1920년 인구는 20억 명을 기록했다. 또 50년 뒤인 1970년에는 40억 명을 돌파했다. 2011년에는 70억 명을 넘어섰고, 현재 80억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프랑스국립인구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에는 81억 명, 2050년에는 96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브리스트의 주장처럼 머지않아 인류가 멸망하는 건 아닐까?

다행히 맬서스의 주장은 틀렸다. 그가 예측한 대로라면 인구론이 처음 제기된 1798년에서 200년이 지난 1998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가 256:9여야 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맬서스가 인구론을 주장할 당시는 산업혁명 초기로, 20세기 산업이 이렇게 발달할 줄 몰랐기 때문에 틀린 예측을 한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그 결과 인구 증가율보다 식량 생산 증가율이 더 높은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편 주인공인 랭던이 기호학자인 만큼 <;인페리노>;에는 각종 암호가 등장한다. 르네상스 시기에 만들어진 예술작품에 숨어 있어 독자들로부터 명화를 둘러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암호를 푸는 재미도 느끼게 한다.

2013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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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및 글

    북폴리오 <Alice>, 동해출판사 <단편 베스트 걸작선 포우>, 문학수첩 <인페르노Ⅰ,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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