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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업체가 파산하고 돈을 잃은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사건이 스마트시티에서 발생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자동차가 멋대로 움직여 교통사고를 내고, 로봇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촬영해 사생활을 노출시킨다면 큰일이겠죠? 그래서 세계는 지금, 악성 해커보다 먼저 암호의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열린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 보안과 개인정보 심포지엄에서 스마트 전구가 좀비 가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RSA 암호를 개발한 이스라엘 암호학자 아디 샤미르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6년 스마트폰으로 불을 켤 수 있는 필립스의 스마트 전구 ‘휴’를 해킹했습니다. 이스라엘 베르셰바에 있는 보안 업체가 즐비한 건물에 설치된 휴를 드론으로 원격 조종해 불을 껐다 켜며 모스부호로 ‘SOS’를 나타냈지요.
좀비 가전★ 악성코드에 감염된 가전제품으로, 원격 조종을 받아 주로 디도스 공격에 이용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350m 떨어진 곳에서도 휴를 해킹할 수 있고, 하나만 감염시켜도 몇 분 안에 도시 전체의 휴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디도스 공격★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휴는 ‘직비’라고 불리는 장치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통신하는데, 직비는 와이파이와 같은 통신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면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를 감염시켜 특정 서버를 마비시킬 수 있지요. 다행히 발견 즉시 취약점을 해결해, 현재 휴는 매우 안전합니다.
디도스 공격★서버에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하면 정보망이 마비된다는 걸 이용한 사이버 테러.
마음대로 충전 가능한 하이패스 카드, 사전에 막다
우리나라 사례를 살펴볼까요? 2017년 3월 해커 정보 보안 콘퍼런스인 블랙햇 아시아에서 고려대 연구팀은 선불 하이패스 카드를 해킹해 돈을 멋대로 충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하이패스 카드 안에 있는 칩이 발생시키는 전자파를 분석해 암호를 깰 수 있는 비밀키를 알아냈습니다.
선불 하이패스 카드에는 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함부로 충전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암호 알고리즘이 들어 있습니다. 여느 암호처럼 평문을 넣으면 비밀키로 암호문을 만들어 돈을 보호합니다. 따라서 비밀키를 알아내면 암호를 해독할 수 있어 마음대로 잔액을 좌지우지 할 수 있지요.
연구팀은 선불 하이패스 카드에 전자파를 읽는 장비를 가까이 대서 전자파를 측정했습니다. 이 전자파를 8비트 단위로 끊어 분석해 비밀키를 찾았습니다. 암호 알고리즘에서 나온 전자파는 암호문과 비밀키 또는 평문과 비밀키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비밀키를 풀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자기기의 도움을 받아서 암호를 깨는 방법을 ‘부채널 공격’이라고 합니다. 하이패스 카드의 비밀키는 128비트를 쓰기 때문에 비밀키가 될 수 있는 후보군이 2128로 어마어마합니다.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하는 방법으로는 전세계 컴퓨터를 다 돌려도 10년 안에는 답을 찾을 수 없지요. 그래서 부채널 공격을 쓰는 겁니다.
연구에 참여한 홍석희 고려대 교수는 “요즘 선불 하이패스 카드는 부채널 공격에도 안전하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하이패스 카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교통카드도 부채널 공격에 암호가 깨지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사례 모두 선의의 목적으로 해킹을 하는 ‘화이트해커’가 활약했기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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