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 등장하는 수학자 해리 셀던은 개개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정식을 이용해 은하 제국의 미래를 예측합니다. 곧 중앙 권력이 부패하고 장군들이 반란을 일으켜 폐허가 될 거라고 말이죠. 평화와 번영이 가득할 것 같았던 은하 제국은 몇 세기가 지나자 셀던의 예언대로 쇠퇴와 멸망을 길을 걷습니다.
아시모프는 기원전 27년부터 15세기 초까지 흥망성쇠를 반복했던 로마 제국에서 영감을 받아 파운데이션을 썼다고 해요. 균형 잡힌 정치 시스템과 유연한 외교 등으로 막강한 국력을 자랑했던 로마 제국이 몰락과 부활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역사에도 어떤 패턴이 있고 이를 수학으로 예측한다는 스토리를 생각했죠. 셀던처럼 수학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소설 속의 심리역사학
19세기 초 가우스는 밤하늘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소행성 세레스의 궤도를 계산합니다. 소행성은 타원 궤도로 운동한다는 사실과 실제로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를 이용해 세레스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방정식을 만들었고, 덕분에 세레스가 언제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 정확하게 예측했죠.
소행성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대상은 수학으로 쉽게 나타낼 수 있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흥망성쇠 같은 사회 현상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경제 상황, 자연 재해 같은 변수가 많고, 변수끼리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셀던이 미래를 예측할 때 사용한 ‘심리역사학’은 가상의 학문이지만 과학자들은 실제로 국가의 미래를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고 해요.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소설 속에나온 심리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어 가장 유사한 경제학을 택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수학으로 역사를 분석하는 ‘역사 동역학’
미국 코네티컷대학교에서 생태학과 수학을 연구하는 피터 터친 교수는 수학, 경제사, 거시사회학 등을 결합해 ‘역사 동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만들었어요. 역사 동역학은 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처럼 급격한 인구 증가, 종교의 확산 같은 사회 현상을 일으키는 변수와 정치적 혼란, 폭동 같은 역사적 사건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학 모델을 만듭니다. 이 모델에 과거 데이터를 넣어 정말 역사 속 기록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검증한 뒤, 현재 데이터를 넣어 앞으로 어떤 사회 현상이 발생할지 예측하지요.
사회 현상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모든 사람을 변수로 삼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터친 교수는 집단의 행동이 개인의 행동에 의해 결정되지만, 개인의 선택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부의 불평등, 경제 상황 같은 변수에 주목합니다. 터친 교수는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 약 3000년 동안의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나 프랑스의 시민혁명 같은 사회 변화가 언제 일어나는지 알아낼 수 있는 수학 모델을 만들었어요.
2020년, 혼란의 시대가 온다?
터친 교수는 이 모델을 이용해 2020년이 되면 미국의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한다고 예측했어요. 터친 교수는 부의 불평등, 불경기, 정치적 갈등 등 1970년대에 사회 불안을 일으킨 요소 40개를 분석한 뒤 정치적인 혼란은 엘리트 계층의 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엘리트 계층이 늘어나면 엘리트들 사이뿐 아니라 다른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이는 사회 전체의 협동 정신을 약하게 만든다고 분석했어요. 동시에 불경기가 지속되고 생활수준은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예요.
터친 교수는 2020년에 사회적 불안이 높아질 뿐 정확히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는 알 수는 없다고 했어요. 역사 동역학을 이용해 사회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예측함으로써 이런 요소가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죠.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
터친 교수는 역사 동역학의 목적이 과거 역사 데이터를 이용해 역사를 움직이는 법칙을 찾는 것이지만, 나라의 흥망성쇠를 예측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는 아니라고 말해요. 현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길잡이 역할을 할 뿐이지요.
터친 교수는 “언제 비행기 사고가 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블랙박스를 분석해 원인을 찾으면 앞으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다”며, “사회가 과거 혼란이 있던 시기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어요.
파운데이션에서 은하 제국의 미래를 예측한 셀던은 비록 3만 년의 암흑기가 오지만 암흑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암흑기를 단축할 수 있고, 더욱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예언자처럼 완벽한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수학을 이용하면 어느정도 예측을 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참고해 더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수학의 도움을 받으면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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