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인형뽑기 기계에 눈길을 준 적이 있을 것이다. 눈빛으로 ‘이곳에서 날 꺼내줘’라고 속삭이는 파이리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인형뽑기 통에는 인기 있는 캐릭터 인형뿐 아니라 레고, 피규어 등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물건이 들어있다. 인형뽑기 신드롬은 급기야 놀이공원에서 사람이 집게가 되어 인형을 뽑는 기구까지 탄생하게 했다.
사람들이 인형뽑기에 돈을 쓰는 이유는 꼭 인형을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인형을 뽑는 과정의 재미와 도전 끝에 인형을 뽑았을 때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형뽑기를 한다고 누구나 즐겁지만은 않다. 인형을 뽑는 사람만 계속 뽑기 때문이다. 잘 뽑는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닐까?실력자를 만나다
기자가 연락한 인형뽑기 실력자들은 ‘있다’고 말한다. 무작정 돈부터 넣는 기자가 인형을 뽑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몇 가지 기술을 이용해서 웬만한 건 다 뽑을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냥 감으로 했었는데, 돈만 날렸어요.”
첫 번째로 만난 실력자는 경기도 부천에 사는 대학생 박예빈 씨다. 뽑기로 마음 먹은 인형은 다 뽑을 수 있다는 박예빈 씨도 처음에는 기자와 다를 바 없었다. 인형 한 개 뽑겠다며 큰돈을 투자했지만 하나도 뽑지 못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유튜브에 올라온 인형뽑기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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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와 가까이 있는 인형이 뽑기 쉽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보통 집게의 힘이 입구 근처에서 약하거든요. 가까이 있는 인형을 뽑고 싶다면, 멀리 있는 인형을 가져와 탑을 쌓은 뒤, 가까운 인형을 집게로 밀어내야 해요.”
버그를 풀어라
인형뽑기는 집게 힘과 균형, 기계의 확률값이 결과를 결정한다. 인형뽑기 기계는 보통 30~50회당 1번 뽑을 수 있도록 설정돼있다. 평균적으로 30번 중 29번은 집게의 힘이 특정 위치에서 약해져 인형을 놓친다는 소리다.
인형뽑기 기계가 확률값으로 설정돼 있다는 사실은 지난 4월 드러났다. 대전의 한 곳에서 두 사람이 2시간 만에 기계 5대에서 인형 210개를 전부 뽑아간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이스틱을 특정 방식으로 조작해 뽑기 확률을 높였다고 진술했다.
이 회사의 기계는 집게가 4~5시 사이의 시계방향으로 움직여 벽에 세 번 부딪히면 x축, y축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출구 근처에서 집게 힘이 약해지도록 만든 설정이 풀려버린다. 즉, 집게가 인형을 놓아버리는 범위를 인식하지 못해 강한 힘 그대로 입구까지 인형을 들고 오게 된다.
이 사실이 각종 매체에 공개된 이후 인형뽑기 하는 사람들은 속은 기분이 들었다. 인형뽑기에 실패한 이유가 애초에 뽑기 힘들게 설정된 기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계에 입력된 확률값에 상관없이 인형 뽑기를 잘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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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 마니아들 사이에서 말하는 '드랍존'은 인형뽑기 기계에서 집게 힘이 약해지도록 설정해
집게가 벌어지는 구역이다. 기계는 집게의 위치를 2차원 평면의 x, y 좌표로 인식해 드랍존에 들어왔는지를
판단한다. 드랍존에서는 집게가 벌어져 인형을 잡은 힘이 약해진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유튜브 채널에는 인형뽑기 고수들의 노하우가 실린 영상과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고수들은 구태여 설정을 푸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집게에 회전을 주거나 반동을 주는 등 기술적으로 인형을 뽑는다.
그러던 중 기자는 인형뽑기 공략집을 손에 넣는다. 제작자는 경북 대구에 거주하는 윤석균 씨였다. 마침내 인형뽑기 마스터를 찾았다!
윤석균 씨는 그간의 노하우와 노력이 담긴 10장의 자료를 보내왔다. 돌려치기, 누르기, 당기기, 뒤집기, 걸기, 반동, 밀기, 리터치로 총 8개의 기술을 난이도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 역시나 어려운 난이도의 기술은 단순하지 않았다. 집게 힘과 균형, 회전율부터 뉴턴의 운동 제3법칙인 작용 반작용의 법칙까지 이용했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이 취미라는 윤석균 씨도 처음 인형뽑기를 시도했을 때 쓴맛을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오랜 연구의 결과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고,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본인처럼 인형 뽑기가 취미인 사람들을 위한 공략집을 만들었다.
인형뽑기 마스터 윤석균 씨는 4개월이 조금넘는 기간 동안 뽑은 인형만 30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인형뽑기 마스터라도 한 번에 원하는 것을 모두 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균 씨는 “한 번에 나오는 상황이 있고,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각도와 설계를 보고 나서 그에 맞는 기술을 써야 해요”라고 말했다. 수학동아는 마스터가 알려 준 비법 중 한 가지를 공개한다. 비법을 보고 난 기자는 파이리를 뽑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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