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영재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대다수 학생은 고개를 흔들 것이다. 영재라고 하면 대부분 특정 분야에서 누가 봐도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영재는 탁월한 성취를 이룰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은 가능성을 가진 학생을 발굴하고 그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게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능성을 발견하는 첫 걸음은 자신의 흥미를 찾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은 학생들이 각자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발견하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융합 및 심화 교육 과정을 짜임새 있게 연계한 것이 핵심이다.
보통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 등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수업을 집중적으로 듣는데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인 중학교 1학년 학생은 2개의 전공을 선택할 수 있고, 주제융합체험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주제융합체험활동이란 다른 분야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시켜 주는 활동으로, 전공 외의 다른 분야까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과 물리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도 화학이나 생물, 정보과학 분야의 수업을 최대 4회까지 들을 수 있다.
실제로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 중학교 1학년 재학생의 약 70%는 2개의 전공을 택했고, 주제융합체험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약 95%의 학생이 두 분야 이상을 경험하며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있다. 최수영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피부에 와닿는 융합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원 화성 탐방 같은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을 거닐면서 생태, 수학, 물리학 등 다양한 관점으로 성곽과 주변환경을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최 원장은 “수원천 주변에 자라는 식물을 관찰하며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는지 살펴보고, 자와 각도기,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창룡문의 높이를 계산해 보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2학기부터는 이런 융합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메이커 활동까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주대가 보유한 메이커 시설을 이용해 융합 활동의 결과가 새로운 창작물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도우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예를 들어 칠교놀이의 원리를 이해한 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칠교를 디자인하고, 3D 커터를 이용해 실제로 내가 디자인한 칠교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결 지성과 협업 능력 갖춘 인재 기른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은 학생들이 적성을 발견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해 문제의 해법을 찾는 ‘연결형 인재’로 자라도록 돕고 있다. 아주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사람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보고 ‘연결 지성(커넥팅 마인드)’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영재교육원의 교과과정에도 그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최 원장은 “연결 지성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방학에 개최되는 ‘아주영재융합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주영재융합페스티벌은 다양한 전공과 주제융합체험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연결 지성과 협업 능력을 기르는 축제다.
이 행사에서 학생들은 팀을 이뤄 각 부스를 돌아다니며 각자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마치 게임처럼 미션을 해결하고 점수를 획득한다. 예를 들어 2018년 화학 부스의 미션은 ‘열기구 만들기’였다. 비닐봉지와 제한된 재료를 이용해서 각 팀별로 개성을 담은 열기구를 만들고, 1분 이상 떠 있게 만든 뒤 열기구가 떠오르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학생들은 물리와 화학 등 각 분야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열기구를 만들었다. 그밖에도 질량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 만들기와 모빌로 수형도 나타내기 등 다양한 미션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즐겁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했다.
융합과 연결을 강조한다고 각 분야의 심화 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융합 교육 과정을 통해 발견한 호기심을 사사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연구로 발전시킨다.
보통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사사과정을 진행할 때 학생들은 교수가 제안하는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 재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호기심을 느꼈던 분야에서 스스로 주제를 선택한다.
또 수학동아와 함께 진행하는 폴리매스데이 같은 행사를 통해 심도 있는 탐구 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 원장은 “융합과 심화가 조화를 이룬 교육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영재성을 발전시키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재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_INTERVIEW 최수영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장
“모두가 보석이 될 수 있습니다”
Q 어떤 사람을 영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재는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수학 난제를 푸는 데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할 수 있지만, 영재는 난제를 푸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영재성이 발현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른데 일찌감치 ‘난 안 될거야’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모든 사람이 보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학생 선발은 어떻게 하나요?
되도록 많은 학생에게 자신의 영재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영재학급의 교사가 추천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전형과 함께, 영재학급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는 ‘캠프 전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캠프 전형에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참가 인원 제한도 없습니다. 원하는 누구나 참가해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고, 전문가들은 참가자 중에서 가능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합니다. 캠프 전형은 선발하는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미리 선을 긋고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많이 지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