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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아름다운 수학을 탐험하다

젊은 수학자를 만나다


- 약력 : 2008 미국 코넬대 수학과 학사 ‘숨마 쿰 라우데’ 졸업 | 2011 미국 예일대 수학과 석사 | 2013 미국 예일대 수학과 박사

- 2013 ~ 2016 고등과학원 박사 후 연구원 | 2016 ~ 고등과학원 조교수 | 연구 분야 : 수리물리학, 타이히뮐러 공간, 표현론. 최근에는 그날그날 재미있는 것을 연구. | 취미 : 미국에 있을 때는 양궁, 축구. 최근에는 독서와 드럼.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김현규 교수는 바로 올해, 2016년 상산 젊은 수학자상 수상자다. 인터뷰를 위해 연구실에 들어서자 책상 위에는 색종이 여러 장을 접어 만든 알록달록한 정십이면체가 있었다. 책장에는 소설책이 가득했다. 예상이 잘 되지 않는 김 교수는 어떤 수학자일까?


“어떻게 미국으로 대학교를 가셨나요?”

김현규 교수를 만나기 전에 궁금한 점이었다. 미리 이력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외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도전할 게 필요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도전적인 사람이었다.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했을 때, 그리고 성과를 냈을 때 성취감이 좋았다. 과학고에 진학하고 목표는 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몇 개월 동안 계속 시험을 보고, 큰 대회에서 입상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시험부터 망하는 바람에 겨울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려운 시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망한 마음이 더 컸다. 수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해 대회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 한순간에 어그러졌다.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텅 비어버린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한 선배의 얘기를 듣고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학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내신 성적도 좋은 학생이 갑자기 외국으로 대학을 가겠다니. 그러나 곧 김 교수의 유학을 지지해줬다. 그런데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1월이면 합격 여부가 결정되고, 3월에 학기가 시작하는 한국 대학과 다르게 미국은 4월에 합격 여부가 결정되고,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 이 차이로 고등학교 졸업에 문제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미국 대학교에 원서를 넣은 상태로 한국 대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유학을 가기 전, 서울대학교에서 한 학기 수업을 들었다. 김 교수는 미국에 가서 수학과로 진학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대학 신입생들이 들어야 하는 교양과목 대신에 수학과 전공과목과 체육 교양 과목만 들었다. 이 한 학기는 미국 대학생활에서 도움이 됐다.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졸업

미국 코넬대에 입학하고 나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언어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잠시나마 외교관을 꿈꿨을 정도로 영어를 잘했는데, 현지는 달랐다. 기본 영어 작문 과목을 들을 실력이 되지 않아 결국 ‘개인 튜터’까지 붙는 가장 낮은 수준의 과목을 들어야 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수학 전공과목 성적이 좋은 덕분에 졸업은 ‘숨마 쿰 라우데’, 즉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김 교수는 “한국 대학에서 한 학기 수업을 들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미리 수업을 듣고 가서 미국 코넬대 신입생 수업은 너무 쉽고, 재미가 없었다. 두 번째 학기에는 어려운 과목을 듣기 시작했다. 어렵지만, 어려운 걸 배워나가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대 대학원에서는 표현론, 즉 ‘대칭’과 관련된 문제를 주로 연구했다. 대칭은 ‘데칼코마니’ 를 떠올리면 쉽다. 물론 수학자는 훨씬 복잡한 온갖 종류의 대칭을 연구한다. 마치 위상수학이 구멍을 뚫거나 찢지 않는 이상 변형해도 같은 물체를 연구하는 것처럼, 대칭은 선을 그어 반전하거나 한점을 중심으로 회전해도 같아지는 물체를 연구한다. 차원이 높아지고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야다.


일상이 연구 소재!

김 교수의 책상 위에는 알록달록한 정십이면체가 서너 개가 있었다. 꼭짓점을 이루는 색종이 20조각을 접어 조립해 만든 도형이었다. 정십이면체다. 정십이면체는 대칭이 많은 물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만드는 방법을 보고 한 개의 색으로만 만들어 조립했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가지고 놀 수 있게 예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여러 가지 색깔의 색종이로 만들게 됐다. 여러 개의 색종이로 조립하다 보니 수학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것도 있었다.
“조각을 조립할 때 이웃한 조각의 색이 겹치지 않게 정십이면체를 만들려면 적어도 다섯 장의 색종이가 필요하고, 한 면만 만들면 나머지 조각을 모두 조립하는 방법이 딱 두 가지뿐이에요.”

김 교수가 알록달록한 정십이면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종이접기에서도 수학을 떠올리다니…, 역시 수학자다웠다.


다시 학생이 된다면…

연구실 한 쪽에는 책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대부분이 인문학 도서였고, 소설책이 많았다. 언뜻 봐서는 수학책보다도 많아 보였다.

김 교수는 “어렸을 적에 이유도 없이 그냥 공부만 열심히 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한 덕에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때처럼 공부만 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 같다고 한다. 특히 입시와 시험에 치여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어렸을 적에 읽지 못한 책을 지금 많이 읽고 있다며 연구실에 책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수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아 보고 싶다는 김 교수. 그런데 김 교수는 어떤 일을 하든지 취미로라도 수학을 계속 공부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학의 어떤 매력이 김 교수의 마음을 빼앗은 걸까? “수학의 피라미드가 있고, 제가 가장 꼭대기 한 점에서 시작해서 아래로 펼쳐지면서 탐험하는 느낌이었어요. 간단한 정의 몇 개와 추론으로 어려운 정리들을 증명해 낼 수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한데 아름답기도 했거든요. 아름다운 질서가 많은데 그걸 처음으로 느낀 게 수학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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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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