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일요 웹툰 ‘수학 잘하는 법’은 미국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제시한 7대 난제인, ‘밀레니엄 문제’에 도전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네이버가 주최한 ‘2017 청춘 로맨스 대전’ 우수상 수상작이기도한 이 웹툰을 보면 우리도 수학 잘하는 법을 깨우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사람도 단숨에 스토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족집게 과외 시간을 준비했으니 바짝 집중하고 들어가 보자.
명문대 수학과 재학생인 도진은 어릴 때부터 주목받았던 수학 영재다. 수학을 정말 좋아했고 장래희망도 밀레니엄 문제를 푸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 부모님이 얽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전 준비를 하지만 여전히 수학과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수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런 도진 앞에 홀연히 나타난 배희는 수학과 학생도 아니고 주목받던 수학 영재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수학을 탐구하고 열중한다. 수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만난 도진에게 배희는 대뜸 자신의 노트를 건넨다. 노트를 읽어 내려가던 도진은 깜짝 놀란다.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해의 존재와 매끄러움’에 관한 풀이의 일부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벙찐 도진에게 배희는 알아봐줘서 고맙다며 밀레니엄 문제를 함께 풀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수학을 그만뒀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배희와 함께 연구를 시작한 도진, 두 사람은 정말 세기의 난제를 풀 수 있을까?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소재인 만큼 ‘수학 잘하는 법’에는 이 방정식에 관한 설명이 자주 등장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흐르는 물질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편미분방정식이다. 편미분방정식은 두 개 이상의 독립변수에 대한 도함수★를 포함하는 방정식이다.
물, 바람 등 힘을 가했을 때 변화가 일어나는 ‘유체’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이용하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다. 이 식은 수학에서뿐 아니라 공학에서도 활발하게 쓰이며, 실제보다도 더 생동감 넘치는 파도나 불길을 표현하는 컴퓨터 그래픽에도 활용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3차원에서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없어 수학계 대표 난제로 꼽힌다.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해의 근삿값을 구해 활용하고 있다. 도함수★ : 어떤 함수를 미분해 얻은 함수.
수학자였던 도진의 아버지도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연구했으나 풀지 못했다. 도진은 문제에 끌리면서도 계속 망설이고 주저한다. ‘어떤 별은 평생을 반짝여도 그 빛조차 닿지 못한다’는 말을 되뇌며, 정말 자신이 수학에서 꿈을 이루고 반짝이는 별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때 어두운 하늘의 별빛이 도진의 눈에 박힌다.
“은하의 관점에서 본다면 별이란 은하의 중심부를 흐르는 물과 같아서, 흐르는 물질의 운동을 표현하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으로 그 움직임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니까 수학자들은, 이 바보 같은 천재들은 우주선 따위는 필요 없이 오직 이성과 논리, 약간의 필기구를 가지고 직접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빛나지 않는 별들에게도.”
이 순간 도진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깨닫는다. 수학을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마음 하나에 집중하고 효율성 같은 계산은 잊자고 말이다.
‘수학 잘하는 법’의 두 번째 매력은 수학의 개념이나 수학적 사고를 삶에 접목한 여러 비유를 감상하는 것이다. 캐릭터들은 현실에 있는 문제를 수학적인 해결법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수학 문제의 어려움을 현실의 상황에 맞춰 풀어갈 용기를 얻기도 하는데, 하비영 작가는 2010 필즈상 수상자인 세드리크 빌라니의 자전 수필집 ‘살아 있는 정리’를 보며 이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빌라니는 수필집을 통해 전율로 가득한 수학자의 삶에 관해 설명했다. 아름다운 수학적 발견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세상을 향한 시각조차 바꿔준다고 말이다. 빌라니는 보통 감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세상을 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기를 권하며 수학자가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절대 쉽지만은 않은 수학자의 고뇌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작가는 빌라니의 책을 자주 읽으며 수학자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나 수학자의 고뇌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주인공들이 느낀다고 생각하면서 스토리를 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수학 잘하는 법’ 속 명언들을 따라 읽고 있으면 진짜 수학자의 눈으로 일상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수학 잘하는 법’을 읽고 수학자의 삶에 흥미가 생긴 사람은 ‘살아 있는 정리’도 연계해서 심화학습 해보자.
수학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나누며 난제를 풀어가는 가운데 두 사람 사이엔 점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뭔가 사연을 감추고 있는 듯한 주인공들은 문제를 풀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한발 다가서는가 싶으면 멀어지고, 먼 것만 같다가도 훅 들어오는 게 사람의 마음 아닌가. 19화 대사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해서, 아무리 복잡한 수식과 정교한 모형을 적용해도 금세 웃고, 또 금세 울어버려서 예측할 수 없다”처럼 도무지 알 수 없는 도진과 배희 사이의 감정 변화도 ‘수학 잘하는 법’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다.
● 단원 정리 : 수학 그 자체를 좋아하는 순수한 사람들의 이야기
‘수학 잘하는 법’ 베스트 댓글(베댓)에는 다른 만화와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유머와 드립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댓글 순위에 매번 꼭 한두 개씩 학문에 대한 진지한 베댓이 달린다는 것이다.
‘수학(혹은 자연과학) 전공이었는데 수학이 너무 좋아서 온종일 고민해도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라거나,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인데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가 이 만화를 보고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라는 댓글이다. 이들은 자신도 주인공들처럼 열심히 수학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수학 잘하는 법’은 모든 사람이 수학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수학이 답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학문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런 사람들이 자유롭게 날개를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학 잘하는 법’을 읽고 있으면 괜히 수학 공부가 하고 싶어지고 수학자를 꿈꿔보고 싶은 용기가 샘솟는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도진과 배희는 마주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들은 정말 밀레니엄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또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풀기 전에는 답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난제는 더욱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이 만화 마지막 화에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증명하는 거면 진짜 레전드’라는 기대 섞인 댓글처럼 정말 ‘수학 잘하는 법’이 레전드가 될 수 있을지, 이들의 행보를 함께 지켜보자.
수학동아 : ‘수학 잘하는 법’을 그리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교 때 정말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친구를 알았어요. 어느 날 제가 듣던 수학 전공수업에서 그 친구가 만든 풀이집을 빌려보고 무척 놀랐어요. 친구의 풀이는 원래 과에서 돌던 풀이집 보다 훨씬 간결하고 명료하면서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논리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 답이 마치 시나 노래 같이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 경험이 인상 깊게 남아 여러 학문 중에 특히 수학 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수학동아 : 어떤 면에서 수학이 시나 노래처럼 아름답다고 느끼신 건가요?
좋은 노래나 시를 들으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에 놀라게 되잖아요. 수학에서도 그런 상상력을 느낄 수 있어요. 시나 노래는 한 글자, 한 글자 의미가 없는 부분이 없고 모든 요소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데, 이런 점이 수학의 아름다움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수학동아 : ‘수학 잘하는 법’을 그리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수학 잘하는 법’ 팬들은 저보다 수학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화를 올릴 때마다 채점 받는 기분이에요.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나 만화 구성뿐 아니라 수학적인 내용의 팩트 체크도 해야 하니까 시간이 부족하죠. 그냥 제 전공 분야인 ‘경제학 잘하는 법’으로 할 걸 그랬어요!
수학동아 : 반대로 보람 있거나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요?
최근에 어떤 독자에게 메일이 왔어요. 수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며 진로 상담하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수학 자문 담당 수학과 친구에게 상담을 부탁했어요. 친구는 수학과에 무척 만족하고 있고 안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고 했고, 독자는 결국 수학과에 진학하기로 했어요. 저는 수시모집 시기에 오히려 팬레터가 많이 와요. 보통은 바빠지는 때니까 덜 와야 하는데 말이죠.
수학동아 : 필명 하비영은 ‘합이 영’에서 나온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취미 생활에서 시작했다는 의미의 ‘Hobby’에 존경하는 만화작가인 천계영의 ‘영’을 따서 하비영이 된 거였어요. 그런데 독자분들이 ‘합이 영’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게 더 멋있는 것 같아서 원래 ‘합이 영’이었던 걸로 하려고요, 하하.
수학동아 :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수학의 매력이란?
수학은 가장 오해의 소지가 없는 언어이자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경제학은 권위에 의지하는 면이 조금 있는데 수학은 권위나 지위와는 아무 상관 없이 정답은 정답이고 오답은 오답일 뿐이죠. 그런 점에서 수학은 여러 학문 중에서도 순수함이 가장 어울리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