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친구들과 쇼핑몰을 찾았어요. 마음에 드는 옷을 사기 위해 한참을 헤매고 돌아다녔더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잠시 앉아 쉬고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바닥과 천장이 일렁이는 거예요. 현기증인가 싶어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우~웅’ 소리가 났어요. 아뿔싸! 근처에서 지진이 났대요.
이때까지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건물이 흔들리지 뭐예요. 사람들이 출구를 향해 일제히 뛰기 시작했어요.
저도 친구와 함께 비상구를 찾았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이 꽉 막혀서 움직이질 않았어요. 이럴 땐 어떡해야 하죠?
앞 사람 등만 보고 걷자!
2009년 백승기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와 페터 민하겐 스웨덴 우메오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재빨리 탈출하려면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보행자 모형’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우측통행이 효과적인지 알아봤어요.
연구팀은 우선 사람들이 몸을 좌우로 돌리거나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다고 가정했어요. 사람들의 걷는 속도는 같고, 한 번에 한 발짝씩 자신의 어깨와 같은 보폭으로 걷는다고 정했어요.
여러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큰 길은 바둑판처럼 정사각형 격자로 이뤄져 있어 사람들이 한 번에 한 칸씩 이동하도록 설계했어요. 만약 앞 칸에 사람이 있어 전진할 수 없다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거기에도 사람이 있어 갈 수 없으면 왼쪽으로 이동하도록 했지요. 마지막으로, 보행자의 밀도와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의 비율을 바꿔가면서 시뮬레이션했어요.
그 결과 보행자가 많지 않을 때는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길이 막히지 않을 확률이 높았어요.
그런데 보행자가 많아지자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어요. 우측통행하는 사람의 비율이 60%를 넘자 길이 막힐 확률이 더 높아진 거예요. 우측통행하는 사람이 90%일 때는 길이 막힐 확률이 무려 100%였어요. 신기하게도, 길을 아무렇게나 걷는 무법자가 적당히 있어야 길이 막히지 않았어요.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사람이 붐비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우측통행자끼리 부딪히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길이 한적할 때는 모두 우측통행해도 1~2줄로 걷게 돼 길 가운데는 공간이 생겨요.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여러 줄이 생기고 가운데로 걷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즉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걷는 사람끼리 부딪히게 되는 거예요. 따라서 사람들로 붐빌 때는 앞사람 등만 보고 걷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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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왜 막히기 시작하는 걸까요? 통계학 연구에 따르면 몇몇 사람이 빨리 가기 위해서 다른 길을 찾거나 새치기 하면서 길이 막히기 시작해요. 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특별한 원인 없이 일어나는 교통체증을 ‘유령체증’이라고 하는데, 달리던 차량 한 대가 차선을 바꾸면서 시작돼요.
자기 차선을 유지하면서 달렸다면 길이 막힐 일이 없는데, 차선을 바꾸면서 뒤따라오던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추고 뒤에 오던 차들이 연달아 속도를 줄이면서 길이 막히는 거예요. 한참 뒤에 있는 차는 정말 영문도 모른 채 교통체증을 겪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새치기나 지름길 찾기에 나서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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