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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바족과 세픽람족이 말한 대로 하늘은 ‘투명한 도화지’다. 해가 뜰 때는 옅은 주황빛, 해가 다 떴을 때는 노란빛, 해가 질 때는 붉은빛을 띤다. 장대비가 내릴 때는 회색이나 검은색,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은 새파랗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하늘 색깔은 보통 옅은 파란빛이다. 사실 하늘은 투명하고 우주는 어둡기 때문에 하늘은 새까맣게 보여야 한다. 하늘의 색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건 대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보고 알 수 있듯이 햇빛에는 빨강부터 보라까지 수많은 색깔이 스펙트럼으로 담겨 있다. 빛이 대기를 지나면 산소와 질소 같은 미세입자들과 부딪치면서 산란이 일어난다. 이런 입자들은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아 빛을 모든 방향으로 퍼뜨린다. 하늘을 파랗게 보이게 하는 ‘레일리 산란’ 현상이다. 이 현상은 2π×산란입자의 반지름/빛의 파장이 1보다 작을 때 일어난다. 또한 빛의 세기는 파장의 네제곱에 반비례하므로 파장이 짧을수록 더욱 강하게 산란된다. 그래서 하늘도 파장이 짧은 파란색 계열로 보인다.





파란 색소 없이도 파랗게 보이는 동물의 비밀

파랑새와 파란 말, 파란 물고기처럼 동화나 전설에 나오는 환상적인 동물 중에는 파란 것이 많다. 자연에 파란 동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몰포나비나 공작의 깃털, 비단벌레의 등껍질처럼 파란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이런 동물들도 ‘실제로는 파랗지 않다’!
 

몰포나비의 날개나 비단벌레의 등껍질 등을 가루로 빻으면 잿빛으로 변한다. 파란색을 내는 것이 색소가 아닌 광학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파란 동물은 대부분 껍질이나 날개, 비늘에 있는 나노구조가 빛을 만나면 간섭과 회절 현상을 일으켜 파란색만 반사한다. 그래서 파란 색소 없이도 파랗다.



Xnote 바닷속 환경에 따라 ‘맞춤형 파랑’

물은 투명하지만 바다는 파랗게 보인다. 바다가 깊어질수록 파장이 긴 빛은 흡수되고 파장이 짧은 파란색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바닷속에서는 파란색이 눈에 더 잘 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심해에 사는 물고기는 붉은색을 띠게끔 진화한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파란줄무늬삿갓조개는 일부러 새파란 줄무늬를 뽐낸다. 천적이 접근하지 못하도
록 독성이 있는 바다민달팽이처럼 위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조개는 물 밖으로 나오면 줄무늬
의 파란색이 옅어진다.

미국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대학 스테판 콜 교수팀은 그 비밀을 밝혀냈다. 조개껍데기를 현미
경으로 관찰했더니 나노 단위로 매우 얇은 방해석 판이 여러 개 겹겹이 있었다. 그런데 각각 좌
우 40°씩 지그재그 모양으로 엇갈려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각도로 엇갈려 있는 덕분에 파란줄무
늬삿갓조개가 물속에서 더욱 파랗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빛이 물속에서와 물 밖에서 굴절되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파랬다가 빨갰다가… 변색의 비결은 크리스털

파란 빛깔을 자랑하는 동물 중에는 짝을 찾는 시기나 적을 만났을 때만 파랗게 변하는 것들이 많다. 색을 바꾸는 비결은 살갗에 있는 미세한 크리스털 입자 덕분이다.

입자는 평소에는 빛을 받을 때 다른 색깔의 파장을 반사시키다가, 특별한 목적이 생기면 배열을 바꿔 파란색 파장을 반사시킨다. 즉, 짝을 유혹하거나 적을 위협하기 위해 몸 색깔을 파랗게 바꾼다.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에 맞게 변신해 천적으로부터 몸을 감춘다. 감정을 표현하거나, 짝을 찾을 때, 그리고 다른 카멜레온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도 색을 바꾼다. 스위스 제네바대 미셸 밀린코비치 교수팀은 지난해 3월, 카멜레온이 어떻게 피부색을 바꾸는지 알아냈다.

카멜레온의 피부는 매우 얇은 층 두 개로 돼 있다. 그리고 각 층마다 나노 수준으로 매우 작은 크리스털이 무수히 많다. 이 크리스털의 구조를 바꾸면 빛줄기를 여러 줄기로 나누거나 빛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카멜레온은 피부를 느슨하게 이완시키거나 팽팽하게 당기는 방법으로 위층에 있는 나노 크리스털의 구조를 바꾼다. 그래서 반사하는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이 만든 파랑

파랑은 지금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 중 하나이며, 자연에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연구대상이다. 이미 18세기부터 과학자들은 화학적으로 파랑을 만들고 있다. 탄산나트룸과 황, 알루미노규산염 등을 섞어 만드는 울트라마린블루, 코발트염과 알루미늄염을 섞어 만드는 코발트블루, 황산철과 탄산칼슘을 섞어 만드는 프러시안블루 등 다양하다. 합성 색소가 탄생한 덕분에 몇 백 년 전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던 울트라마린도 이제는 흔하다.

최근에도 미국 오리건주립대 화학자인 마스 서브라마니언 박사팀은 산화망간과 인듐, 이트륨을 섞고 1200℃ 가량으로 가열해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파랑인 ‘YInMn 블루’를 개발했다. 천연 울트라마린보다도 훨씬 선명하고 깨끗하다.

파란 동물을 모방하면 훨씬 다양한 파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본 토호대 분자생물학과 마코토 고다 교수팀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리’로 유명한 블루탱에 주목했다. 블루탱은 평소에는 노란색이지만 짝짓기할 때가 되면 파란색으로 변한다. 세포에서 진주 빛을 내는 입자들이 칼륨이온(K+) 농도에 따라 배열이 달라지면서 파란빛을 내는 원리다. 고다 교수팀은 K+농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현상을 수학 모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활용해 종이에 인쇄할 수 있는 홀로그램 잉크를 만들고 있다.

이외에도 과학자들은 몰포나비 날개의 비늘이나 카멜레온의 피부를 모방해 다양한 파랑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든 파랑은 색소가 아닌 광학적인 구조가 비결이기 때문에, 주변 온도나 산성도, 보는 각도에 따라 파란색뿐 아니라 초록색이나 노란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자연 속에 흔하지 않아 더욱 귀하고 특별한 색깔 파랑에 대한 열망이 ‘움직이는 파랑’을 탄생시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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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더위 날리는 '움직이는 색' 파랑
PART 1. 파랑은 없다?
info. 파랑을 나타내는 키워드 7
PART 2. 파랑을 만드는 마법사들

2016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도움

    전창림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 기타

    [도서] 미셸 파스투로의 <블루, 색의 역사>, 도서 Joann Eckstut와 Arielle Eckstut의 The Secret Language of Color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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