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양한 꿈을 꾼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 멋진 곳을 여행하는 꿈, 유명한 사람이 되는 꿈. 꿈을 꾼다고 다 이뤄지지는 않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뜻밖의 운명이 찾아와 길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여기 우주로 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 기상천외한 모험을 떠나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달에 가고 싶다면? 차를 타고 우주공항으로 가서 ‘달까지 가는 표 하나요~’ 하고 표를 산 뒤 우주선을 타고 날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클리퍼드의 아빠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그건 알아서 해야 할 문제다.
다행히 이 소설, 미국의 SF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속에서 달이 아예 갈 수 없는 곳은 아니다. 이미 수백 명이 일하는 달 기지가 있는 세상이다. 다만 쉽지 않을 뿐이다. 부자라면 큰 돈을 내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지만, 클리퍼드에게는 87센트(약 1000원)밖에 없다.
클리퍼드는 몇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서 우주군에 뽑히는 방법, 공학을 공부해서 기술자가 되는 방법, 지질학자가 되어 달을 조사하는 방법 등등. 하나같이 쉽지 않았다. 하물며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달에 갈 수 있다니!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클리퍼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과학과 수학, 스페인어 등을 공부하며, 약국에서 일해 학비로 쓸 돈도 모은다.
그때 운명처럼 광고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한 비누 회사가 여는 이벤트로, 멋진 광고 표어를 써서 응모하면 1등에게 달 여행 상품권을 준다는 것이다. 클리퍼드는 무려 5000개나 되는 표어를 응모하지만, 아쉽게도 경품으로 우주복을 받는 데 그치고 만다.
우주복을 고치고 개조해서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든 클리퍼드. 우주복을 입고 어두운 밤에 들판을 거닐며 아쉬움을 달래는데, 마침 그때 눈앞에 비행접시가 착륙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와 함께 상상도 못했던 모험이 눈앞에 펼쳐진다.
외딴 행성의 감옥에서 탈출하라!
클리퍼드는 우주선 안에서 만난 소녀 피위와 함께 우주해적에게 사로잡혀 꿈꾸던 달에 도착한다. 이 정도로 끝났다면 좋았으련만 결국 클리퍼드는 달보다 훨씬 더 먼 행성까지 끌려간다. 어떤 행성이냐고?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얻어서 알아맞혀 보자.
감옥에 갇힌 클리퍼드는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탈출해도 지구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야 했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방법이라고는 주워들은 정보로 계산해 보는 것뿐. 클리퍼드가 들은 정보라고는 ‘행성의 이름’, ‘8g’, ‘5일’이었다.
8g는 가속도를 말한다. 1g는 9.8m/s2이므로, 8g는 78.4m/s2이다. 즉, 1초가 지날 때마다 우주선의 속도가 초속 78.4m씩 빨라진다는 소리다. 그런데 8g 정도의 엄청난 가속도로 움직이면 보통 사람은 견디지 못한다. 클리퍼드는 1g의 가속도로 지구를 향해 움직이려고 한다.
우주선이 계속 빨라지기만 해서는 목적지에서 멈출 수 없다. 따라서 절반 거리까지 빨라지다가 그 다음부터는 똑같은 가속도로 느려져야 제때 멈출 수 있다. 거리를 구하는 식은
이고, ‘그 행성’까지의 평균 거리는 30천문단위(태양과 지구 사이의 평균 거리로, 1천문단위는 약 1500억 m)이므로 계산해 보면,
1g로 우주선을 몰면 약 67만 7630초 뒤에 절반 거리에 도달하고, 거기서부터 똑같은 가속도로 느려지면 또 다시 67만 7630초 뒤에 지구에 도착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135만 5260초다. 이를 3600으로 나눠서 시간으로 바꾸고 24로 나눠서 날로 바꾸면 약 15일이 된다. 탈출한 지 15일 뒤면 지구에 도착한다!
클리퍼드가 갇힌 곳이 어디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힌트를 하나 더 주자면 ‘그곳’은 원래 행성이었다가 2006년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바뀐 곳이다.
클리퍼드가 갇힌 곳이 어디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힌트를 하나 더 주자면 ‘그곳’은 원래 행성이었다가 2006년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바뀐 곳이다.
은하를 넘어서
책 좀 읽은 독자라면 클리퍼드가 무사히 탈출해서 지구로 돌아가지는 못했을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 정도에서 멈출 정도로 시시하지 않다. 클리퍼드의 모험은 태양계를 벗어나 아주 먼 곳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아주 멀다는 건 우리가 평소에 아주 멀다고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1g로 우주선을 계속 가속하면 속도는 점점 빨라지겠지만, 빛의 속도를 넘을 수는 없다. 그리고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조차도 빛의 속도로 몇 년은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주선 안의 시간은 느리게 가므로 지구로 돌아갔을 때는 가족도 모두 늙어 죽어 있을 터였다.
클리퍼드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을 느낀다. 비결은 ‘공간을 접는 기술’이었다. 아래에 있는 그림을 보자. 우주선이 들어가는 입구와 나오는 출구가 있다. 책을 활짝 펼쳤을 때는 입구와 출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이 거리를 움직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책을 적절히 접으면 입구와 출구가 딱 맞물리며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이처럼 우주를 잘~ 접어서 원하는 두 점, 즉 출발점과 도착점이 만나게 하면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그 모습이 잘 그려지지는 않지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클리퍼드와 피위를 데려간 외계인은 이 꿈 같은 기술을 실제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끌려간 곳은….
지구의 운명은?
클리퍼드와 피위는 뜻하지 않게 인류를 대표해 재판정에 서게 된다.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외계인이 지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서 어떻게 증언하느냐에 따라 지구와 인류 전체의 운명이 달라진다. 십대 두 명이 그런 중요한 책임을 맡는다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해 보지만 외계인 재판관은 단호하다. 까딱하다가는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저 달에 가는 꿈을 꾸었다가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법한 모험에 뛰어들게 된 클리퍼드는 어떻게 연이어 다가오는 위기를 헤쳐나갔을까? 클리퍼드와 피위, 그리고 지구의 운명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