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꼬지마~ 다, 다리 꼬지마~’
생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기발한 곡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악동뮤지션은 이후 내는 곡마다
히트시키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제까지나 귀여운 ‘악동’일 것 같던 그들이 팀명을 ‘AKMU’로 바꾸고 더욱 성숙하고 다양한 색깔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디즈니 최초 아시아 출연진으로 구성한 라이브 액션 영화 ‘뮬란’이 9월 17일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 22년 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했던 뮬란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주인공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병사가 돼 역경과 고난에 맞서는 이야기다.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실사화 영화로 재현하며 전세계 팬들의 이목을 모은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AKMU 멤버인 이수현이 부른 ‘숨겨진 내 모습(Reflection)’이다. 각국의 OST 담당 가수를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디즈니가 적극 러브콜을 보내 성사됐다는 이번 곡은 ‘과연 이수현이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만큼 완벽하다.
22년 전에 들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애니메이션 뮬란의 주제곡 ‘Reflection’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는 피터팍에게 이수현의 ‘숨겨진 내 모습(Reflection)’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폭발적인 성량으로 웅장한 매력을 자아냈다면 이수현은 청량하고 맑은 음색으로 짙은 호소력을 끌어냈다. 원곡이 당장 뛰쳐나가서 적진에서 싸워야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이수현 버전은 정말 물 위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소절 만에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이수현의 음색이 가진 힘 덕분이다.
이를 반영하듯 ‘숨겨진 내 모습’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고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도 ‘수현 목소리라면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다’ ,
‘수현의 목소리는 어느 디즈니 노래에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등의 댓글을 모으며 이수현이라는 가수의 저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렇게 ‘노래 잘 부르는 사람’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수현이 멤버인 것만으로도 다 가졌다 싶은데, AKMU는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간다. 이수현의 친오빠이자 다른 한 멤버인 이찬혁은 AKMU의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하는 천재이기 때문이다.
★뭐든 가능, AKMU★
보통 한 가수의 앨범 소개를 보면 곡마다 작사, 작곡, 편곡자의 이름이 각각 표기돼 있다. 그런데 AKMU의 앨범 소개는 마치 ‘일일이 이걸 적고 있어야 돼?’라며 귀찮아하듯 플레이 리스트 가장 위에 ‘전곡 작사·작곡·편곡 이찬혁’이라고 쓰여 있다. AKMU가 진짜 대단한 가수인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곡을 직접 쓰는 게 당연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세 가지는 서로 조금씩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한다. 곡을 직접 만든다는 다른 아이돌의 경우 멜로디를 쓰거나 비트를 만드는 데 참여하기 때문에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려도 편곡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장르의 곡만 만든다면 혼자 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나, 다양한 곡을 소화하려면 혼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찬혁은 처음 AKMU를 알렸던 포크, 어쿠스틱 장르 말고도 재즈, 발라드, 힙합, 댄스, 레게, 트로피컬 하우스, 컨트리 스타일 등 정말 온갖 장르의 곡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만들어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낼 때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심지어 이찬혁은 작곡을 배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악보를 쓸 줄 모르기 때문에 이찬혁은 기타를 가지고 코드와 멜로디를 녹음하며 곡을 쓴다고 한다. 따라서 수학이 없었다면 우리는 AKMU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기타가 정확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게 된 배경에는 ‘수학’이 있기 때문이다.
★기타와 17.817★
이찬혁이 작곡에 사용하는 기타는 현악기로 앞뒤가 편평한 표주박 모양의 공명통에 6개의 줄을 댄 형태다. 왼손가락을 프렛 위에 놓고 오른손가락으로 줄을 튕겨 연주한다. 이때 줄이 6개밖에 되지 않는데도 여러 음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왼손으로 어디를 잡느냐에 따라 튕기는 줄의 길이가 달라지고, 이 길이에 따라 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타의 머리 쪽에 붙어있는 막대기를 ‘상현주 ,’ 몸통 쪽에 붙어있는 막대기를 ‘하현주’라고 하며, 상현주부터 하현주까지의 길이를 ‘줄의 길이’라고 한다. 기타 줄의 길이는 제작자에 따라 630mm, 640mm, 650mm 등 다양하지만 이때 줄의 길이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숫자가 있다. 바로 ‘17.817’이다.
17.817은 기타의 지판에 박힌 음의 경계선인 프렛의 간격을 결정하는 숫자로 정확한 음을 연주할 수 있는 비결이다. 만약 프렛이 없다면 음계를 찾기 무척 어려웠을 것이고 매번 일정한 연주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프렛은 머리 쪽에 있을수록 간격이 넓고 몸통 쪽에 가까울수록 간격이 좁아지는데 이 간격을 구할 때 17.817을 이용한다. 또한 프렛을 기준으로 몸통까지의 줄의 길이와 프렛의 간격이 이루는 비율은 항상 17.817이다.
만약 줄의 길이가 640mm인 기타가 있다면 640을 17.817로 나눈 약 35.92가 첫 번째 프렛의 길이고, 640에서 첫 번째 프렛의 길이를 뺀 604.08을 17.817로 나눈 약 33.90이 첫 번째 프렛부터 두 번째 프렛 사이의 간격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속 계산하면 12번째 프렛은 전체 줄 길이의 절반 지점에 이르고, 1부터 12번 프렛까지가 한 옥타브가 된다. 프렛을 누르지 않은 상태를 ‘개방현’이라고 하는데, 개방현의 음과 12프렛의 줄을 누르고 튕긴 음이 정확하게 한 옥타브 차이가 나면 잘 만든 기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듣기에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데는 일정한 비율이 항상 쓰인다. 화음이나 화성도 모두 비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조율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것도 음악가가 아닌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였던 점에 비춰 볼 때 수학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분명하다.
★피보나치 수열로 연주하기★
수학은 잘 알지만 음악은 잘 모르는 사람이 연주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다. 악보를 볼 줄 몰라도 멋진 피아노곡을 칠 수 있는 ‘피보나치 수열 연주법’이다. 먼저 피보나치 수열은 0과 1로 시작해 바로 앞의 두 수를 더해서 다음 수를 만드는 수열로 0, 1, 1, 2, 3, …과 같이 전개된다. 피보나치 수열은 잎이 나는 모양, 해바라기씨의 배열 모양 등 자연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2018년 6월 피보나치 수열 연주법을 소개한 피아니스트 유튜버 ‘aSongScout’은 피보나치 수열을 따라 치기만 해도 멋진 곡이 탄생한다는 것을 보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른쪽과 같이 피아노 건반에 차례대로 0부터 9까지 번호를 매긴 뒤 피보나치 수열을 따라 순서대로 건반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한 자릿수를 넘어가는 피보나치 수는 각 자릿수의 숫자를 그대로 친다. 예를 들어 55를 칠 때는 0~9 사이에서 5번 자리를 두 번 누르는 식이다.
피아노가 가까이 있다면 아래에 나열한 피보나치 수를 그대로 연주해보자. aSongScout은 왼손으로 선율에 맞는 반주를 넣었지만, 오른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선율을 느낄 수 있다.
어떤가,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음악에 대해 잘 몰라도 수학만으로 이런 멋진 곡이 탄생한다니, 어쩌면 조화로운 비율에 관한 탁월한 감을 지닌 이찬혁은 음악 천재인 동시에 수학 천재일 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어떻게 한 집에서 이런 귀한 인재가 둘이나 태어난 건지, AKMU 부모님을 향해서 감사 인사라도 드리며 다음 신곡을 기다려야겠다.